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종식과 후속 협상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미국과 이란이 이 문서를 기반으로 휴전 연장과 핵 문제, 제재 완화, 호르무즈 해협 항행 문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를 보면서 과연 외부의 군사적 압박은 독재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효과적인가? 하는, 그러니까 이란이 보여준 교훈으로 북한의 미래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흥미로운 의문이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압박하기 시작했을 때, 이란 내부에서 누적되어 온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여 정권 교체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실제로 이란에서는 시민들이 오랫동안 정치적 자유 확대와 사회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반복했고 이에 대한 강경한 무력 진압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비록 시위는 잠잠해졌지만, 체제에 대한 불만 자체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달랐다. 외부의 압박이 커질수록 시민들의 저항이 거세지기보다는 오히려 체제의 통제력이 강화되었다. 이는 혁명수비대를 비롯한 권력기관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사회 전반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확대해 잠복해 있던 반정부 세력의 활동 공간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그러니 외부의 공격은 체제를 약화하기보다 오히려 정권의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셈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국제정치의 역설을 보여준다. 독재 체제는 평시에는 내부 불만에 취약해 보인다. 그러나 외부의 적이 등장하면 애국주의와 안보 논리를 내세워 반대 세력을 억압하고 국민적 결속을 유도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외부 군사 개입이 반드시 민주화를 촉진한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권의 생존을 연장해 주거나 국가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군사적 압박보다 시민사회의 성장과 내부 변화를 장기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지원하는 전략이 선택되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독재 체제는 외부 지원을 차단하려 하고, 반정부 세력은 조직을 유지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러나 정치적 변화는 결국 내부의 동력에 의해 이루어질 때 가장 안정적이라는 점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외부의 폭격보다 내부의 각성이 더 강력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란의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북한이 떠오른다. 북한 역시 강력한 통제 체제와 우상화된 권력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체제도 영원하지는 않다. 역사상 수많은 권력은 가장 강해 보이는 순간부터 쇠퇴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
『주역』의 표현을 빌리자면 항룡유회(亢龍有悔), 즉 용이 너무 높이 올라가면 후회할 일이 생긴다는 말과 같다.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절대권력은 자체 경직성 때문에 결국 변화의 압력을 축적하게 된다.
그렇다고 북한의 변화를 군사적 충돌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한반도는 이란과 달리 대규모 인구가 밀집해 있고, 군사적 충돌이 가져올 인도적·경제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보 유입 확대, 주민들의 외부 세계에 대한 인식 변화, 시장경제의 확산, 엘리트 계층의 인식 변화 등을 인내심을 가지고 주입함으로써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잘 아는 북한은 이미 이를 차단하고 있으며 최근 군사분계선(MDL) 80m 앞까지 철조망을 세웠다.
하지만 사회 내부에 축적된 변화의 에너지는 어느 순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어느 사건을 계기로 임계점을 넘어서면 갑자기 대규모 시위, 체제 붕괴, 혁명, 쿠데타, 권력 분열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어진다는 것은 역사적 교훈이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보면서 독재 체제를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은 반드시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진정한 국제정치는 어쩌면 포격의 규모가 아니라 어떤 나라건 그 국민이 스스로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마련해 줄 것인가? 에 달려있다는 생각을 지을 수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