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의하면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경제활동 청년 5명 중 1명은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고, 학자금 대출 체납액은 800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라고 한다. 5년 전인 2020년과 비교하면 체납액 이 두 배가량 증가했다. 대학을 졸업해도 학자금 대출금 을 갚고 저축도 할 수 있는 양질의 안정적인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뜻일 것이다.
이전에도 소개한 바가 있지만, 대졸자가 고졸 학력의 일자리에 취업하는 비율이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많이 높다. 고학력 사회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산업 구조가 개편되고 새롭게 생겨나는 기술의 속도에 고등교육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 대학에 다니는 동안의 기회비용이 졸업 이후 수익을 초과하는 마이너스 투자 효과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 말, 교육부는 ‘2026년 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추진 배경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과감한 구조개선 필요’, ‘수도권-비수도권 격차에 따른 고등교육 불균형 심화’, ‘AI·디지털 전환에 대응하는 교육혁신 욕구 증대’ 세 가지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개선을 강조한 배경에는 학생 수가 감소하는데도 현재 의 대학 규모를 유지하는 경우 대학 교육이 부실해져 사회가 요구하는 고등교육의 역할이 어렵게 될 것이라는 정부의 우려가 있었을 것이다.
이 기본계획의 핵심적인 내용은 예산 규모인데, 2026년 4년제 141개 대학의 배정 예산액은 8191억원으로 지난해 7955억원보다 약간 증가했다. 사업비는 정량평가 사업비와 정성평가 사업비에 각 50%를 배정한다. 정량평가 사업비 3657억원 중 기회균등 포뮬러에 배정되는 700억원을 제외한 3000억원가량은 재학생 수와 재학생 충원율, 교육비 환원율 등을 기준으로 배정된다.
학생 충원율이 높고 규모가 크며 재정 여건이 우수한 대학이 유리할 수 있다. 정성평가 사업비는 교육혁신I·자체성과 관리에 3357억원, 적정규모화에 300억원이 배정된다. 혁신이나 성과 관리와 연동되는 이 예산이 경쟁력이 있는 대학에 집중된다면 지역 간의 고등교육 격차가 더욱 커지고 지방 사립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갖는 기회가 크게 줄어드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든다.
일본의 문부과학대신 자문기구인 중앙교육심의회의 2018년 11월 26일자 답신 ‘2040년을 대비한 고등교육의 그랜드디자인’과 2025년 2월 21일자 답신 ‘우리나라의 “지(知) 의 총화” 향상의 미래상-고등교육 시스템의 재구축-’에서는 일본 고등교육 정책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
문부과학성은 2025년 2월의 답신에서 제언한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 ‘지역대학 진흥을 위한 전문가 회의’를 설치하였으며, 2025년 2월에는 사립대학 진흥정책 등을 마련하기 위해 ‘2040년을 전망한 사회와 함께 걸어갈 사립대학의 모습 검토회의’를 설치하였다. 아래는 이 검토회의가 사립대학 진흥을 위해 제시한 정책 방향이다.
◇정책 방향 1 :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 육성을 담당할 지방대학 중점 지원
정책 방향 1에는 여러 개의 과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대학이 지자체I·산업체 등과의 연계I·제휴를 통하여 지역경 제의 리더와 필수 인력의 육성을 지원하는 것이 중점 과제이다.
그런데 대학과 지자체, 지역의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플랫폼은 대학개혁의 방향으로 오래전부터 제안이 있었다. 2012년 6월의 ‘대학개혁 실행 플랜’에서 지역재생의 핵이 되는 대학, 평생학습의 거점이 되는 대학, 사회의 지적 기반으로서 역할하는 ‘대학의 COC(Center of Community) 기능 강화’를 대학개혁 방향성 중 한가지로 제시했다. 또, ‘2040년을 대비한 고등교육의 그랜드디자인’에서는 “지역의 고등교육기관이 고등교육이라는 역할을 넘어 지역사회의 핵이 되어 산업계 및 지자체 등과 함께 장래상 및 구체적인 연계 교류 등의 방안을 논의하는 ‘지역 연계 플랫폼(가칭)’을 구축”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2020년 10월에는 문부과학성이 ‘지역 연계 플랫폼 구축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 대학이 학생 확보를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대처해 각 대학 등의 특색 및 특징을 강력하게 보여주고 지역 과제 해결을 통하여 지역사회에 대학의 존재의의를 제시하는 것이 매우 기대”된다고 하였다.
