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칭다오 국제 맥주 축제(靑島國際啤酒節)가 지난 7월 17일에 성대한 개막식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달 15일까지 한 달 동안 진행되는 이 축제는 서해안신구(西海岸新區) 금사탄(金沙灘)과 라오산구(嶗山區) 스지광장(世紀廣場), 구도심인 스난구(市南區) 각 세 곳에서 동시에 열린다.
이번 축제에서는 중국 맥주를 비롯한 전 세계 맥주 2300여 종이 출품되어 다양한 맥주들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또한, 매일 밤 드론 쇼와 각종 연주회, 로봇 공연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광장 위락 구역, 캐주얼 푸드 구역, 트렌드 패션 구역으로 나뉘어 각 구역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
칭다오 국제 맥주 축제는 아시아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맥주 축제이다. 지난 2025년에는 연인원 2248만 명을 기록한 대규모 행사이자, 칭다오 맥주를 매개로 한 경제, 무역, 관광, 과학기술, 문화, 체육 등을 융합한 국가급 대형 축제이기도 하다.
이 축제의 중심에는 칭다오 맥주가 있다. 1898년부터 독일의 조차지였던 칭다오에서 1903년 독일과 영국의 합자 투자로 설립된 칭다오 맥주는 초창기 독일 맥주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모든 설비와 원료를 독일에서 들여왔고, 독일에서 파견된 마스터 브루어들이 독일의 맥주 순수령을 준수해 양조하여 그 품질이 매우 뛰어났다.
또한, 인근 도교(道敎)의 성지인 라오산(嶗山)의 광물질이 풍부하고 깨끗한 천연 광천수 덕분에 쌉싸름하면서도 끝맛이 아주 깨끗한 칭다오 맥주만의 독보적인 맛을 구현할 수 있었다.
사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는 칭다오 맥주가 아니라, 화룬(華潤)그룹의 쉬에화(雪花) 맥주가 판매량에서는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칭다오 맥주는 중국에서 처음 생산된 맥주가 아니다. 칭다오 맥주보다 3년 앞선 1900년 러시아인에 의해 하얼빈(哈爾濱) 맥주가 생산되었다. 그럼에도 중국을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가 된 것은 여러모로 칭다오라는 도시에 기인한다.
19세기 후반 작은 마을이었던 칭다오가 독일제국의 조차지가 되면서 이 지역은 본격적인 휴양지가 되었다. 독일인들은 잔잔한 물결과 고운 모래의 칭다오 앞바다에 중국 최초의 현대식 해수욕장인 제1해수욕장을 개장했다. 이때부터 여름철 고온다습한 각 지역 즉 상하이나 홍콩, 내륙에 거주하던 서양 외교관, 선교사, 대기업 주재원들은 시원하고 이국적인 칭다오로 여름 휴가를 오기 시작했다.
1903년 칭다오 맥주 공장이 세워진 것도 이 휴양객들과 독일 주둔 군의 수요를 맞추기 위함이었다. 독일이 물러간 이후 1930년대 국민당 정부 시절 칭다오는 서양식 고급 별장 지인 팔대관(八大關) 구역이 집중 개발되면서, 중국 국민당 고위 인사들과 총통 장제스마저 여름 휴양소로 사용하는 '중국 최고의 고급 휴양지'로 완전히 자리매김하게 된다.
한편 독일 점령 시기 만들어진 도로망과 상하수도 시스템 그리고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최신 건축 양식들은 칭다오를 근대건축 여행의 성지로 만들었다. 중세 유럽풍의 붉은 지붕은 푸른 바다와 함께 칭다오 구도심을 더욱 이국적으로 보이게 한다.
또한, 독일 스타일뿐만 아니라 일본,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의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들이 한 도시에 모여 있어, 걸어 다니며 세계 건축사를 공부할 수 있는 근대 건축 전시장이기도 하다.
이들은 여러 전쟁의 와중에서도 살아남아 아직도 나지막한 칭다오 구도심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건축물 가운데 특히 독일총독부 건물(德式官邸舊址), 천주교당, 화석루(花石樓), 잔교(棧橋) 등은 건축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건축물이다.
