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인공지능(AI) 플랫폼 ‘ASAP(AI-based anti-phishing Sharing & Analysis Platform)’이 출범한 지 약 9개월 만에 금융권에서 7000건이 넘는 계좌 지급정지 조치가 이뤄지고, 무려 660억원대 피해가 사전에 차단됐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서울 우리은행 본점에서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경찰청, 국세청,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주요 시중은행 등이 참여한 ‘제2차 보이스피싱 근절 협의회’를 열고 ASAP 기반 통합 정보공유체계의 가동 현황과 향후 대응 방향을 점검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9일 ASAP 출범 이후 올해 7월 말까지 은행권에서 공유된 보이스피싱 의심 정보는 약 46만3000건에 달한다. 이 정보를 토대로 총 7009건의 계좌 지급정지 조치가 이뤄졌으며, 피해 규모는 약 663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 금융회사 간 개별적·수동적 정보 공유 방식에서 벗어나, 금융·통신·수사기관이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체계가 구축된 데 따른 성과로 평가된다.
ASAP은 금융회사, 통신사, 수사기관이 보유한 보이스피싱 의심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AI 기반 패턴 분석을 통해 범죄를 탐지·차단하는 시스템이다. 지난 4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정보 공유 범위가 금융권에서 통신·수사 분야로 확대됐다. 법 시행 직후 통신사들은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전화번호 100여건을 ASAP에 공유했고, 관련 기관들은 이를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과 연계해 신속 대응에 나서고 있다.
ASAP을 통한 협업으로 피해를 막아낸 사례도 소개됐다. 한 은행이 보이스피싱 의심 계좌 정보를 전 금융권에 공유했고, 다른 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피해자가 ‘안전계좌’로 속아 송금하려는 순간 이체를 중단시키고 피해 사실을 알렸다. 경찰청과 통신사 정보까지 연계되면서 피해자의 휴대전화 신규 개통 및 악성 애플리케이션 설치 사실이 확인돼 범죄를 차단할 수 있었다. 통신사 LG유플러스는 경찰·은행과 협업해 악성 앱 제어 서버 탐지시스템을 통해 고객이 대출금을 범죄조직에 송금하려던 시도를 사전에 막아냈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대응 체계가 고도화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보이스피싱과 자금세탁 범죄가 복합 연계되는 추세를 반영해 FDS(이상 금융거래 탐지)와 AML(자금세탁방지) 부서 간 통합대응체계를 구축했다. 기존에는 보이스피싱 탐지와 자금세탁 방지가 분리돼 있어 신종피싱 범죄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두 시스템의 데이터를 연계해 탐지 정확도를 높이고 대응 속도를 개선했다.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뿐 아니라 마약·불법도박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대포통장 문제에 대해서도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다.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대포통장 실태를 조사하고, 법무부·국세청·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협업해 필요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규 대포계좌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병행된다. 또 가상자산이 보이스피싱 자금 도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심 거래 탐지·계좌 정지·자금 환수가 가능하도록 하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은 오는 10월 1일 시행될 예정이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ASAP의 가장 큰 의의는 그간 단절돼 있던 금융·수사·통신 분야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돼 실질적 협업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라며 “앞으로도 부처·기관·업권 간 협업을 강화해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금융범죄 피해를 줄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