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초호황기에 진입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연달아 경신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HBM)과 더블데이트레이트5(DDR5), 고성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폭발하며 한국 기업들은 세계 시장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지금의 호황이 오히려 위기 신호일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경고가 나오고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추격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범용 제품 시장 잠식을 넘어, 한국이 독주하던 최첨단 메모리 영역까지 중국이 넘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반도체 생태계 완성...한국 메모리 독주 시대 균열
최근 중국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hangxin Memory Technologies, CXMT)가 이달 27일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CMXT는 주가가 465% 폭등하며 중국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한 CXMT는 생산 능력 확대와 기술 개발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CXMT는 앞서 DDR5와 LPDDR5X를 양산하며 범용 D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공개된 DDR5-8000과 LPDDR5X-10667의 표시 성능은 한국 기업의 주력 제품에 상당히 근접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CXMT의 1분기 글로벌 D램 점유율은 8%로, 불과 10년 만에 글로벌 4위권 업체로 성장했다.
다만 아직 한국과 중국간 기술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CXMT의 주력 공정인 G4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2019년 양산한 1z(10나노급 3세대) 수준으로 평가된다. 현재 개발 중인 G5 또한 한국 기업의 1b·1c 공정보다 1~2세대 뒤처진 수준이다. 업계는 범용 D램 기준 한·중 기술 격차를 약 3~4년으로 본다. 서버용 D램에서도 CXMT가 RDIMM·MRDIMM 제품군을 확보하며 중국 빅테크 중심으로 고객 인증을 확대하고 있지만, 고용량 다이·전력 효율·장기 신뢰성·수율 등 핵심 경쟁력에서는 한국 기업이 한 단계 이상 앞서 있다.
HBM 분야의 격차는 더 크다. CXMT는 HBM3 8단 제품의 생산 안정화를 추진하는 단계이며, 12단 적층과 발열 제어 등에서는 추가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HBM4 양산에 들어갔고, HBM4E 개발과 고객사 공급도 진행 중이다. 업계는 HBM 기준 한·중 기술 격차를 최소 4~5년으로 평가한다. 다만 중국이 멀티패터닝(20nm 이하의 미세 공정에서 마스크 패턴이 너무 조밀해 발생하는 리소그래피 해상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 등 우회 기술을 적극 도입하며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어 “실질 체감 격차는 3년 안팎까지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낸드플래시(전원이 꺼져도 저장한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중국의 추격이 더 위협적이다. YMTC는 200단 후반대 적층 기술을 확보했으며 TLC·QLC 제품을 모두 상용화했다. 특히 웨이퍼-투-웨이퍼(W2W) 하이브리드 본딩 기반의 ‘엑스태킹(Xtacking)’ 기술은 차세대 초고적층 낸드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관련 특허만 119건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한국 기업을 압도하며, 삼성전자조차 400단 이상 V10 낸드 개발을 위해 YMTC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낸드 분야에서는 이미 중국이 일부 기술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전방위 반도체 공세, 한국 기술 리더십 흔들릴 위험 커져
중국의 추격 속도를 더욱 가속하는 것은 ‘생태계의 완성’이다. 화웨이를 중심으로 CXMT, SMIC가 연결되는 중국식 AI 반도체 원팀이 구축되면서 ‘설계-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형성됐다. 화웨이의 차세대 AI 가속기 ‘어센드 950(Ascend 950)’은 엔비디아의 중국용 제품 H20 대비 추론 성능이 2.9배 높고 가격은 4분의 1 수준이라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는 3440억 위안 규모의 반도체 3기 펀드를 통해 EDA, 첨단 패키징, HBM 제조에 집중 투자하며 생태계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파운드리에서는 삼성전자·TSMC가 2나노 경쟁을 벌이는 반면 SMIC는 5나노 수준에 머물러 있고, CXMT의 HBM 기술도 한국의 2~3년 전 제품 수준이다. 문제는 ‘속도’다. 중국은 낮은 수율과 높은 원가를 거대한 내수 시장으로 버티며 생산 규모를 먼저 키운 뒤, 양산 과정에서 경험을 축적해 수율과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범용 제품에서 확보한 이익을 미세공정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는 한국식 선순환 구조가 중국의 물량 공세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러 국내 업계 전문가들은 인터뷰를 통해 “결국 초격차만이 살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HBM 우위를 지키는 동시에 연산 기능을 결합한 차세대 메모리, 본딩 D램 등 미래 기술을 선제적으로 상용화해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중국의 추격이 단순한 ‘뒤따라오기’가 아니라 일부 영역에서는 이미 ‘앞서’며 한국 기술을 따돌리는 수준까지 상향세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이 기술 리더십을 철저히 사수하지 못하면 미래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