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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8월 17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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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수사 막고 피해자 구제 우선"…형사소송법 토론회


 

국회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23일에 ‘범죄 피해자가 바라보는 바람직한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경찰의 부실수사나 증거 누락, 수사 지연 등으로 피해자가 또다시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독립적인 재검토 절차가 마련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보완수사권 문제를 검·경 간의 권한 배분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형사소송법 개정의 핵심 기준으로 세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경찰의 초동 수사 오류를 타 기관이 재검증할 수 있는지, 둘째, 억울하게 종결된 사건에 대해 피해자가 실질적인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 있는지, 셋째, 수사 지연되는 동안 피해자의 안전과 생계를 보호할 대책이 있는 지 등이다. 검·경의 조직 논리가 아닌 피해자의 구제가 법 개정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황산테러, 성폭력·강력범죄, 스토킹, 학교폭력, 상해 사건 등 다양한 범죄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참석해 직접 겪은 사법 절차의 한계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이들은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와 무리한 불송치 결정, 장기간 지속되는 보완수사와 피해자에 대한 정보 제공 부족 등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 “보완수사권은 민생범죄 피해자의 신문고 역할”

 

권현유 법무법인 로 트러스트 변호사는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민생범죄 피해자의 억울함을 알리는 ‘신문고’ 역할을 제안했다.

 

권 변호사는 “검사라고 해서 모든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검찰에도 오류와 실망스러운 판단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경찰 단계에서 해결되지 않은 피해자의 억울함을 한 번 더 살펴볼 장치는 과도한 것이 아니며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직장 상사에게 유사강간 당했다 고소한 피해자의 실제 사례를 소개한 그는 "경찰은 가해자와 합의된 관계였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무혐의 처분했고, 불송치 결정 이후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유족은 피해자가 사망한 뒤에야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 제도를 알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후 피해자의 약혼자와 주변인 진술, 유품인 피해자의 일기와 태블릿PC 자료, 가해자와의 통화 녹음 등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경찰 수사의 심각한 부실함이 드러났다"며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민생범죄 피해자에게 마지막 희망을 주는 제도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검사 권한 삭제만으로는 수사기관 정상화 못 해

 

전다운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발생한 수사 지연과 부실수사, 피해자 권리 침해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전 변호사는 "정치적 남용을 막기 위한 검사의 독자 수사권 제한과 별건수사 금지에 동의했지만, 일반 민생 사건에서는 경찰과 검사 모두 충실히 조사해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정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발의된 대부분의 개정안은 어떻게 수사를 내실화하고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실현할 것인지보다 검사의 권한을 삭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경찰이 독점적으로 수사를 개시하고 종결하는 구조에서는 국가기관 간 견제와 피해자에 의한 통제가 함께 필요하다"고 짚었다.

 

전 변호사는 검사의 수사지휘와 보완수사, 전건송치를 통해 경찰 수사를 통제해야 한다고 봤다. 동시에 피해자에게 수사기록 접근권을 보장해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직접 견제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기록 공개 전제만으로도 1차 수사의 내실화를 유도할 수 있고, 불송치·불기소 결정에 대한 실질적인 이의신청과 재정신청이 가능해 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불송치와 불기소 결정 시 증거와 판단 근거를 구체적으로 작성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제도로 인해 피해자가 형사절차에서 소외되고 자신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해 피해를 입증하며 민사소송에 의존하는 ‘민사의 형사화’가 심화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실한 수사기록이나 기록 제공 제한은 피해자의 민형사상 손해배상 청구와 권리 구제를 어렵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속하고 충실한 수사는 피해자의 권리구제와 직접 연결된다”며 “경찰이 현장을 놓쳤을 경우 수사 단계에서는 검사가 즉시 점검하고, 기소 단계에서는 부족한 증거와 법리를 직접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보완수사 요구 제도가 오히려 수사 지연을 구조적으로 고착화하고 국가의 피해자 보호 의무를 제한해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검경 간 사건 이관 반복으로 인한 수사 곁돌기와 경찰의 불송치 선호 경향이 피해자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었다.

 

전 변호사는 "보완수사 요구 사건의 80% 이상이 즉시 확인 가능한 단순 서류 보완 수준임에도 평균 53일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형식적 절차는 수개월의 지연을 유발해 DNA와 CCTV, 블랙박스 등 결정적 증거 확보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한다는 우려에서다.

