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유해 물질인 과불화화합물(PFAS)과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우려로 환경부가 모니터링 및 관리 기준 마련을 검토 중이다. PFAS는 국제 기준에 맞춘 제도 정비가 시급하며, 미세플라스틱은 표준 분석법 등 과학적 근거 마련이 우선 과제다.
15일 국회에서는 두 물질을 중심으로 먹는 물 관리 기준 정비를 논의하는 '2026 제1회 먹는물정책포럼'이 개최됐다
◇ PFAS와 미세플라스틱 등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관리 필요성 갈수록 커져
전준호 국립창원대학교 교수는 ‘PFAS, 과불화화합물 오염의 역사, 그리고 현재’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우리가 먹는 물에서까지 관련 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이 제기돼 보다 강화된 규제와 과학적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동물과 인간에게 유해할 수 있는 물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라며 “PFAS나 미세플라스틱처럼 우리가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사이 환경과 먹는 물에 노출되고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PFAS가 물과 기름을 모두 튕겨내는 특성 때문에 프라이팬 코팅, 방수 의류, 반도체 공정, 식품 포장재 등 산업 전반에 폭넓게 사용돼 왔다"며, “이 물질은 분해가 거의 되지 않고 생물 농축 특성까지 갖고 있으며, 먹이사슬을 거치면서 농도가 점점 높아지는 ‘생물 증폭’ 현상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극곰 조직에서 PFAS가 검출된 2001년 연구 이후, 전 세계에선 환경오염 문제가 본격 제기됐다. 미국에서는 PFAS 오염 피해를 둘러싼 집단소송이 일어났고, 영화 ‘다크 워터스(Dark Waters)’ 사례까지 등장했다.
정 교수는 "시민들이 먹는 물 공급 체계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하며 "유해 물질이 현재 어떤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규제 사각지대는 없는지, 새로운 오염물질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규제 여부를 둘러싼 단순한 논쟁을 넘어 과학적 근거를 기반한 합리적인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환경부와 연구기관, 정수장, 학계가 긴밀히 협력해 장기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임을 짚었다.
◇ 정수·하수 처리 과정과 생활제품 관리까지 포함한 종합 대책 필요
박찬혁 이화여대 교수는 먹는 물 속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합리적인 관리 기준 및 분석 기술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은 먹는 물과 하수, 하천, 해양까지 광범위하게 검출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높은 검출량을 보이고 있다”며 단순한 사용 제한을 넘어 정수·하수 처리 과정과 생활제품 관리까지 포함한 종합 대책을 제안했다.
미세플라스틱은 발생 원인에 따라 1차와 2차로 구분된다. 1차 미세플라스틱은 세안제나 화장품 등에 인위적으로 넣은 작은 입자를 Ent하며, 2차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용기나 섬유, 타이어 등이 마모되면서 생기는 물질이다. 현재 전체 미세플라스틱의 약 98%는 2차 미세플라스틱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세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합성섬유와 자동차 타이어 마모 분진이 주요 오염원으로 지목된다.
박 교수는 “세탁 폐수에서 발생하는 섬유 성분과 도로 분진이 강과 하천을 거쳐 결국 해양으로 유입되며, 하수처리장과 정수처리 시설에서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걸러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토론회에선 국내외 조사 결과도 소개됐다. 2017년 국내 조사에서는 수돗물과 먹는샘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최근 조사에서도 병입 생수 제품 상당수에서 리터당 1개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연구에서는 일부 병입수에서 리터당 수천 개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사례도 보고됐다.
