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이 인간의 노동을 기계로 대체한 혁명이었다면, AI는 인간의 지적 노동까지 대신하는 새로운 문명의 전환이다. 세계 경제학자들이 산업혁명보다 더 큰 충격을 경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16명을 포함한 세계 정상급 경제학자와 AI 연구자 200여 명이 「우리는 지금 행동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3개 항, 이들은 4 문장으로 구성된 이 성명에서 “AI가 인류의 생활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일 가능성이 있는 반면에 대규모 일자리 대체와 소득 불평등 심화라는 위험도 동시에 안고 있다”고 이들은 경고했다.
이미 경제는 성장하지만, 일자리는 늘지 않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 일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경제성장률의 회복을 기대하지만 고용지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의 투자 방향도 달라졌다. 아마존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면서도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투자에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사람을 줄이는 대신 서버와 반도체, AI 시스템에 투자하는 것이 기업의 새로운 성장 전략이 된 것이다.
그러나 세계가 AI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산업도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농업이다. 농업은 AI시대에도 인간이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전략 산업이다.
식량은 반도체처럼 수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제 분쟁이나 기후변화, 공급망 위기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이 식량 안보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농촌의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다. 앞으로 농업 인력이 더욱 줄어든다면 식량 자급 기반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우주항공, 슈퍼컴퓨터,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차 등 첨단 산업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 강국이 되더라도 높은 청년실업률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기술은 성장의 동력이지만, 일자리는 사회를 지탱하는 기반이다. 국민이 성장의 성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경제는 결국 한계에 부딪힌다. AI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첨단기술의 수준뿐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어내고 사람을 생산 현장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AI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청년을 AI 개발자나 종사자로 만들 수는 없다. 오히려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농업과 바이오 제조업, 에너지 같은 실물 산업에 청년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농업은 드론과 자율주행 농기계, 위성 데이터, AI 기반 생육 관리 시스템을 활용하는 첨단 산업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AI와 농업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발전시키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는 오래 전부터 “앞으로 가장 유망한 산업은 농업”이라며 “농부가 되는 것이 가장 좋은 직업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해 왔다. 그의 전망은 단순한 투자 조언이 아니라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내다본 통찰이었다.
AI가 세상을 바꾸는 지금도 이 메시지는 오히려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첨단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식량을 생산하는 산업은 대체될 수 없으며, AI는 농업을 밀어내는 기술이 아니라 농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기술이어야 한다.
AI가 만드는 미래는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막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만들어낼 충격을 어떻게 흡수할 것인가이다. 성장률 숫자만 높이는 경제정책으로는 부족하다. 사람에게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주는 산업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
특히 국가의 식량 안보를 책임지는 농업을 미래 산업으로 재설계하고, 청년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아무리 최첨단 시대라도 먹지 않고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