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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8월 17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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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노동부, 악성 민원 대응 첫 보호 규정 제정...공직사회 전반 ‘조직문화 개선’ 요구 확산

반복·폭언 민원에 시달린 노동감독관 잇단 사망...민원 응대 20분 제한·전담 대응팀 신설
심리 상담·법률 지원·안전장치 의무화…“구조적 문제 해결 위한 근본 대책 필요”

 

고용노동부가 악성 민원과 과도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직원 보호를 위해 중앙부처 최초로 민원 대응 관련 보호규정을 마련했다. 최근 노동감독관들의 극단적 선택과 직장 내 괴롭힘 호소 사례가 잇따르며 공직사회 전반에서 조직문화 개선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노동부가 제도적 장치를 공식화했다.


노동부는 9월부터 ‘민원 처리 담당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규정’을 시행한다. 이는 민원 안내·접수·처리를 담당하는 노동부 공무원과 공무직, 기간제 근로자 등 모든 소속 직원이 대상이다. 노동부는 “특이한 민원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신규 직원 비중이 높아지면서 보호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특이 민원은 폭언·폭행 등 위법행위가 수반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되는 민원을 의미한다.


이번 규정은 올해 5월 강원 노동지청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전담하던 40대 노동감독관이 악성 민원에 지속해서 노출된 끝에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됐다. 2023년에도 임용 3개월 차 노동감독관이 악성 민원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해, 노동부 내부에서는 민원 대응 체계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새 규정은 민원 대응 시간을 명확히 제한한 것이 특징이다. 면담과 전화 상담은 1회 20분 이내를 권장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장시간 지속될 경우 종료 5분 전에 미리 안내한 뒤 20분이 지나면 즉시 종결할 수 있다. 기존에는 지방청·지청 내부 매뉴얼 수준에서 ‘30분 이상 장기화 시 종료’ 등의 지침만 존재했으나, 이번에 이를 공식 훈령으로 명문화했다.


조직적 대응 체계도 강화된다. 노동부 본부 민원운영팀 산하에 ‘특이민원 직원보호반’을 두고, 각 소속기관에는 ‘전담대응팀’, 부서별로는 ‘특이민원대응팀’을 설치해 악성 민원에 대한 단계별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 피해 직원 보호도 의무화해 심리 상담, 힐링 프로그램,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비 지원, 고소·고발 등 법적 대응에 필요한 법률 지원까지 제공하도록 했다.


근무 환경 개선도 포함됐다. 민원 담당자의 작업 공간에는 폐쇄회로(CC)TV, 비상벨, 자동·수동 녹음 전화, 가림막 등을 설치하고, 청원경찰·보안실무관 등 안전요원을 배치해 물리적 위험을 최소화한다. 신규 직원에게는 민원 응대 교육을 강화하고, 민원 부서에는 경력자를 우선 배치해 업무 부담을 줄인다.


노동부는 특히 민원 업무가 많은 부처로 꼽힌다. 2021년부터 2023년 8월까지 노동부에 접수된 민원은 1억1844만 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민원인으로부터 직무유기·직권남용 등으로 피소된 건수도 419건이 된다. 올해 5월에는 19년 차 노동감독관이 업무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에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반복·특이 민원 사건부터 AI 도입을 검토하고, 폭언이 반복될 경우 감독관의 조사중지권 발동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대규모 인력 증원과 법 개정도 직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노동감독관 2000명을 증원했으며, 12월부터 시행되는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지방정부에도 감독 권한이 위임된다. 또 올해 3월 시행된 법왜곡죄는 공무원이 법을 고의로 잘못 적용할 경우 최대 징역 10년까지 처벌할 수 있어 노동감독관들의 법적 부담이 크게 늘었다.


공직사회에서는 악성 민원뿐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과 과도한 업무 부담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확산하고 있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30대 초반 사무관이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숨진 채 발견되고, 노동부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공직을 떠난 사례가 발생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은 청와대 분수대 앞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특정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사회 전반의 구조적 모순이 드러난 결과”라며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조직문화 개선, 신규 직원 적응 체계 구축 등을 요구했다.


노동부의 이번 규정 제정은 악성 민원과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공무원 보호를 위한 첫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공직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 개선과 인력·업무 구조 재편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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