박 교수는 "현재 많이 사용되는 분석 방식은 20마이크로미터 이상의 입자만 측정 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더 작은 나노플라스틱 수준까지 고려하면 실제 존재량은 훨씬 많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 교수는 “정수처리 과정에서도 완전 제거에는 한계가 있다”며 “실제 원수보다 침전수나 정수 단계에서 검출량이 증가하는 사례도 일부 확인됐다. 응집 과정에서 작은 입자들이 뭉쳐 검출 가능한 크기로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와 영국, EU 등은 세탁기 미세섬유 필터 장착 의무화와 1차 미세플라스틱 사용 제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또 EU는 미세플라스틱 함유 제품 표시 의무화도 추진 중이다. 반면 국내는 아직도 먹는 물 수질 기준에 조차 미세플라스틱 항목이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박 교수는 “국내 정수장의 미세플라스틱 검출 수준이 해외보다 낮은 편으로 나타나나 현재 기준만으로 안전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분석 표준화와 함께 세탁 폐수·타이어 분진 등 비점오염원 관리, 고도 정수처리 기술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며 “특히 섬유 형태의 미세플라스틱은 기존 필터를 그대로 통과하는 경우가 많아 2차 오염 가능성이 적은 새로운 필터 소재와 제거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산업 배출 관리와 장기 모니터링 체계 구축까지 포함한 종합 대응 필요
먹는 물은 정수처리뿐 아니라 산업 배출 관리와 장기 모니터링 체계 구축까지 포함한 종합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창하 서울대학교 교수는 “PFAS는 이미 위해성이 상당 부분 입증된 만큼 규제가 시급한 물질이며, 미세플라스틱은 아직 인체 위해성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만큼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PFAS는 음식 등을 통해서도 체내에 유입될 수 있고, 미세플라스틱 역시 최근에는 대기 중 부유 입자를 통한 흡입 가능성까지 연구되고 있다”며 “먹는 물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환경 전반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플라스틱 용기 자체가 미세플라스틱 발생 원인이 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플라스틱 표면은 겉보기에는 매끈해 보이지만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미세한 균열과 돌출부가 많아 물이 흔들기거나 마찰이 발생하면 표면 입자가 떨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찰 특성을 고려할 때 미세플라스틱 노출 측면에서는 오히려 수돗물이 병입수(생수)보다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PFAS 대응과 관련해서는 국내 연구와 규제가 지나치게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20년 전부터 PFAS 연구가 활발하나 국내에서는 올해 들어서야 대형 연구 과제가 본격 시작됐다”며 “특히 국내 연구가 정수처리 중심으로 진행되는 데 대해 산업 배출 관리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 공정이나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여러 화학물질이 어떤 구조를 갖고 있고 어떤 경로를 거쳐 PFAS로 전환되는지 조차 충분히 파악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배출원 관리와 정수 처리, 정부 규제 체계를 함께 연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정수처리 기술의 한계를 지적한 뒤 “PFAS 제거 기술 자체도 쉽지 않지만, 무해화 기술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며 “해외 사례를 참고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효과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차 강조했다.
미세플라스틱의 가장 큰 과제로는 ‘분석기술’을 꼽았다. 현재 미세플라스틱 분석 기술은 인체 흡수가 어려운 20마이크로미터 이상의 입자 측정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작 인체 흡수 위험이 높은 것은 1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나노플라스틱이다. 따라서 분석기술의 한계로 인해 실제 체내에 흡수되는 플라스틱 존재량이 현재 측정치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콜롬비아대 연구에서는 병입수(생수)에서 수만 개 이상의 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결과나 나오며 분석 방법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며 “결국 나노플라스틱까지 측정 가능한 표준화된 분석기술 확보가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 강력한 배출 규제와 특별 관리 체계 필요
낙동강 유역의 과불화화합물(PFAS) 오염 문제와 관련해 보다 강력한 배출 규제와 특별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단순 모니터링 수준을 넘어 산업단지 관리, 방류 기준 강화, 특별법 제정 등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준경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대표는 낙동강 PFAS 문제가 본격적으로 사회적 이슈가 된 계기로 2018년 부산 지역 수돗물 사태를 언급했다.
과거 부산과 대구 지역에서 PFAS 검출 문제가 불거졌고, 이후 언론과 시민사회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오염원 추적과 대응이 시작됐다. 당시 일부 공장들은 언론 보도 이후 오염물질 사용 사실을 인정하고 개선 의사를 밝히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원인 규명이 이뤄졌다. 사회적 인식 수준이 높아진 것이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다만 정수처리 측면에서는 한계도 드러났다.
