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60일 간의 휴전 기간을 가지고 지난 6월 22일부터 스위스에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미국은 핵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란은 자국에 가한 경제제재 해제에 관심이 있다.
양측이 서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나긴 줄다리기를 할 텐데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협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을 공격하면서 쌍방이 서로 공격을 주고 받았다. 앞으로 협상이 타결된다고 해도 그것이 지켜지리란 보장은 없다.
전쟁은 대체로 군사력이 강하다고 여긴 나라가 그의 전쟁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상대국을 공격하는 식으로 시작한다. 그리하여 전쟁이 일단 벌어지면 침공한 국가가 침공을 당한 국가로부터 항복을 받아내지 못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이것이 전쟁의 계산법이고 전쟁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전쟁은 피를 흘리는 최후의 수단이다. 전쟁에서 상대를 확실하게 완전히 제압하지 못하면 승리한 것이 아니고 침공당한 국가가 아무리 큰 피해를 당하였다고 해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 전쟁하면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승자가 자신의 조건을 제시하고 패자는 이를 마지 못해 받아들인다.
전쟁의 승자와 패자의 협상도 너무 가혹하게 승자가 패자에게 조건을 강요하면 후환을 남겨 다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전승국들이 패전국인 독일에게 너무 가혹한 조건을 제시한 것이 제2차 세계대전의 씨앗이 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대상으로 벌인 전쟁은 전형적으로 승자와 패자가 없는 전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초기에 거의 일방적으로 폭격해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비롯해 핵심 인사들을 제거하며 핵 관련 시설과 미사일 기지 등을 파괴했다. 하지만 이란은 걸프 산유국들의 원유 및 천연가스 시설과 미군 기지를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함으로써 전혀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협상 시작 직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공격하자 이란이 휴전 조건 위반이라며 호르무즈 재봉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해협을 재봉쇄할 경우 이란을 점령하고 호르무즈 통행료를 미국이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며 경고를 날렸다. 협상 중에도 서로 험한 말을 쏟아내며 협상 결렬될 위기도 겪겠지만 거의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하기 때문에 어느 일방에게 유리한 결과에 이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협상에서 당사국 중의 하나인 이스라엘이 완전히 소외돼 있는 까닭에 협상 진행 중이나 협상이 끝난다고 해도 불씨는 계속 남을 것이다. 현재의 이스라엘과 레바논과의 협상은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협상이 결렬돼, 트럼프 대통령이 재차 이란에 대해 대규모 공격을 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재차 폭격을 할 경우 발전소와 댐, 교량 등 민간시설들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간시설 공격은 국제적 여론이 나쁘고 전범으로 기소당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군사시설에 대한 공중폭격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기 때문에 이제 유의미한 효과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상군 투입만 남았는데, 지상 작전은 미국이 가장 꺼려하는 인명 피해를 피할 수 없다.
이란 지상군의 전투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실제 붙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이란군 내부가 상당히 분열돼 있고 특히 정규군의 불만이 높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미국의 위협에 이란 국민들이 내부 불만을 억누르고 결속돼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미국과 구 소련의 막강한 정규군이 오합지졸이나 다름없는 아프간 게릴라군에게 모두 패배했다. 자기 나라를 방어하는 군대는 산발적으로 공격하며 지구전을 끌고 가면 최신 무기로 무장한 침략군도 당해내기가 어렵다.
◇트럼프의 이란 전쟁 득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이란 전쟁에 잘못 끌려 들어갔다는 비판이 무성하나 사안은 그리 간단하지는 않은 것 같다. 미국은 세계적인 안보 상황에서 볼 때 이란의 핵무기 보유는 용납할 수 없었고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판단에 따르면 이란의 핵무기급 농축이 임박했다. 이를 두 번에 걸쳐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중 폭격을 실시해 더 이상 진행을 하지 못하게 한 것은 큰 성과임을 부인할 수 없다.
만약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이란의 핵 제거 공격을 단행했을 것이고 그랬을 경우 이란 핵 문제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불러올 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통제 아래 공격이 이뤄졌기 때문에 확전을 막고 통제 범위 내에서 협상을 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대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평화적 이용 수준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중동 평화는 당분간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란이 끝내 평화적 이용을 감시하기 위한 제반 장치를 회피하려고 한다면 이스라엘의 공격은 계속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이란은 이번 전쟁과 협상을 계기로 북한처럼 몰래 핵 무기를 개발할 꿈을 버리고 이란 국민들을 위해 미국의 경제제재를 해소하고 재건과 경제발전에 매진할 것을 촉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확전을 선택하지 않고 전쟁 시작 두 달만에 협상으로 돌아선 것은 매우 잘한 일로 평가된다. 역시 사업가 출신답게 실리를 따져서 추가 공격을 하지 않고 협상과 현란한 말로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판단은 높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 미국은 2차세계 대전 이후 자존심 때문에 베트남전,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쟁의 수렁에 빠져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늪에 빠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2022년 2월 24일을 일어나 4년 4개월에 접어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를 선다고는 하지만 종전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푸틴과 젤렌스키, 모두 영토를 양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푸틴이 실각하지 않는 한 종전 협상의 가능성조차 엿보이지 않는다.
