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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8월 16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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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농산물 기준가격의 독점, 이제는 바뀔 수 있을까?


 

◇ 농산물 유통구조의 개혁 방향

 

요즘 농민과 시민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이제는 정말 바뀔 수 있겠지요?” 농산물 가격폭락으로 지난 7일 농민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은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 사이의 큰 격차를 지적하며 "농산물 유통구조의 근본적 개혁"을 주문했다. 특히 "정부가 유통구조 개선에 비용을 투입하고 유통시스템에 참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산물 유통개혁의 목표가 단지 유통단계를 한두 단계 줄이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농민·소비자·소상공인이 가격 형성 과정에서 어떤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농민에게는 가격 결정권이 주어져야 한다. 표준생산비와 적정소득, 품질을 근거로 농민에게 공정가격을 제시하고, 농민 스스로 거래 방식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소비자에게는 농가 수취가격과 유통비용, 단계별 마진을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는 정보 접근권이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다가갈 수 있다. 소상공인에게는 특정 도매시장이나 공급자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공급처를 선택할 수 있는 구매 선택권이 필요하다. 그래야 안정적 가격이 확보된다.

 

이 세 권리는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 농민에게 적정한 가격을 보장한다고 해서 소비자가 반드시 더 비싸게 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소상공인의 구매가격을 낮추기 위해 농민의 수취가격을 희생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불필요한 중복 물류 및 거래비용을 줄이고, 특정 거래 주체에 집중된 시장지배력을 완화하면서 가격과 품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농가 수취가격을 높이면서 소비자 가격을 합리화하고 소상공인의 구매 조건도 안정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유통·물류 경로의 단축을 넘어선 가격 형성 구조의 개혁이다. 특정 도매시장의 경락가격이 전국의 기준가격처럼 작동하는 구조를 바꾸고, 농민에게 필요한 공정가격을 계약재배와 정가·수의거래의 출발점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 가격을 실제 거래를 통해 검증함으로써 시장이 신뢰하는 참조 가격으로 발전시키고, 필요한 유통비용과 투명한 적정마진을 더해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가격으로 연결해야 한다.

 

◇ 진정한 정가·수의거래는 다양한 거래 주체가 참여해야 한다

 

진정한 정가·수의거래는 생산자와 구매자가 출하 전에 품질·물량·가격·배송·정산과 가격변동 위험을 협의하는 계약거래여야 한다. 거래가 성립된 농산물은 중앙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산지에서 구매처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매시장법인뿐 아니라 시장도매인, 일정한 요건을 갖춘 중도매인과 매매참가인, 생산자조직 등 다양한 주체가 거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거래 주체의 확대에는 출하자 보호장치가 뒤따라야 한다. 계약 내용을 전자적으로 등록하고 가격·품질·수수료·물류비를 공개하며, 통합정산과 지급보증을 통해 미수금과 계약불이행 위험을 줄여야 한다.

 

여기서 공공의 역할이 필요하다. 공공은 모든 물량을 직접 매입하는 독점사업자가 아니라, 공정가격과 계약재배·정가·수의거래를 실제 시장에서 실증하고 민간의 변화를 촉진하는 ‘메기’가 되어야 한다.

 

◇ 시장도매인 방식의 공공도매법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공공도매법인은 기존 도매시장법인과 같은 경매 중심 법인이 아니라, 공공성을 부여받은 시장도매인 형태의 법인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행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에서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은 서로 다른 거래 주체다.

 

도매시장법인은 출하자로부터 농산물을 위탁받아 상장해 도매하거나 이를 매수해 도매하는 법인이다. 시장도매인은 도매시장 개설자의 지정을 받아 농산물을 직접 매수 또는 위탁받아 도매하거나 매매를 중개하는 법인이다.

 

공공출자형 시장도매인은 표준생산비와 적정소득, 품질을 반영한 공정가격을 계약 협상의 출발점으로 제시해야 한다. 생산자조직과 계약재배 물량을 확보하고 전통시장·동네마트·식자재업체·공공급식 운영 주체와 예약형 정가·수의거래를 체결해야 한다.

 

가격은 일률적인 고정가격보다 하한가격 보장형 시장연동계약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생산비를 반영한 하한가격은 보장하되 시장가격이 상승하면 상승분의 일정 부분을 생산자와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생산자 수취가격의 하방 위험을 줄이면서 시장가격과 지나치게 괴리되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공공출자형 시장도매인은 민간보다 언제나 높은 가격으로 농산물을 매입하는 기관이 아니다. 생산자의 가격 하락 위험을 줄이고, 소상공인에게 안정적인 구매처를 제공하며, 소비자에게 투명한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새로운 거래경로다.

 

◇ 지방정부의 의지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공영도매시장의 개설자와 시장도매인 지정권자는 지방자치단체다. 중앙정부가 현행 제도 아래에서 특정 도매시장에 공공출자형 시장도매인을 일방적으로 설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국 농산물의 가격 안정과 유통구조 개선을 지방정부의 의지에만 맡겨서도 안 된다. 지역마다 정치적·행정적 조건이 다르고, 기존 유통 주체의 이해관계도 강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법과 예산, 정책금융과 제도적 유인을 통해 지방정부의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국 공영도매시장을 대상으로 공익형 시장도매인·권역공공유통 혁신 시범사업을 신설하는 것이다.

 

서울 강서시장에는 이미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가 함께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서울에서는 산지 지방정부·생산자조직·공공기관 등이 참여하는 공공출자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강서시장의 시장도매인으로 지정하는 기존 제도 활용형 모델을 추진할 수 있다.

