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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8월 17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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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산실 역할 못하는 방송사, 근본적 혁신 필요


 

JTBC가 지난 6월 12일 206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제때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JTBC와 중앙홀딩스, 콘텐트리중앙, 중앙피앤아이, 메가박스중앙 등 중앙그룹 5개 사는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종합편성사업은 자금난을 이유로 갑자기 방송을 중단할 수 없다. 더욱이 지금 월드컵 중계를 하는 방송사이기에 더욱 그렇다.

 

법원은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하고 해당 기간에 자금을 외부로부터 수혈해 최소한의 경영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다. 중앙그룹의 산하 중앙일보도 그룹의 영향으로 자금 수급에 차질을 빚어 워크아웃 상태로서 그야말로 중앙그룹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중앙그룹은 어려움은 있겠지만 회생절차 기간에 일부 급한 채무를 갚고, 채무 상환 일정에 대한 양해가 채권자들에게 받아들여진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편 사업자 변경은 법적 허가 사항이기 때문에 현재 사업자 외에 다른 방송사업자가 인수하기도 쉽지 않고 현재와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 인수하겠다고 나설 곳도 없을 것이다.

 

중앙그룹은 조속히 자금 수혈을 하여 경영 피해를 최소화하고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직원들과 외주사 스태프들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이번 사태는 전적으로 경영의 실패이며 중앙그룹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들도 일정 부분 손실을 감수하는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기업경영 중에서 가장 어려운 사업은 문화콘텐츠 및 뉴스·출판 등 지식정보업

 

중앙그룹의 재정적 어려움은 미디어 선진국에서도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기업은 ‘흥망성쇠’라는 과정을 이어가면서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된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미디어업계는 그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은 게 문제다.

 

망하는 기업이 없으면 흥하는 기업도 없다. 한국 미디어계는 미디어 기업 간의 인수합병, 자금 수혈, 경영인 교체, 새로운 혁신 경영 도입 등의 시도가 잘 일어나지 않는 까닭에 서서히 가라앉는 형국이라고 할까.

 

한국이 반도체 등 제조업 선진국이고 K-팝, 영화 등 한류 콘텐츠는 세계적인 이름을 날리고 있는데, 한류 콘텐츠의 산파역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미디어 플랫폼은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방송 사업은 규제가 너무 타이트해서 숨통이 꽉 막혀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규제 완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방통위와 문체부는 그냥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방송사 운영 전반에 걸친 검토를 거쳐 획기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의 방송 사업은 성장의 돌파구를 찾아가기가 어려운 환경인 데다 뛰어난 경영 능력을 보여주는 경영자도 드물어 방송사의 어려움은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화 돼 오던 차에 중앙그룹 사태가 벌어졌다.

 

방송사 경영이 어려운 것은 수익성과 공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쇼 등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콘텐츠만 생산하는 방송사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지만, 종편과 지상파는 뉴스와 교양 콘텐츠를 의무 비율만큼 제작해 공급해야 한다. 이런 조건은 수익성을 내기 어렵게 만든다.

 

예전에는 방송사가 수지맞는 사업이었는데, 왜 지금 안 되는가. 방송 환경이 너무 달라졌다. 애초 종편 허가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내준 데다, 넷플릭스,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 등과 한정된 광고 수입을 나눠야 하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이런 방송 환경에서는 뛰어난 경영자가 아니고서는 성장은커녕 현상 유지도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고 할 만하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의 경우 돈 안 되는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 없이 콘텐츠에 집중하고 뉴스 포털 관리만 하면 된다. 이렇게 불리한 조건에 처해 있는 종편과 지상파일수록 더욱 뛰어난 경영자가 요청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지상파의 경영자는 주로 자사 기자와 피디 출신이 하고, 종편 경영 책임자는 오너가에서 맡는다.

 

기자와 피디 출신은 뉴스와 프로그램의 전문가이기는 해도 경영자로서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콘텐츠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겠지만, 사업 환경과 성격이 기술화되고 국제화돼 있다. 국내외 미디어 산업 전반의 이해도와 기술적 트랜드를 꿰뚫고 있어야 하고 관계기관, 유력 연예인과 작가 등 콘텐츠 업계와 돈독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엔비디아의 젠슨황 대표가 한국에 와서 우리 기업 총수들과 치맥 파티를 수시로 가지지 않는가. 한국의 방송업계는 세계의 ‘외톨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나라는 미디어업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의 기업들도 마찬가지인데 최고 경영자급은 20대 직원부터 경영자로서 자질이 엿보인다고 하면, 일찌감치 경영자 수업을 시키며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 기업의 성장은 경영자의 능력만큼 성장한다.

 

경영자는 하루아침에 나오는 게 아니다. 그냥 ‘똑똑하네! 일 잘하네!’하는 정도로는 경영자로서 부족하다. 경영자는 한 가지를 잘 아는 전문가급을 훨씬 뛰어넘는 초특급 인재가 아니면 안 된다. 경영자는 자질과 함께 그 자질을 닦는 상당한 경험이 필요한 까닭이다.