이 대표는 공장 배출을 차단한 뒤에도 정수장에서 두 달가량 PFAS가 계속 검출됐던 사례를 언급하며 “활성탄에 흡착돼 있던 물질이 지속적으로 나왔기 때문인데, 당시 지방정부는 활성탄 교체 비용조차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018년 낙동강 녹조 사태 당시 정수 처리 기능 부족으로 위기를 겪었음을 지적한 그는 "활성탄을 활용한 PFAS 제거는 혼합물질의 종류와 교체 주기 등 불확실성이 크다"며 "비용 부담이 커 지방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가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국민 건강권과 생명권 차원에서 국가나 수도사업자를 상대로 한 소송도 검토될 수 있다"며 "전문가와 시민사회, 지방정부, 국회가 함께 장기적 대응 체계를 만들고 낙동강 특별법 같은 제도적 접근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정수 인프라 투자, 비용 분담 구조, 원인자 책임 체계 함께 논의해야
신규 유해화학물질 관리체계를 구축하려면 규제 기준 마련과 동시에 정수 인프라 투자, 비용 분담 구조, 원인자 책임 체계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두진 한국수자원공사 K-water 연구원 상하수도연구소 소장은 “PFAS 문제가 사회적으로 제기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관리체계가 정착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분석 난이도와 기술적 한계를 꼽았다. 그는 “만약 PFAS가 본격적인 규제 항목으로 편입된다면 현재 국내 수도사업자들이 보유한 분석 장비와 인력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며 “실무 현장에서는 이를 관리할 역량 확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미국과 유럽 역시 기준을 바로 적용하지 못하고 유예 기간을 두는 이유는 처리 기술과 분석 체계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특히 규제 기준이 만들어진 뒤에야 인프라 투자를 시작하는 현재 방식으로는 대응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2000년대 초부터 제기된 PFAS 문제에 대한 대응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전국 정수장을 고도처리 시설로 전환하는 데 최소 10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기준 논의 단계부터 국가 차원의 인프라 투자 계획과 예산 확보를 병행해 위험 물질 노출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에서 수도사업자들이 화학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사례들을 언급하며 "정수 처리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오염 원인 기업에 비용 부담 책임을 묻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우리나라도 공공수도사업자가 원인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 소장은 "신규 유해 물질의 지속적인 등장으로 고도 처리 시술 투자와 유지 비용이 급격히 늘어나 수질 관련 비용 증가 속도가 일반 생활비보다 훨씬 빠르다"며 "미국에서는 수도 요금 부담으로 저소득층의 물 접근성이 악화될 가능성까지 경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우리는 수도 요금이 매우 낮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수도요금 현실화와 공공 재정 지원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수도 요금만으로 모든 정수 인프라 비용을 감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 재정과 공공 투자, 요금 체계 개편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안전한 물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비용과 투자 구조를 공론화해서 본격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상하수도 통합형 예산 편성헤야
구아미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전 본부장은 전국 정수장에 고도화된 기준을 도입하려면 초정밀 장비와 숙련된 분석 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과 인력이 부족한 지방 중소 정수장을 위해 정부 차원의 장비 지원과 전문성 제고 프로그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정부의 PFAS 전략과 신규 R&D 투자가 상수도 분야에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신규 과제인 '전구체 취수원 모니터링' 역시 상수도 기술로만 분류되어 있어, 오염 물질의 실제 유입 진원지인 취수원 오염원까지 광범위하게 조사·관리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오"염의 진원지인 상류 공공 하·폐수 처리장, 산업단지 공공폐수처리시설 방류수 단계부터 원천 차단이 중요하다"며, "상류 오염 차단이 하류 정수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만큼, 정수 분야에 편중된 R&D와 시설 개량 투자는 하·폐수 분야까지 대폭 넓혀 ‘상하수도 통합형 예산 편성’이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 전문가들 “분석 기술 고도화와 통합 관리 체계 구축, 선제적 투자 확대” 시급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유해물질 대응을 위해 분석기술 고도화, 통합 관리체계, 선제적 투자가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최승일 고려대 명예교수는 낙동강에서 170여 종의 화합물이 검출되는 등 유해 물질이 이미 주변 환경에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유해 물질 관리는 단순히 검출 여부를 넘어 발생원부터 이동 경로, 처리 과정,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도달하는 단계까지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관리와 이동 경로, 정수처리, 국민 노출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만들어지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통합 관리 체계 구축과 선제적인 법·제도 정비를 위해 환경부와 국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후·에너지 이슈에 비해 먹는 물과 환경 유해물질 문제에 대한 정책 우선순위는 충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전문가, 시민단체, 연구자, 언론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사회적 관심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과거 바이러스 문제처럼 미세플라스틱과 PFAS 역시 명확한 기관별 역할 분담과 지속적인 대응 체계 구축이 핵심이라며, 국민적 관심이 커져야 예산과 제도가 마련되므로 언론과 시민사회의 꾸준한 공론화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