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형 교수 “2030년부터 재생에너지 비중 단계적 확대...2050년 RE100 완성”
-“BESS·양수발전으로 전력 저장...에너지 저장설비 적기 구축이 관건”
정부가 추진 중인 호남권 3대 메가프로젝트의 사업 부지가 광주 군공항 일대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대규모 전력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와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가 한꺼번에 들어설 경우 기존 광주·전남 전체 전력 사용량에 맞먹는 신규 수요가 단기간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반도체 팹 2기씩, 총 4기를 건설하고 관련 지원시설까지 들어선다는 가정 아래 최대 수전용량이 약 6.3GW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원전 6기 안팎의 설비용량과 맞먹는 규모다.
정치권과 산업계 일각에서는 호남에 태양광과 해상풍력 자원이 풍부하더라도 재생에너지만으로 반도체 공장을 24시간 안정적으로 가동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데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계통에 연결되면 전압과 주파수 변동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짧은 순간의 전압 저하나 정전에도 공정 차질과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원전이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 안정적인 전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순형 동신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는 지난 2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광주 반도체 RE100 가능한가’ 세미나에서 “호남권은 전력량 자체가 부족한 지역이 아니”라며 “송전망과 에너지저장장치를 적기에 갖춘다면 원전에 계속 의존하지 않고도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광주·전남의 2025년 전력 소비량을 72.8TWh로 제시했다. 이를 연평균 전력으로 환산하면 8GW 안팎이며, 현재 지역 전력 공급설비에는 소비량의 1.7배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반도체 클러스터가 요구하는 6.3GW는 현재 광주·전남의 순간 최대 전력수요와 비슷한 규모다.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지역 전력 소비가 불과 수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2030년부터 단계적 RE100...2035년 이후 전환 가능”
이 교수는 반도체 공장이 가동되는 첫해부터 RE100을 완성하기보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구상은 2030년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 30∼40%, 2035년 60∼70%, 2040년 90% 수준을 거쳐 2050년까지 RE100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초기에는 기존 발전원과 계통 전력을 함께 사용하되, 해상풍력과 태양광, BESS, 양수발전이 확충되는 속도에 맞춰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 교수는 원전 문제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전면 배제보다는 단계적 접근을 제시했다.
한빛원전 1·2호기가 계속 운전에 들어가지 않을 경우 2030년 전후로 0.8GW의 전력이 부족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 설비를 빠르게 확대하지 않으면 초기 전력 수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반면 2035년 이후 재생에너지와 저장설비가 계획대로 구축되면, 한빛원전 일부 호기가 가동을 중단하더라도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 교수의 주장은 ‘지금 당장 재생에너지만으로 반도체 공장을 돌릴 수 있다’는 의미와는 거리가 있다. 초기에는 기존 전원과 계통의 도움을 받되 앞으로 10∼20년 동안 해상풍력·태양광 설비와 송전망, BESS, 양수발전을 동시에 확충하면 단계적으로 원전과 LNG 의존도를 낮추고 RE100을 달성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낮에 남는 태양광, 밤에 꺼내 써야
재생에너지로 연간 사용 전력량을 충당하는 것과 반도체 공장을 24시간 가동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낮에 태양광 발전량이 넘치더라도 밤이나 흐린 날에는 전력 생산량이 급감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과 양수발전소를 결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낮이나 바람이 강한 시간에 남는 재생에너지를 BESS에 저장한 뒤 발전량이 부족한 시간에 공급하고, 장시간 저장은 양수발전이 담당하는 구조다.
양수발전은 전기가 남을 때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린 뒤 전력이 필요할 때 물을 떨어뜨려 전기를 생산한다. 배터리보다 반응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대용량 전력을 장시간 저장할 수 있어 ‘물 배터리’로 불린다.
이 교수는 곡성과 구례 등에 각각 500MW급 양수발전소를 건설하고 대규모 BESS를 함께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양수발전 건설이 늦어지거나 무산될 경우 그만큼 BESS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BESS를 반도체 클러스터 내부에 모두 설치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력이 모이는 주요 변전소 인근에 분산 배치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해남과 신안 등에서 올라오는 재생에너지 전력이 집결하는 지점에 저장시설을 설치하면 송전망 부담을 낮추고 필요할 때 광주권으로 전력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호남권 메가프로젝트의 RE100 달성 여부는 재생에너지 잠재량 자체보다 이를 반도체 공장까지 전달하고 필요한 시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전력 인프라 구축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특히 호남권 곳곳에서 생산된 뒤 남는 전력을 모으는 BESS와 양수발전소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자립과 RE100 모두 조건부로 가능하다”며 “기술과 재생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송전망과 에너지저장설비를 계획대로 구축하려는 정책적 의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