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한 2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9일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 시행 이전 사건에서 '원청이 하청노조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기존 전원합의체 판례를 재확인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이날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재판부는 "CJ대한통운과 집배점 택배기사 사이에 명시·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전국택배노동조합이 2020년 3월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회사가 이를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지방노동위원회는 회사 측 손을 들어줬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재심에서 이를 뒤집고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CJ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은 모두 회사가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법원은 "CJ대한통운이 기본적인 노동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상고심에서는 올해 5월 HD현대중공업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이 기준이 됐다.
당시 대법원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 구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는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날 CJ대한통운 사건에도 같은 법리를 적용하며 "구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 개정 노동조합법과 유사한 법리를 창설해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기존 전원합의체 판단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진보당은 개정 노조법 취지를 외면했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노조법이 개정돼 진짜 사용자와 교섭할 길이 열렸지만, 대법원은 개정 노조법의 취지와 시대정신을 적극 반영하기보다 과거 법을 근거로 원청의 사용자성과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에도 민주노총 내 400개 사업장 가운데 실질적인 교섭이 시작된 곳은 4곳에 불과"하다며 "이번 판결이 현장에서 법이 제대로 작동하는 데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노동조건을 지배하는 원청이 사용자로서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정혜경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원청이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회피할 수 있는지를 묻는 사건"이라며 "배송구역과 배송시간, 수수료 등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주체는 원청이라는 것이 현장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국회의 노동조합법 개정 취지를 강조하며 "국회는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에게 사용자 책임을 묻도록 법을 개정했고, 정부 역시 형식이 아닌 실질을 기준으로 노동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입법부는 현실을 반영해 법을 바꾸고 행정부도 노동현장의 실질을 기준으로 정책을 추진하는데 사법부만 과거의 법리에 머물러 있다"며 "역사는 앞으로 가는데 법 해석만 뒤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