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AI기본법)’ 개정안이 21일부로 시행된다. AI기본법은 인공지능(AI)의 건전한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해 국민의 권익과 존엄성을 보호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 및 국가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AI 법·제도 체계가 한층 구체화되며 산업 현장에서의 적용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생성형 AI 표시 의무와 고영향 AI 관리체계를 구체화하는 동시에 산업 육성과 규율을 아우르는 정책을 본격 가동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제품·서비스를 조달할 때 AI 기반 제품·서비스를 우선 고려하도록 하는 ‘공공수요 창출 제도’다. 새롭게 출시된 AI 기술을 공공부문이 선제 도입해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도록 하는 취지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AI 활용 여부를 기술적으로 확인하는 ‘AI 제품·서비스 확인 제도’도 도입됐다. 기업이 확인서를 취득하면 다수공급자계약 참여 요건 완화, 총액계약 적격 심사 가점 등 조달 시장에서 우대받을 수 있어 빅테크와 스타트업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AI 접근성이 낮은 국민을 지원하는 근거도 강화됐다. 기존 장애인·고령자 중심의 취약계층 범위를 경력보유여성, 구직자 등 고성능 AI 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계층까지 확대해 국가와 지자체가 이용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AI 전문인력 교육·훈련 및 취업 지원, 벤처투자모태펀드를 활용한 AI 창업 지원, 공공데이터의 학습용 데이터 제공 기준 마련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지원책도 포함됐다.
AI 연구소 설립·운영에 관한 절차와 요건도 구체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기업, 출연연, 비영리법인 등 다양한 주체가 연구소를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재정 요건·보안대책·내부 관리 규정 등 필수 요건을 제시해 연구 기반을 체계화했다. 정부는 최소 1년 이상의 계도기간을 운영하며 산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고영향 AI 적용 사례, 생성형 AI 표시 방식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세분할 계획이다.
법 시행에 맞춰 주요 기업들도 AI 안전·거버넌스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네이버는 ‘AI 세이프티 센터’를 중심으로 3계층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생성형 AI 결과물에 안내 문구를 표시하고 있다. 카카오는 ‘AI 가디언스 TF’를 운영하며 가시·비가시 워터마크를 적용하고, SK텔레콤은 AI 거버넌스 조직과 ‘AI 레드팀’을 분리해 서비스 단계별 위험을 점검한다. KT는 ‘책임 있는 AI’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외부 자문위원회를 운영 중이며, LG유플러스는 ISO/IEC 42001(인공지능경영시스템 요구사항 규정 국제표준) 기반의 AI 경영시스템을 도입해 리스크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업스테이지는 모델 출시 전 내부 안전 검증 시스템 ‘QUA(Quality Assurance)’를 통해 유해성·편향성·사실 오류를 자동 평가해 기준 미달 모델은 배포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AI 기본법 개정안이 생성형 AI 표시 의무의 적용 범위, 사람이 결과물을 편집한 경우의 기준, 고영향 AI의 구체적 정의 등 실무적 판단 기준에서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의료·금융·채용·교육 등 민감 영역에서 어떤 서비스가 고영향 AI로 분류되는지 명확하지 않아 기업들이 법률 검토와 위험 평가에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에는 규제 대응 비용이 시장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는 산업 경쟁력과 위험 관리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정교한 제도 운용이 향후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공공부문의 AI 도입이 가속화되고 국민의 AI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공공이 마중물이 되어 민간의 혁신 기술을 신속히 도입하고 더 우수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