 

◇진부한 방송 프로그램들이 똑같이 방송되는 풍토 벗어나야

 

한국 방송사들은 자신만의 콘텐츠 기획 포지셔닝 없다. 그러다 보니 그냥 진부한 프로그램들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백화점처럼 나열하는 것에 그친다. 이 방송을 보나 저 방송을 보나 특징이 없다. 방송사가 첫 번째로 할 일은 자신이 집중할 카테고리를 정하는 것이다. 이게 없으니 방송사마다 차별이 안 간다. 집중하지 않으니 평이한 프로그램밖에 나올 게 없다.

 

어떤 콘텐츠를 하겠다는 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예를 들면 드라마를 하겠다는 것은 기획이 아니다. 드라마 카테고리가 얼마나 막연하고 넓은가. 이 카테고리를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너무 좁으면 확장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너무 넓으면 집중이 안 되고 브랜드 파워를 가지기 어렵다.

 

대개 드라마 책임자들이 피디를 하다 보면 자기가 잘 아는 카테고리와 인맥 중심으로 하는데, 이것이 기획 없는 방송사 드라마를 만든다. 피디도 기획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제작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데, 기획을 잘하는 피디가 전체적 책임을 맡는 게 좋다.

 

아무튼 구체적이고 한정된 콘텐츠 카테고리에 집중해서 콘텐츠를 제작하면 자연히 전문성도 향상되고 작품의 질도 높아지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콘텐츠와 콘텐츠 카테고리도 떠오르게 된다. 문화콘텐츠는 마음에 호소하는 작품이므로 인간은 싫증을 내기 마련이다. 아무리 방금 히트 낸 작품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고 해도 그런 카테고리를 또 생산하면 대실패를 한다.

 

 

방송사는 콘텐츠 카테고리를 창업 초기에는 집중해서 히트작이 나오면 다음에는 너무 엉뚱한 것은 피하되, 변화의 혁신적 카테고리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변화를 추구하되, 이전의 강점을 활용하여 비용을 적게 들이는 것이 자금 리스크 관리 면에서 필요하다. 의욕이 앞서서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드라마를 인맥 가까운 사람들끼리 제작하다간 자금난 고갈에 빠지는 것이다.

 

다행인 점은 인간의 마음에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카테고리는 아주 적다는 것이다. 슬픔과 기쁨, 그 중간 등 세 가지 사이에서 소재와 스토리 전개로 수많은 변종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두세 작품 히트 치면, 콘텐츠 생산력은 극대화되고 이때부터 기획이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한국 방송사들은 가끔은 히트작을 내도 기획의 묘수를 부리는 전문가를 배출해 내지 못했다. 히트 낸 카테고리를 단물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하다가 시청자들의 마음은 벌써 떠났는데, 제작자도 지치고 방송사도 지쳐서 나가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거기에다 콘텐츠를 만드는 전문가들, 즉 작가와 감독, 피디, 배우, 스태프, 기자 등을 값싼 소모품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서 히트작이 이어지지를 않는다. 방송사 경영자들이 진정으로 콘텐츠 제작자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방송사의 승부수는 결국 콘텐츠 생산자들을 잘 관리하고 양성하는 일이다. 방송사 수익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원리를 이해하면 방송 사업은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콘텐츠 사업이야말로 로봇이 할 수 없고 오직 사람들이 만들고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

 

◇종편과 지상파 뉴스와 논평, 이대로는 안 된다

 

종편이 한때 뉴스 논평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자 논평 프로그램을 지상파도 따라 하고 이제는 유튜브들이 아예 논평으로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요즘엔 유튜브 시사 논평이 시청자들과 관심도 면에서 보면 종편과 지상파를 앞지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편과 지상파는 이대로 가면 안방을 모두 유튜브들에게 내줄 판이다. 유튜브를 이기려면 철저한 사실 취재와 객관적 논평밖에 없다. 똑같이 자극적이고 데시벨 높은 논평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기자의 확보와 양성이다.

 

특정 카테고리에 관한 전문기자의 전문성은 그 분야의 학자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한국 방송사와 언론사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전문기자들에게 출연할 기회를 주고 취재할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

 

한국 언론사는 전문기자들에게 취재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고 취재비를 아끼려는 관행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 각 사는 기자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하며 이 부분에서 정부의 간접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방송사 경영은 ‘장수 경영’ 모델이 바람직

 

마지막으로 종편과 지상파는 조직의 지속성을 위해 당연히 수익을 내야 하겠지만 수익만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언론사는 고용을 유지할 수 있으면 경영상으로는 충분하고 언론사로서 공정성과 전문성을 실천하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 방송사는 메이저이든 마이너이든 ‘장수 경영’이 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장수 경영은 시청자의 신뢰로 운영되는 모델임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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