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대규모 과징금 및 시정명령 처분에 불복한 기업들이 잇달아 행정소송에 나서면서 개인정보위와 기업 간 법적 공방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동의 없는 정보 활용 사례에 대한 제재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개인정보위의 제재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기업들은 정부기관의 처분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법적 대응을 선택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은 총 17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6건은 1심에서 개인정보위가 모두 승소했으나 기업들이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며, 나머지 11건은 1심 심리 단계다. 소송 규모가 가장 큰 사건은 SK텔레콤의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로, 가입자 2324만여명의 정보가 유출돼 1348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SK텔레콤은 올해 1월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현재 1심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2심으로 넘어간 주요 사건도 적지 않다. 메타와 구글은 이용자 동의 없이 외부 행태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 혐의로 각각 308억원, 69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두 기업 모두 항소심에서 개인정보위와 다투고 있다. 카카오는 오픈채팅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151억원의 과징금을 받았고, 카카오페이는 약 4000만명의 개인정보를 고객 동의 없이 중국 알리페이에 제공한 혐의로 60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받아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우리카드 135억원 △현대해상 62억원 △악사손해보험 27억원 △비와이엔블랙야크 14억원 △듀오정보 12억원 △삼성전자 9억원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개인정보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업계 전반에서 개인정보 관련 제재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의 법적 대응이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기업들의 소송에는 국내 대형 로펌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김앤장은 SK텔레콤, 메타, 구글, 카카오, 삼성전자 등을 대리하고 있다. 또 광장은 카카오페이와 악사손해보험 사건을 맡고 있다. 태평양은 메타와 우리카드를, 세종은 현대해상과 비와이엔블랙야크를, 화우는 듀오정보 사건을 각각 담당하며 법정 공방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십억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과징금 규모뿐 아니라 시정명령과 처분 결과 공표가 기업 이미지와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소송 증가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특히 거액의 과징금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경영진의 의사결정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기업들이 법적 대응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정 공방은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정보위는 최근 쿠팡에 역대 최대 규모인 62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쿠팡은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상태다. 다만 아직 의결서가 송달되지 않아 이번 소송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불법 펨토셀 해킹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켜 539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KT 역시 의결서를 받은 뒤 행정소송 제기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정보위 처분을 받은 사업자는 의결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90일 이내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관할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기업과 개인정보위 간 법적 다툼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