이 가이드라인 이전인 2020년 4월에 최초로 국립대 학법인 나고야대학과 기후대학 운영법인을 통합한 ‘도카이국립대학기구’가 발족하였는데,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인 2022년 12월에 야마구치현의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이 연계I·제휴하여 지역의 인재 육성 및 지역사회 진흥 발전 기여를 목적으로 ‘야마구치공창( )대학컨소시엄’이 출범하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2025년 2월 중앙교육심의회는 “고등교육기관이 지방 창생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산업계, 금융기관 등 지역의 다양한 스테이크 홀더와 일체가 되어 전략을 추진해 가고 국가가 이를 지원하는 것이 필수 불가결”이라고 전제하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지역구상추진 플랫폼(가칭)’ 구축 및 대학 연계 추진법인 제도를 발전시킨 ‘지역 연구I·교육 연계 추진기구(가칭)’ 도입 및 지원책의 검토 필요성을 제안하였다.
현재 일본에는 지자체, 대학, 산업계, NGO 등 다양한 기관이 참여하는 273개의 지역 연계 플랫폼(2024년 6월 기 준)이 있다. 가나가와현의 ‘가나가와 인생 100세 시대 네트워크’에는 대학, 기업, NPO, 단체, 행정기관 등 239개 단체가 참가할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다.
일본은 정책 과정에서 미국 일리노이주의 ‘일리노이혁신 네트워크’(Illinois Innovation Network: IIN)를 참고하였다. ‘일리노이혁신네트워크’는 혁신과 경제 발전 추진을 목표로 일리노이주 전역에 걸쳐 대학, 지역사회, 산업계가 연계된 허브로 구성된 시스템이다.
주내 주립대학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산업계를 기반으로 하는 거점(hub)이 연계하여 일리노이주 전체의 경제 발전과 노동력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각지의 거점은 지역의 강점, 수요, ‘전략적 우선 과제’를 반영한 지역 특화형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전략적 우선 과제’의 예로 IT·양자 기술, 제조업, 애 그리테크, 물류, 에너지 분야 등이 꼽히고 있다.
2018년 8월 3개의 일리노이혁신네트워크가 처음 출범한 이후 2019년 5월에는 일리노이주 내 12개 공립대학 모두가 포함되었다. 각 거점은 해당 지역의 공공 및 민간 파트너와 협력하여 지역 및 주 전체 경제에 기여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주관 대학의 학문적 강점과 연계하고 있다.
일리 노이혁신네트워크에 참가하는 기관들이 “일리노이주 전역에서 혁신, 인력 개발 및 포용적 경제 성장을 주도한다”, “공동 연구, 민관 협력, 창업 및 교육 프로그램을 결합하여 지역별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충족시킨다”, “주 전역의 허 브들과 협력하고 모범사례를 공유한다”, “주 및 국가 차원에서 고등교육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라는 가이드라인을 행동 지침으로 하는 것도 눈여겨볼 내용이다.
우리나라도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라이즈)’ 사업이 시범운영을 거쳐 2025년에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다. 각 지 역의 계획에서는 대학과 산업체, 지자체 등이 협력 네트워크를 통하여 지역혁신을 견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아직 걸음마 단계이므로 외국의 선진 사례를 참고하면 지역이 보유하는 자원의 시너지가 가능할 것이다.
지방 사립대학이 담당하는 인재 육성 기능 등을 고려하여 지역에 필요한 인재가 끊임없이 배출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산업계 등과 사립대학이 협력하여 인재를 배출하는 선순환 체 제를 구축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사립대학의 지역 인재 양성 기여도 등을 고려한 우대방안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책 방향 2 : 일본의 경쟁력을 높이는 교육·연구를 담당할 대학 중점 지원
새로운 지식을 사회적·경제적 가치 창출로 연결하고 인재 육성 및 지속적인 혁신 창출을 통해 국제 경쟁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대학의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인정하는 기본 가치이다.
2017년 Horizon Report에 의하면 90% 가까운 직업이 대학 교육이 필요하다고 한다. 2020년 이후 급속하게 성장하는 AI 기술 등을 활용하고 부작용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고학력 노동자가 이전보다 더 필요하다.