러시아와 중국, 북한과 같은 독재 국가체제가 전쟁을 일으키면 독재자가 교체되지 않는 한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의 독일과 일본처럼 항복을 하기 전에는 종전이 안 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푸틴의 초기 계획대로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굴복시켰다면 푸틴은 여세를 몰아 구 소련 공화국들을 차례로 공격했을 것이다. 그런 수순은 유럽의 개입을 불려 들여 세계대전이 됐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잘 막아내고 있어 세계 대전으로 비화되지 않았다. 현재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 편에 서서 중국이 물적 지원을 하고 북한이 군대를 파견하고 유럽이 우크라이나 편을 들면서 국제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대전으로 확대되지 않기 위해서는 ‘쿨 다운(cool down)’이 필요해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기술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어 러시아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푸틴이 미친 척하고 전술핵이라도 사용하기라도 한다면 대재앙이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의 중재로 양측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는 시도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두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미국과 러시아와 같은 핵무기 보유의 강대국이라도 이란과 우크라이나와 같은 중견급 나라를 상대로 일방적 승리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세계는 목격하고 있다. 이란과 우크라이나는 인구와 영토 크기가 상당히 크고, 과학기술력도 높다. 이란은 핵 농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미사일과 드론을 자체 개발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도 구 소련시절 핵 무기를 보유했고 비행기 엔진을 생산할 정도로 첨단기술이 발달된 나라이다.
우리나라는 첨단제조업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방산업은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지 않으려면 자주국방력을 기르고 첨단기술력과 방위산업의 육성은 멈출 수 없는 선택임을 두 전쟁이 확인해 주고 있다.
그 다음으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군사적 동맹의 중요성이다. 이란과 우크라이나는 군사적 동맹이 없다. 이들 두 나라는 우호국들은 있지만 군사적 동맹이 없었기에 침공을 당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한미동맹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안보가 굳건하며 이 동맹을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두 전쟁에서 알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후 우리나라는 미국과 동맹만을 의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기존 한미동맹을 잘 관리해야 하지만 이제는 유럽과 일본, 호주, 캐나다 등 민주주의 국가들과 동맹 수준의 관계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비록 민주체제 국가들은 아닐지라도 우리나라와 우호적인 국가들과도 군사적 협력 관계로 확대하는 데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유엔 등 국제기구와 세계 여론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이란 전쟁의 시작에서 휴전에 이르기까지 국제 규범을 준수하라는 유엔과 세계 여론의 압박을 시종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이란과 미국 양측 모두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 인한 세계 경제의 악화로 인해 휴전을 미룰 수 없었다.
◇유엔 안보리 개혁, 한국은 세계 평화의 주도 역할 담당해야
트럼프 정부 등장 이후, 주로 미국측에서 유엔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으나 성급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유엔과 나토, 환경 관련 국제기구에 대해 ‘꽁한’ 태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국제기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국가가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국제기구는 필요 없고 국가만이 할 수 있다는 주장은 국가 간 전쟁 가능성만 높일 뿐이다. 오히려 이번 이란과 우크라이나의 두 전쟁을 보면 유엔 개입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유엔 5개국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체제를 당장 폐지해야 한다. 안보리의 다수결 결정으로 유엔의 군사적 개입의 길을 열어야 한다. 군사적 개입은 참전국의 선택에 맡기면 된다.
우리나라는 유엔의 승인으로 건국했고 유엔군의 참전으로 6.25전쟁을 치렀다. 지금과 같이 강대국들이 임의로 전쟁을 일으킬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유엔의 권한을 강화하는 개혁을 우리나라가 주도할 수 있다고 본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겠지만 불필요한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유엔의 군사적 역할 강화가 꼭 필요하다. 유엔의 안보리 개혁을 위해 전 세계 중견국들이 함께 연대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캐나다의 카니 총리가 지난 다보스 회의에서 중견국 연대론을 주장한 바 있는데, 중견국 연대론도 시대적 타당성이 있어 보이나 그보다 유엔의 평화적 역할 강화가 더 실질적인 방안으로 보인다. 상임이사국의 반대로 유엔 개편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중견국 중심의 새로운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도 적극 추진해 볼 만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양국의 누적 사상자는 2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군의 사상자 약 120만~140만 명, 이 중 사망자는 30만~50만 명 수준으로 추정되며 우크라이나군 사상자 약 60만 명, 이 중 사망자는 8만 명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푸탄 한 사람의 망상과 욕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불구가 되었는가. 이런 무모한 전쟁을 막기 위해 또 다른 강대국의 견제만으로 부족하며 현재의 강대국 의존 국제 질서는 오히려 전쟁 가능성을 높일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의 안보 환경은 우크라이나와 이란에 못지않은 엄중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핵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두 전쟁의 전개와 종전 협상 과정은 우리가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 위험 요인을 사전에 학습하게 하고 대비할 방안을 마련하게 해주는 훌륭한 교과서다.
전 국민이 두 전쟁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세계평화를 위해서 우리나라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