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오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은 인상 이유를 고물가를 잡고, 급증한 가계부채를 억제하며,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경제학 이론대로라면 금리를 올리면 돈의 흐름이 둔화한다. 소비와 투자가 줄어 물가가 안정되며, 대출도 감소해 집값과 가계부채가 진정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현실을 살아가다 보면 그렇지만은 것 않다. 정말이지 오늘의 고물가와 가계부채, 그리고 집값 급등이 금리를 조금 늦게 올렸기 때문에 생긴 문제이며, 정말 그 책임을 지금 대출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이자를 부담시키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가 의문이 든다.
최근 몇 년간의 물가 상승은 단순히 시중에 돈이 풀린 탓도 있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불안, 전쟁과 같은 외부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집값 역시 공급 부족, 지역별 개발 기대감, 세제와 금융정책, 투자 심리 등 수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가계부채 또한 단순히 금리가 낮아서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높은 집값을 감당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출을 선택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렇다면 집값이 치솟았을 때 과연 서민들이 투기를 주도했는가. 장을 보러 가면 매번 오르는 식료품 가격을 과연 평범한 소비자들이 올렸는가. 가계부채가 늘어난 이유가 서민들이 사치와 낭비를 즐겼기 때문인가. 현실은 오히려 반대다. 내 집 한 채 마련하기 위해, 전셋값을 감당하기 위해, 생활비를 메우기 위해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살아가기 위해 빚을 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정책의 부담은 늘 그들에게 돌아간다.
금리를 올리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사람은 대출을 안고 살아가는 서민들이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이자는 늘어난다. 생활비를 줄이고 소비를 포기하며 버틴다.
반면 은행은 늘어난 이자 수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반복된다. 금리 인상이 경제 전체를 위한 정책이라고 하지만, 그 혜택과 부담은 결코 공평하게 나누어지지 않는다.
더 답답한 것은 책임의 문제다. 집값이 폭등해도, 물가가 치솟아도,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 수준이 되어도 정책을 설계한 사람 가운데 책임을 지는 모습을 국민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늘 새로운 설명이 등장한다.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정책이 나오고, 또 다른 설명이 이어진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책 실패의 부담을 실제로 떠안은 국민에게 사과하거나 정치적·행정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들이 경제 상황을 운운하며 국민의 생활경제를 걱정하는 듯하지만 책임은 언제나 국민에게만 남는다. 집을 산 사람은 무리한 대출을 했다고 비판받고, 집을 사지 못한 사람은 시장을 읽지 못했다고 말한다.
소비하면 물가를 자극한다고 하고, 소비를 줄이면 내수가 침체한다고 한다. 어떤 선택을 해도 국민은 비판의 대상이 되지만, 정책을 결정한 사람들은 늘 새로운 이유를 찾는다.
이자 무서운 걸 모르는 이가 없다. 모른다면 경제인이 아닐 것이다. 빚을 다 갚고 나면 산에서 지게로 지고 내려온 나뭇짐을 부엌 앞 마당에 부려놓았을 때처럼 날아갈 듯이 후련하다. 그래서 지금도 무수한 사람이 빚을 갚으려고 애를 태우며 노력하고 있다.
빈부의 차이가 심한 지금의 경제구조 아래에서는 금리를 올렸다고 집값, 고물가 등이 잡힐 거라고 믿어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금리 인상은 돈을 장사하는 은행만 좋은 일 시킬 뿐이라고 믿고 있다.
경제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삶이기 때문이다. 거두절미하고 금리 인상이 정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그 부담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 그리고 정책이 기대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면 책임 역시 함께 져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정부에 기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자세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