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합중국 육군의 차세대 자주포 도입 사업에서 시제품 제작 및 시험 평가를 수행할 단독 사업자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선정되며 K-방산의 세계화에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국산 완성 무기체계가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에 본격적으로 수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방산업계에서는 그동안 높은 장벽으로 여겨졌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시장 진입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 육군은 18일(현지시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법인인 한화디펜스USA와 ‘기동 전술포(MTC)’ 프로그램 시제품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 육군이 추진하는 자주포 현대화 사업의 시제품 단계에서 한화의 K9 기반 차륜형 자주포 ‘K9MH’가 단독 선정된 결과다. 한화는 기존 궤도형 K9의 글로벌 성공에 이어 차륜형 자주포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됐다.
계약 규모는 1억302만 달러(한화 약 1417억원)이며, 누적 액면가는 2억6290만달러(한화 약 3715억원)에 달한다. 이번 계약은 우선 6문의 시제품을 신속히 납품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추가로 12문을 발주할 수 있는 옵션도 포함됐다. 미 육군은 약 4년간 시제품 제작과 시험, 병사 실전 실험을 진행한 뒤 특별한 결함이 없을 경우 양산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양산 규모는 최대 500문, 이에 대한 사업비는 약 10조원으로 추산된다.
K9MH는 포탄과 장약을 자동으로 장전·발사하는 완전 자동화 포탑을 갖춘 차세대 모델이다. 이번 사업에는 독일 라인메탈, 영국 BAE 시스템즈, 이스라엘 엘빗,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등 글로벌 방산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한화가 성능·납기·현지 생산 능력 등에서 우위를 인정받아 최종 선정됐다. 특히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갖추기 위한 한화의 적극적인 투자도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디펜스USA는 올해 앨라배마주 오펠라이카에 K9MH 통합·시험 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공장 임대 계약을 체결했으며, 아칸소주에는 13억 달러 규모의 탄약 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다.
미 육군은 이번 사업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요성이 커진 ‘기동성 확보’ 요구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M777 견인포는 자체 동력이 없어 이동에 제약이 있었지만, 차륜형 자주포는 발사 후 즉각 기동이 가능해 생존성과 전장 투명성 대응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미 육군은 향후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배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승인 시 MTC는 일부 부대에서 M777을 대체하게 된다.
한화는 최근 캐나다 잠수함 사업과 루마니아 보병전투장갑차 사업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 미국 자주포 사업 수주로 NATO 시장 진입에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K-방산의 기술력과 생산 역량이 미국이라는 최대 시장에서 인정받은 만큼, 향후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