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 비(非)아파트 시장 침체에 대응해 향후 2년간 수도권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매입임대주택 6만6000호를 공급한다.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 감소가 전월세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공공이 직접 시장 안정화에 나선 것이다.
이번 부동산 대책은 민간이 집을 지으면 물량을 정부가 사들여 임대하는 구조다. 정부가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는 현재 비아파트 시장이 안 팔릴까봐 착공을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공이 사준다는 안전판을 만들어 착공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6~2027년 수도권에 매입임대주택 9만호를 공급하고, 이 가운데 6만6000호를 서울과 경기 규제지역에 집중 공급할 계획이다. 최근 3년간 비아파트 착공 물량이 장기 평균 대비 20~30% 수준에 그친 데 따른 대응이다.
정부는 비아파트 공급 정상화 시점까지 규제지역 내 매입임대를 당초 목표 이상으로 확대해 시장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공급 대상은 서울 전역과 과천·광명·하남·의왕시, 성남 분당·수정·중원구, 수원 영통·장안·팔달구, 안양 동안구, 용인 수지구 등 경기 12개 지역이다.
특히 규제지역 내 새로 짓는 신축 매입 규모는 지난 2년간 3만4000호에서 향후 2년간 5만4000호로 확대된다. 전체 규제지역 공급 물량도 기존 3만6000호에서 6만6000호로 약 두 배 늘어난다. 실제로 신규 공급되는 주택 수는 5만4000호로 보면 된다.
정부는 공급 확대를 위해 LH의 매입 기준도 완화한다. 기존에는 한 동 전체를 매입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일부 세대만 부분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예컨대 100세대 규모 사업장에서 20~50세대만 매입하는 방식이다. 서울의 최소 매입 기준도 기존 19호에서 10호 이상으로 낮춘다.
사업자의 자금 조달 부담도 줄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토지 확보 지원금을 토지비의 최대 80%까지 확대하고, 나머지 초기 사업비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PF대출 보증으로 지원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사업자의 초기 자금 부담을 토지비의 10%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비 지급 방식도 기존 골조공사·준공 단계 중심에서 3개월 단위 공정률 연동 방식으로 개편한다. 착공 이후 현금 흐름을 개선해 사업 지연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동시에 신탁사 대리사무를 통한 자금 관리와 LH·HUG의 우선수익권 확보로 사업 부실 위험 관리에도 나선다.
정부는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표준 평면도 제공과 사전 컨설팅 지원도 병행한다. 모듈러 공법 등 신기술 적용을 통해 공기 단축도 추진한다. 또 기존 ‘공사원가 검증 후 착공’ 방식에서 ‘선(先) 착공·후(後) 검증’ 방식으로 절차를 바꿔 착공 시점을 앞당기기로 했다.
이번 대책에 대해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처치랩장 “공공이 공급 회복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전세가격 안정엔 한계가 존재하므로 민간 자생력 회복 위한 후속대책 필요하다”고 짚었다.
함 랩장은 “사실상 붕괴 직전의 비아파트 공급 생태계에 공공이 회복의 마중물을 제공하는 주택공급·임대차 안정화 프로그램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특히 비아파트는 아파트보다 공급 속도가 빠른 만큼 정책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단기적으로 도심 전·월세 가격 안정과 공급 개선 효과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준신축 비아파트 공급이 유지되면 전세 매물 감소 속도를 일부 완화하고 월세 급등 압력을 흡수하는 역할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LH 토지비 지원 확대와 HUG 보증 강화, 공정률 연동 공사비 지급 방식을 도입한 점도 민간 공급망 유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함 랩장은 “‘지으면 공공이 사주겠다’는 구조를 통해 민간 사업자의 비아파트 착공 중단을 막는 버팀목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영향에는 분명한 제약도 있다는 지적이다. 함 랩장은 “6만6000호는 2년 누적 기준으로 연간 약 3만호 수준에 불과하다”며 “서울·수도권 전체 임대차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전세가격을 본격적으로 안정시키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책은 임대차 가격 하락보다는 월세화 속도 완화와 임대료 급등 억제, 비아파트 공급 절벽 방지에 가까운 성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공 매입 확대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도 제기했다. LH가 적극 매입에 나설 경우 일부 부실 사업장의 연명 효과와 공공 재정 부담 확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함 랩장은 “단기 매입 정책에 그치지 않고 금융·세제·임대사업 제도를 정상화해 민간 비아파트 시장의 자생력을 회복시키는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국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민간 비아파트 시장 공급이 위축된 상황에서 공공이 적극적인 매입·공급에 나서 시장 정상화를 뒷받침할 것”이라며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비아파트 공급 확대 방안을 지속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