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 “도면 해석 오류”…전문가 “관리체계 붕괴”
- GTX-A 삼성역 승강장 구조 안전성 검증 착수
- 공정률 50% 넘긴 4개 공구 전반 점검 불가피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 내 GTX-A 삼성역 승강장 공사에서 발생한 ‘철근 누락’ 사태를 두고, 책임 공방보다 구조 안전성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서울 강남 한복판의 교통 요충지인 영동대로 지하공간을 건설하는 사업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작업자가 도면을 잘못 해석해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문제의 본질은 품질관리 시스템의 붕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이한우 대표가 머리를 숙여 사죄하고 품질과 안전관리 체계를 재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은 잠실야구장 30개 규모에 달하는 약 21만㎡의 지하공간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길이는 1km, 높이로는 지하 7층에 이른다. 여기에는 버스환승센터, GTX-A, C 승강장, 상업·문화시설이 들어선다. 여기에 더해 지하철 2호선과 9호선, 경전철 위례신사선이 연계된다. 주변에는 코엑스가 위치하며, 현대차그룹의 GBC센터가 49층 3개동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만약 부실 공사로 이 공간이 붕괴하면 대규모 인명·사회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앞서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또한 이번 사태로 인해 얼마만큼의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게 됐는지 살펴보는 것은 예방 차원에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 단순 도면 해석 오류 아닌 건설 관리 체계 붕괴
전문가들은 이번 철근 누락 사고는 단순한 실수를 넘어 현대건설의 기본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이 사실상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통상 배근 공사는 시공이 잘 됐는지 전문업체·시공사가 각각 확인하고 이상이 없으면 감리단에 설계도면이나 법률 등 기준에 맞는지 확인하는 ‘검측’을 요청한다. 감리단 승인을 받고 나서야 콘크리트를 부어 굳히는 공정이 진행된다.
하지만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아무도 설계도면과 다르게 철근 한 개만 들어간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안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지난 5월 19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공사는 설계도면에 따라 철근을 발주하는 데 현대건설이 설계대로 자재를 구입했다면 철근 자재가 대량으로 남았을 것”이라며 “기둥 한 개당 적게는 24개, 많게는 36개의 철근이 빠졌고, 전체 누락 수량은 2500개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현장 관리자와 품질관리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육안으로 충분히 확인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는 이번 사태에 대해 “시민 안전과 공공 신뢰를 뒤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현대건설과 발주처인 서울시는 이번 사태에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5월 22일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이번 사태에 대한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범죄 혐의점 등이 발견될 경우 정식 수사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전날 국토교통부는 총 40인 규모의 정부합동점검단을 구성해 현 사업장의 분야별 안전관리 실태를 철저히 파악하고 건설과정 전반의 적정성 점검에 나섰다. 조사는 영동대로 전체 현장의 건설 중인 모든 시설을 대상으로 2개월간 이어질 예정이다.
국가철도공단은 철근 누락이 발생한 삼성역 지하 5층 현장에 대한 구조물 안전성 검증에 나섰다. 5층은 GTX-A가 지나는 공간으로 높은 수준의 구조 안전성이 요구된다.
전문 공인기관인 한국콘크리트학회가 용역을 맡아 서울시가 수립한 기둥 보강계획에 대해 △삼성역 구조적 성능 검증 △보강공법의 안전성 △대안 공법 △열차 운행과의 연관성 △운영 단계의 안전 및 유지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 총 4개 공구...현대건설·DL이앤씨·롯데건설 참여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은 총 4개 공구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 공구 건설현황에 대한 국토부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전 구간에서 또 다른 부실시공이 발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서울시 건설알림이에 따르면, 1공구는 9호선 봉은사역 5, 6번 출구 일원으로 DL이앤씨가 담당하고 있다. 현재 공사는 전체 공정의 60.1%가 진행됐다. 총 연장 218m 구간에 137m 규모의 복합환승센터와 본선 터널 80m를 건설하는 중이다. 문제가 발생한 3공구와 비슷한 유형의 공사로 알려져 있다.
2공구는 현대건설이 맡아 복합환승센터 구간 토목 공사 57.76%를 진행했으며, 위치는 현대차그룹 GBC 부지와 인접해 있다. 문제가 된 3공구의 공사 위치는 삼성역 6, 7번 출구 일원으로 공정률은 57.91%다.
4공구는 삼성역 사거리부터 휘문고교 사거리까지 구간으로 롯데건설이 맡았으며, 복합환승센터 59m 구간과 철도 본선 338.5m를 건설하고 있다. 공정률은 4개 공구 중 가장 높은 69.79%다. 총 4개 공구의 공정률이 모두 50%를 높은 시점에 점검했는데 만약 다른 곳에서 부실 시공이 나온다면 공사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동대로 사업의 완공 시점은 2028년 10월 31일로 예정돼 있다. 완공이 늦춰지더라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 GTX-A 삼성역 무정차 통과 일정 지연 불가피
공사 기간이 늘어날수록 시민 불편과 비용은 그만큼 증가하기 마련이다. GTX-A는 현재 경기 파주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과 수서역~경기 동탄역 구간으로 반토막 난 형태로 운행 중이다. 삼성역 구간이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의 중심에 있어 공사가 지연된 측면이 있다.
서울시는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이 완공될 때 까지는 삼성역을 무정차 통과시켜 연결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번 부실 공사 사태로 지연을 불가피하게 됐다. 파주와 동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편리하게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아직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있다.
삼성역 미개통에 따른 국민 혈세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 5월 22일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토부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국토부는 GTX-A 민간사업자인 SG레일에 2025년 1·2분기에만 삼성역 미개통에 따른 운영이익 감소분 보전 명목으로 144억8700만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현재 확인 가능한 가장 객관적인 기준은 실제 지급액”이라며 “이를 월 기준으로 환산하면 삼성역 미개통 상태 유지에 따라 월 약 24억원 수준의 운영손실 보전금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하루라도 일찍 GTX-A 삼성역 구간 개통을 완료해 낭비되는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국가 재정에 손해를 끼치게 됐다는 논리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안전성 확보다. 실수를 완전히 덮을 수 있는 보강책이 나와야 하고 추가 부실 시공이 나올 경우에도 투명하게 공개해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안전사고 리스크에 취약한 현대건설과 다른 건설사들도 다시 한번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단순 시공 오류를 넘어 국내 대형 건설현장의 안전·품질 관리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경고”라며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은 수도권 광역교통망과 직결된 핵심 인프라인 만큼 공기 단축보다 구조 안전성과 투명한 정보 공개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