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HL만도 평택공장에서 발생한 하청업체 소속 20대 노동자가 사망사고에 대해 유족이 명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장례 절차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에 진보당 정혜경 의원이 사고 현장을 찾아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27일 전국금속노동조합 만도지부에 따르면 사고로 숨진 고(故) 김승모 씨의 유족은 "HL만도에 책임을 묻겠다"며 발인을 비롯한 장례 절차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유족은 지난 25일부터 평택 안중장례문화센터에 빈소를 마련했으며, 진상규명을 위해 고인의 이름과 사진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사건 수사는 평택경찰서에서 경기남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중대재해수사팀으로 이관됐다.
경찰은 HL만도와 하청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위법 정황이 확인될 경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검토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도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고 김승모 씨는 지난 22일 낮 12시 50분께 고장 난 머시닝센터(MCT) 내부를 점검하던 중 기계와 벽 사이에 상반신이 끼여 숨졌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그가 기계 내부에 있는 사실을 알지 못한 HL만도 소속 직원이 시운전을 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앞서 금속노조 만도지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고 당시 평소 적용되던 '2인 1조' 작업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사고 설비에는 인터록(안전장치)이 설치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29일 HL만도 평택공장을 방문해 사고 현장을 긴급 점검했다. 정 의원은 사고 설비와 작업 동선을 직접 확인한 뒤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금속노조 만도지부, 원·하청 관계자들로부터 사고 경위와 안전관리 실태를 보고받았다.
현장 점검에서는 적정 인력 배치 여부와 인터록 등 안전장치 설치·작동 상태, 정비 작업 시 신호체계와 전원 차단 절차 준수 여부, 원청의 실질적인 지휘·관리 책임, 위험성 평가와 도급 안전조치의 적정성 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정 의원은 "스물여덟 청년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며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한 뒤 "사고 원인을 노동자 개인이나 하청업체의 문제로 좁혀서는 안 된다"며 "작업 지시와 안전관리 권한을 가진 원청의 책임까지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인 1조 미준수와 안전장치 미설치 의혹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사하고, 동일·유사 설비와 원·하청 안전보건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해 그 결과를 유가족과 노동자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번 사고의 배경으로 안전보다 효율을 우선한 경영문화를 지목했다. 그는 "노동자의 생명이 위협받는 이유는 자본이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이며 이번 사고도 그 연장선에 있다"며 "유가족을 위로하려면 진심 어린 사과와 명확한 사고 원인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노동자 안전을 위한 단체협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10년 넘게 신규 채용 없이 외주화와 일감 몰아주기를 지속하고 안전보다 효율을 우선한 경영이 부실한 안전설비와 이번 사고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인력 충원 논의를 조속히 진행해 회사가 안전 개선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