 

그는 보완수사 기간을 제한하는 방식은 수사의 충실성을 떨어뜨리고 형식적인 종결만 늘릴 수 있어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검사가 기록만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면 피해자와 피의자를 직접 만나지 않은 채 재판을 진행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개정의 출발점은 피해자를 보호 대상이 아닌, 형사재판의 독립적인 주체로 인정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형사소송 구조는 검사와 피고인이 대립하고 피해자는 증인 등 증거의 하나로 취급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피해자는 사건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데도 소송기록 접근과 의견진술이 제한되고, 권리 행사 여부가 재판부의 재량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전 변호사는 일본과 독일 등의 사례처럼 피해자가 직접 형사재판에 참여하는 ‘피해자 참가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피해자 참가인은 검사의 보조자를 넘어 증거 신청과 의견 진술이 가능한 독자적 지위를 가져야 한다"며 "검사가 특정 권한을 쓰지 않으면 피해자에게 설명해야 하며, 피해자가 직접 법원의 허가를 받아 신문이나 의견 진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검사 권한 축소에 맞춰 피해자의 참여·방어권을 강화하는 피해자 참가제도야말로 검찰개혁을 완성할 필수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 수사 완결성 확보돼야 피해자 지원도 가능

 

조병호 인천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무처장은 약 20년간 수천 명의 피해자를 만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층간소음 흉기난동, 부산 돌려차기, 고 김창민 감독 사건 등을 언급하며 "이 사건들 모두 경찰 수사 이후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치며 사건의 실체가 명확히 밝혀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가 폐지되면 수사가 부실한 상태로 사건이 종결되거나 기소 이후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렇게 되면 범죄 피해자가 치료비와 생계비, 심리치료 등 필요한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이미 지급된 지원금이 환수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범죄 피해자 지원은 단순히 신속한 금전 지급을 넘어 수사로 범죄 사실이 정확히 특정돼야 적정한 보호가 가능하다"며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한 뒤 재송치를 기다리는 동안 사건이 지연되면 피해자 보호와 지원도 함께 늦어질 수 있다. 특히 가해자의 처벌이 늦어질수록 피해자에 대한 보복범죄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성폭력상담소 “수사권 조정 이후 늦어지고 복잡해져”

 

김혜정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성폭력 피해자 지원 현장에서 형사절차가 늦어지고 복잡해졌다는 체감이 크다고 밝혔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전국 9개 권역 133개 상담소로 구성된 단체다. 이들은 성폭력 피해자 지원과 수사·재판 과정 감시, 정책 제안 활동을 하고 있다.

 

협의회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지원한 피해자는 3만4천562명, 지원 건수는 28만1천759건이었다. 2023년보다 상담 인원은 다소 줄었지만 상담 건수는 증가했다. 수사·법적 지원 건수 역시 2023년에는 전년보다 5.8%, 2024년에는 2023년보다 6.9% 증가했다.

 

김 대표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현장의 체감을 “초조하고, 늦어지고, 알 수 없고, 복잡해졌다”로 요약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2020년 142.1일에서 2024년 312.7일로 2.2배 급증했다. 반면 경찰 통계에서는 경찰 단계 처리 기간이 2021년 64.2일에서 2024년 56.2일로 감소했다. 다만 경찰 단계에서도 일반 송치는 49.8일, 보완수사 요구 사건은 82.3일로 격차가 컸다.

 

김 대표는 "처리 기간의 장단보다 피해자가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신뢰를 갖는 것이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의 수사 종결 후 검사가 무제한으로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현 개정 방향은 최종 수사 책임을 불분명하게 만든다"며 "수사의 정확성과 신속성을 경검 중 누가 책임지는지, 피해자가 어디에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폭력 피해자 국선변호사와 신뢰관계인 진술동석 제도 등 이미 존재하는 피해자 보호제도에 대해서도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검사가 사건을 미처 다 파악하지 못한 채 공판을 맡을 경우에 피해자의 직접 재판 참여 제도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며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은 이미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일본과 같이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에 이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검찰개혁 기준은 권한 축소 아닌 피해자 회복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치적 수사권 남용은 막되, 민생범죄와 강력범죄 피해자를 위한 재검토 장치를 존치하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다.

 

참석자들은 보완수사권을 두더라도 대상 범죄와 개시 요건, 수사 범위를 제한하고 전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검사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는 동시에 피해자에게 수사기록 접근권, 의견 제출권, 이의신천권, 형사재판 참가권을 부여해 검·경 모두를 통제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참석자들은 수사와 기소 기관이 분리되더라도 범죄 피해자 보호와 지원이 중단되지 않도록 담당 기관, 책임, 예산을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의 성공 여부는 검찰의 권한 축소가 아니라 부실수사를 바로 잡고 피해자가 국가를 믿고 신고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는 지로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홍기원·남인순·맹성규·백혜련·주철현·이소영·박희승·정진욱·박해철·이연희·박균택·김남희·곽상언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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