올해 2월에 한국고용정보원은 2024~2034년 중장기 인력 수요 전망에서 AI 등 기술변화가 산업 및 직업별 수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지적하고, AI 등 기술변 화는 전문과학기술업 13.6만 명, 정보통신업 9.3만 명의 인력 수요를 예측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연구력이 상대적·장기적으로 하락 추세에 있다는 것에 대해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 논문 총수의 국제적 순위는 최근 몇 년간 하락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인용 횟수가 많은 논문 수(상위 10%)가 뚜렷한 하락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간 일본의 연구력 강화를 위한 전략은 공 공 투자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국립대학이 중심이었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러한 여건에서도 사립대학도 세계의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연구력을 가진 대학이나 특색 있는 분야에서 일본 또는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 실천 대학, 지역의 지식 거점으로서 경제발전에 공헌하는 연구 중심 대학 등과 같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게이오대학의 ‘마이크로바이오 연구 거점 (Bio2Q)’이 세계 최고 수준 연구 거점 프로그램(WPI)에 선정된 경우와 세계 대학 순위 상위 6.1%에 무려 50개나 되는 사립대학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점, 벤처 기업 창업 수도 국립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증가 하고 있는 점, 사립대학의 최근 20년간 연구비 선정 건수가 약 2.6배 증가하고 연구비도 약 1.8배 증가한 점 등도 특필할 성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사립대학의 연구력 강화에 필수적인 시설·설비 등의 정비와 관련한 학생 1인당 국가 보조 금액은 국립대학의 약 22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는 점, 학생 1인당 공적 재정 지출에서 국립대학이 2.3배 높은 점, 학생의 80% 가까이가 사립대학에 재학하는 고등교육의 현실에서 사립 대학 학생에 대한 공적 재정 지출은 13.5%에 불과한 점 (국립대학은 80%), 연구비 확보에서 사립대학은 국립대학보다 불리한 점 등을 지적하면서 연구 프로젝트 참가를 위한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경쟁에서 사립대학이 불리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정부는 57개교인 국·공립대학에 재정의 47%를 배분하고 355개교인 사립대학에는 53%가 배분된다. 한 대학당 지원액을 비교하면 사립대학은 298억원으로 국·공립대학 1651억원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학생 1인당 지원액은 사립대학이 국·공립대학의 3분의 1 정도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국립대학 우선 정책이 본격화되면 중앙정부의 재정이 사립대학(특히 지방의 후발 사립대학)을 피해 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사립대학의 공로와 사회적·교육적 가치, 미래 사회 대비를 위한 사립대학이 역 할 등에 대하여 일본 정부의 인식과 차이가 크고 사립대학 제도 기준도 궤도가 다르다.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이 설립 주체라는 이원적 관점을 벗어나 협력하여 국가와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교육과 연구를 할 수 있는 제도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연구비의 공적 투자뿐만 아니라 산업계가 사립대학보다 국립대학을 우선하여 지원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새로운 학문 분야를 창조하고 문화를 계승·발전시킬 수 있는 우수한 젊은 연구자의 활약이 필수적이지만, 대학 전임 교원에서 40세 미만 교원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는 것도 우려한다.
우수한 신진 연구자의 육성 및 확보를 위해서는 우수하고 다양성이 풍부한 학생이 대학원에 많이 진학하는 것이 전제조건이지만 학사과정 수료자의 석사과정 진학률은 정체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걱정한다.
최첨단 과학기술 강국 실현을 목표로 일본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사립대학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국립·사립이라는 설립 주체의 구분 없이 대학들이 서로 경쟁하며 세계를 선도하는 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방향성으로 제시하고 있다.
혁신 창출의 원천이 되는 젊은 연구자가 양적·질적으로 충 실해질 수 있도록 대학원의 교육·연구 환경을 확충하고 산업계 등과 연계하여 경력 경로를 폭넓게 하는 등 기반을 조성하여 석사·박사 과정 학생 수가 증가하고 젊은 연구자가 늘어나도록 하면서 연구 환경에 필요한 설비·기기 등에 대한 접근성 확대 등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산업계의 수요에 부응하는 인재를 육성하고 연구개발이 국제 경쟁력의 강화로 이어 지도록 산학 연계에서 산학 융합에 이르는 공동 연구, 공동 교육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한다(정책 방향 3과 4는 다음 호에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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