한편 칭다오가 위치한 산둥성(山東省)은 중국 북방 음식을 대표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예전 주나라와 춘추시대 이 지역은 제(齊)나라와 노(魯)나라가 자리한 곳이었다. 중국인들은 이 가운데 중국의 성인 공자(孔子)가 살던 노나라를 아직도 이 지역의 별칭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산둥요리를 중국어로 루차이(魯菜)라고 한다.
1882년 임오군란 이후 청나라에서 조선에 들어온 중국인들의 후예들 즉 화교들이 우리나라에 선보인 짜장면, 탕수육, 라조기 등 한국식 중국요리의 근간은 이 산둥요리에 기원한다.
이 가운데 라조기(辣椒鷄)는 현대중국어로 라자오지라고 하는데, 여기서 라자오는 고추고, 지는 닭이라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를 기라고 발음하는 것은 산동 방언으로 한국 중화요리의 기원이 산둥지역에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에는 이른바 4대 요리라고 하는 것이 있다. 그 첫 번째가 산둥요리 즉 루차이(魯菜)이고 두 번째가 쓰촨(四川)요리 - 추안차이(川菜), 세 번째가 광둥(廣東)요리 - 위에차이(粤) 마지막이 창장(長江-양쯔강) 유역 양저우(揚州)와 장쑤성(江蘇省) 일대의 화이양 요리(淮陽菜)이다. 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역사가 있는 것은 산둥요리이다.
칭다오에는 이러한 정통 산둥요리를 맛볼 수 있는 오래된 식당이 있다. 1891년 처음 문을 연 춘허로우(春和樓)이다. 오래된 역사에 많은 유명인이 극찬을 한 음식점으로 칭다오 여행을 하면 꼭 방문할 가치가 있는 식당이다.
이 가운데 샹쑤지(香酥鷄)와 탕수육의 원조 격인 탕추리지(糖醋里脊)는 꼭 맛보는 것이 좋다. 음식을 먹을 때는 칭다오 맥주에서 나오는 효모를 죽이지 않은 생맥주인 원장주(原漿酒)와 함께 마셔보는 것도 좋다.
이 칭다오 맥주 원장주는 유통기한이 하루뿐이라 칭다오 지역 밖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다. 또 캔으로 밀봉해서 나온 원장주도 최대 일주일을 넘기면 맛이 변한다.
그래서 칭다오 맥주 박물관에서 마시든지 춘허로우처럼 유명한 식당에서 마시는 것이 아니면 조심해서 구입해야 한다. 자칫하면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구입하든지 다른 지역의 맥주를 원장주로 둔갑시킨 가짜를 사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칭다오 사람들은 칭다오 맥주를 마실 때 보통 바지락 볶음과 함께 먹는다. 산둥 방언으로 라가라(辣蛤蜊) 혹은 라차오가라(辣炒蛤蜊)라고 부르는 바지락볶음은 칭다오 맥주와 먹을 때 쌉쌀하고 시원한 맛과 감칠맛이 더해져 우리나라의 치맥만큼 중독성이 있다.
양꼬치엔 칭다오가 아니라 사실 칭다오엔 바지락볶음이 훨씬 잘 어울린다. 하지만 맥주와 바지락볶음이 만나면 퓨린 함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요산 수치가 높은 이들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통풍 발작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 맛을 경험해 보려면 위산로(魚山路) 중국해양대학 정문 부근에 있는 화춘(華春)이라는 식당을 추천한다. 주로 대학생들이 가는 곳이라 매우 저렴하며 좁은 식당이지만 항상 사람이 붐벼 재료의 회전이 빠르다. 식사 시간을 피해 가면 저렴하지만 제대로 된 바지락볶음을 칭다오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칭다오는 사실 여름이 극성수기로 모든 것이 비싸다. 우리나라 해운대나 경포대를 생각하면 된다. 특히 숙박 요금이 비성수기보다 몇 배 비쌀 것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칭다오에는 지하철이 발달해 조금 외곽으로 나가면 비싼 숙박 요금을 피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도시에 맛난 음식에 좋은 술에 볼 것 많은 축제에 시원한 바다까지 이번 여름은 칭다오 어떠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