 

서울시가 법인을 단독 설립하고 모든 위험을 부담할 필요는 없다. 제주·전남·경북 등 산지 지방정부와 생산자조직, 공공기관이 출자한 산지연합형 법인을 만들고, 서울시는 시장도매인 지정과 영업공간·거래정보·정산 인프라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할 수 있다.

 

강서시장 모델은 ‘서울시 공공도매법인’보다 강서시장 산지직결·소상공인 공동구매 혁신사업으로 설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서울시에는 강서시장의 경쟁력 강화와 소상공인 구매비용 절감이라는 정책 효과를 제시하고, 중앙정부는 저온물류시설·산지 직송·공동배송·전자계약·정산보증과 구매자금에 국비를 지원해야 한다.

 

전남·광주의 경우는 시장도매인제를 새로 도입하는 복수 거래제도 전환형 모델로 추진할 수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각화도매시장 또는 서부도매시장을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가 함께 운영되는 시장으로 개편하고, 전남·광주 지방정부와 공공기관·품목농협·생산자조직 등이 출자한 법인을 공공출자형 시장도매인으로 지정하는 방식이다.

 

전남의 품목농협·APC·생산자조직은 양파·마늘·배추·과일 등의 계약재배 물량을 조직하고, 공공출자형 시장도매인은 광주의 전통시장·동네마트·식자재업체·공공급식 수요와 연결한다. 전남·광주 모델은 인접한 생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하는 권역순환형 모델이다.

 

◇ 정부는 공공법인의 성공할 조건에 투자해야 한다

 

국비를 법인의 자본금으로 직접 출자하려면 별도의 법적 근거와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초기에는 지방정부·공공기관·생산자조직이 자본금을 출자하고, 중앙정부는 공공출자형 시장도매인이 실제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기반을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정부 지원은 법인 설립 타당성 조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전자계약과 품질관리, 통합정산 시스템, 계약재배 조직화, 공동물류와 소상공인 공동배송을 지원해야 한다. 계약재배 물량을 확보하고 판매대금을 회수하기까지 필요한 운전자금도 저리로 공급해야 한다. 구매자의 미수금과 계약불이행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정산보증과 구매자카드도 필요하다.

 

시범 기간에는 정부·지방정부·법인·생산자조직이 함께 가격위험 분담기금을 조성해 급격한 가격 하락과 계약불이행에 대응할 수 있다. 다만 시장가격과 보장가격의 차액을 정부가 모두 보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생산자와 법인·정부가 위험을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구조여야 한다.

 


 

◇ 「농안법」에 국가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현행 「농안법」에는 공공출자형 도매시장법인에 관한 근거는 있지만, 공공출자형 시장도매인의 정의와 국가 지원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농안법」에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생산자단체 등이 출자한 법인을 공익형 또는 공공출자형 시장도매인으로 정의하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시범지역을 지정해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자거래와 통합정산, 품질관리, 계약재배, 산지 직송과 소상공인 공급에 필요한 특례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정 비율 이상의 생산자조직과 소상공인이 법인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하고, 농가 순수취가격·유통비용·정산기간을 공개하는 공익적 의무도 부과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가장 강한 수단은 조건부 국비 지원이다. 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저온저장시설, 공동물류센터, 디지털 전환과 전자송품장 예산을 지원할 때는 단순한 시설개선에 그치지 않고 거래제도 개혁을 조건으로 제시해야 한다.

 

공공출자형 시장도매인 지정,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가 함께 운영되는 복수 거래제도 도입, 계약재배와 예약거래 목표 설정, 농가 순수취가격과 유통비용 공개, 통합정산과 지급보증제 도입을 약속하는 시장에 국비를 우선 지원하는 방식이다.

 

서울시가 공공출자형 시장도매인 도입에 소극적이더라도 강서시장 시설개선과 산지 직송, 디지털 물류, 소상공인 공동구매에 상당한 국비가 결합된다면 참여할 유인이 생긴다. 이 사업은 특정 정당이나 지방정부의 정책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서울에서는 강서시장의 경쟁력 강화와 소상공인 지원사업으로, 전남·광주에서는 지역 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로와 권역 내 물류 효율화를 위한 사업으로 제시할 수 있다.

 

중앙정부·서울시·전남광주·산지 지방정부 간 협약을 체결해 역할을 분담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국비·정책금융·정산보증을 지원하고, 도매시장 개설자는 시장도매인 지정과 영업시설을 제공하며, 산지 지방정부와 생산자조직은 계약재배 물량을 확보하고, 소상공인 조직은 구매 수요를 약정하는 방식이다.

 

◇공공이 만들어야 할 것은 새로운 선택지다

 

경매는 당일 현물 수급을 반영하는 신호가격으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시장의 경락가격만이 전국 농산물 거래의 사실상 유일한 기준가격처럼 작동해서는 안 된다. 공공출자형 시장도매인의 계약가격, 민간 시장도매인의 협상가격, 생산자조직의 계약재배 가격과 온라인도매시장 가격이 함께 형성되고 비교돼야 한다.

 

서울 강서형과 전남·광주형을 같은 시기에 실증하고, 농가 순수취가격·소상공인 구매가격·소비자가격·유통비용·정산기간을 동일한 지표로 평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어떤 거래 방식이 농민·소비자·소상공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지 검증해야 한다.

 

농민에게는 가격 결정권과 공정가격을, 소비자에게는 정보 접근권과 합리적 가격을, 소상공인에게는 구매 선택권과 안정적 가격을 보장하는 것. 이것이 농산물 기준가격 형성의 독점을 완화하고 대통령이 주문한 유통구조의 근본적 혁신을 실현하는 길이다.

 

농민과 시민들이 묻는 “이제는 정말 바뀔 수 있겠지요?”라는 질문에 정부는 온라인 거래액이나 할인쿠폰 규모가 아니라,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거래경로와 새로운 가격 형성 질서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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