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고환율이 장기화되면서 올해 상반기 국내 장바구니 물가가 전반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 불안이 농·축·수산물 생산비와 수입 원가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조기·쌀·감자 등 주요 먹거리 가격이 두 자릿수 이상 상승했고, 외식·가공식품 가격도 연쇄적으로 오르는 등 물가 부담이 일상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조기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 상승했다. 지난 2월 중동 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하며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이에 따라 국내 어선들의 조업이 줄어 참조기 공급량이 감소했다.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들여오는 중국산 부세나 아프리카산 침조기도 고환율로 수입단가가 크게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수입 냉동 조기 평균 소매가격은 마리당 4850원으로, 올해 처음 4800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쌀(15.1%), 인삼(14.6%), 감자(10.5%) 등 국내 농산물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화학비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환율 상승은 비료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고, 국제유가 상승은 농기계 연료비와 시설하우스 난방비, 농자재 가격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렸다.
생산비 부담이 커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동반 상승한 것이다. 수입 과일인 망고 역시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항공·해상 운송비와 콜드체인 비용이 모두 증가해 상반기 가격이 13.1% 올랐다. 이달 기준 망고 한 개 평균 소매가격은 5791원으로 지난해보다 36.3% 비싸졌다.
반면 기상 호조로 생산량이 늘어난 당근(-37.8%), 양배추(-35.0%), 무(-33.7%) 등 일부 농산물은 가격이 폭락했다. 도매가격은 급락했지만 비료값·유류비·인건비는 오히려 올라 농가 수익성이 악화되자, 농민들은 지난 7일 서울 광화문에서 근본적인 가격 폭락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상반기 가공식품 중 북어채 가격은 15.1% 올라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고, 고추장(12.1%), 젓갈(10.5%), 단무지(10.4%)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재료 수입단가 상승과 제조 공장의 에너지 비용, 포장재 가격 인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외식 물가 역시 꾸준히 오르고 있어 서울 지역 삼겹살(200g 기준)은 올해 처음 2만1000원을 넘었고, 삼계탕·냉면·비빔밥·칼국수 등 주요 메뉴도 모두 1만원 이상을 기록했다.
식음료업계의 가격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칠성사이다 등 44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고, 메가MGC커피·이디야커피·더본코리아 등 주요 외식 브랜드들도 잇따라 가격을 올렸다. 호텔 뷔페도 올해 들어 연속으로 가격을 인상하며 전반적인 외식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물가 불안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농식품 물가 상승이 특정 품목의 일시적 급등이 아니라 에너지 비용, 식품 제조업 임금, 물류비 등 공급망 전반의 비용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고환율이 지속되고 여름철 폭염·집중호우 등 기후 변수까지 겹칠 경우 채소·과일 가격이 다시 크게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달 생산·유통·판매 전 과정에 1조원을 투입하는 민생물가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제유가·환율·기상 여건 등 대외 변수가 여전히 불안정해 하반기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