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마틴 NYSE 사장 국회 세미나 참석...한국 자본시장과 협력 강조
-글로벌 자본 조달·기업가치 제고 위해 NYSE 두드리는 韓 기업들
-기업 해외상장 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해소 과제로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린 마틴 사장이 한국 국회를 찾아 국내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을 만났다.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자본시장 진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세계 최대 자본시장을 운영하는 NYSE와 한국 기업 간 접점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린 마틴 NYSE 사장은 10일 김남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선진화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 세미나에 강연자로 참석했다.
마틴 사장은 이날 “한국 자본시장을 외부에서 바라보는 관찰자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며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을 함께하는 진정한 파트너로서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자본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의 대표 거래소 수장이 직접 한국 국회를 찾아 자본시장 협력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글로벌 자본 몰리는 美 증시...韓 기업에 매력적인 선택지
NYSE는 230년 동안 세계 장기 자본 형성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마틴 사장은 NYSE가 오랜 기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지배구조와 투자자 보호, 제도적 신뢰를 꼽았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도 미국 증시는 매력적인 자금 조달 시장이다. 미국에는 전 세계 기관투자자와 장기자금이 몰려 있는 데다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기업을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해외 사업 비중이 높거나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에는 미국 증시 상장이 기업 인지도를 높이고 해외 자금을 끌어들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한국 기업의 미국행이 확대될 경우 국내 증시가 우량 기업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시장에 상장해야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한국 증시가 글로벌 투자자의 접근성과 시장 신뢰, 기업가치 평가 측면에서 미국 증시에 뒤처진다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국내보다 해외 상장을 선택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
실제 이날 세미나에서도 글로벌 장기자본의 한국시장 투자 확대를 위한 제도적 환경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김남준 의원은 “자본시장 선진화와 국민 자산의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은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핵심 기반”이라며 “2026년 세계 6대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한 한국 증시의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보완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3시간 거래·토큰증권까지...NYSE가 보여준 ‘시장 인프라 경쟁’
마틴 사장이 소개한 NYSE의 시장 운영 방식도 한국 자본시장에 시사점을 던진다.
NYSE는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거래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기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3월 20일 NYSE 종가 단일가매매에서는 역대 최대인 35억7000만주가 거래됐고 거래금액 역시 사상 최대인 2305억달러를 기록했다.
마틴 사장은 이 같은 대규모 거래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NYSE의 매칭 엔진인 ‘NYSE 필라’를 비롯한 시장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꼽았다.
NYSE는 전자거래 기술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모든 NYSE 상장증권에 지정시장조성자(DMM)를 배정해 기술과 인간의 판단을 결합하고 있다. 마틴 사장은 이를 통해 시장 변동성을 낮추고 매수·매도 가격 차이인 스프레드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거래시간도 대폭 늘린다. NYSE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받아 주 5일 기준 거래시간을 기존 16시간에서 23시간으로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상 세계 어느 지역의 투자자라도 시간대의 제약을 크게 받지 않고 미국 증시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셈이다.
마틴 사장은 한국이 지난 7월 6일부터 원·달러 외환시장을 24시간 거래체제로 전환한 사실도 거론하면서 한국과 미국이 거래시간 확대를 위해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NYSE는 한발 더 나아가 토큰화 증권 거래와 온체인 결제를 위한 플랫폼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미국 증권예탁결제원(DTCC)의 토큰화 시범사업에도 참여했다.

◇韓 기업 ‘뉴욕행’ 늘어난다면...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관건
한국으로서는 이러한 변화가 기회인 동시에 위기가 될 수 있다.
한국 기업이 NYSE 등 해외 증시에 진출해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기업 성장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반면 유망 기업들이 더 높은 기업가치와 풍부한 유동성을 찾아 해외 증시를 선택하는 흐름이 확대된다면 국내 투자자들이 성장기업에 투자할 기회가 줄어들고 한국 증시의 경쟁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마틴 사장은 이날 시장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신뢰’를 반복해서 강조했다. 그는 “거래소가 하는 모든 일의 궁극적인 목적은 투자자와 발행사를 보호하고 신뢰를 지키는 것”이라며 시장이 투명하고 안정적이며 신뢰받을 때 자본이 가장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본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규모와 정교함, 그리고 의지를 갖춘 경제를 구축했다”며 “이곳 국회에서 이뤄지는 일들이 그러한 잠재력이 얼마나 빠르게 완전히 실현될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세미나에서 한국 기업의 NYSE 상장이나 유치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김남준 의원실 관계자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린 마틴 사장이 한국 기업의 NYSE 상장에 관심을 표명했는지에 대해 “오늘 세미나는 우리나라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200년 넘는 선진 시장의 경험과 조언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업체의 진출입은 별도로 기업 간이나 거래소 간에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며 “오늘 세미나에서는 그런 내용을 논의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NYSE와 국회 간 후속 협력 계획에 대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의원실 관계자는 향후 실무적인 협력에 대해 “기업 간, 거래소 간 교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NYSE 측의 향후 입장을 의원실 차원에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린 마틴 사장의 국회 방문을 한국 기업의 NYSE 상장 확대를 위한 직접적인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 다만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 수장이 한국 국회를 찾아 시장 안정성과 투자자 신뢰, 거래시간 확대와 디지털 전환 등 NYSE의 경험을 공유했다는 점은 국내 자본시장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 자본시장 진출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더 높은 기업가치와 풍부한 유동성을 찾아 해외 시장으로 향할 가능성은 국내 증시에도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해외 진출 자체를 막기보다는 국내외 기업과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시장 신뢰와 접근성, 기업가치 평가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마틴 사장이 강조한 ‘신뢰’ 역시 이 같은 과제와 맞닿아 있다. 한국 증시가 규모의 성장을 넘어 글로벌 자본과 유망 기업을 끌어들이는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자본시장 인프라 선진화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