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연구진 “고소득 가구일수록 쇠고기 소비 많아...식생활 탄소배출 증가”
-고소득 가구 쇠고기 소비량 저소득층보다 58% 많아...‘소비 기반 탄소 불평등’ 확인
-‘로컬푸드’ 넘어 ‘무엇을 먹느냐’로...친환경 식탁 논의 생산·운송·소비 전 과정으로 확대
소득이 높은 가구의 식생활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저소득 가구보다 약 1.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늘수록 탄소 집약도가 높은 쇠고기 소비가 증가하면서 식생활을 통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도 함께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기후위기 대응이 발전소와 공장, 자동차 등 산업·에너지 부문을 넘어 개인의 식생활과 소비 방식으로까지 확대되는 가운데, 식재료가 ‘어디에서 왔느냐’뿐 아니라 소비자가 ‘무엇을 먹느냐’가 식탁 위 탄소 배출량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성균관대 소비자학과 연구진은 올해 5월 국제학술지 저널오브컨슈머어페어(Journal of Consumer Affairs)에 게재한 ‘Unequal Contributions in the Climate Transition: Income and Household Differences in Food-Related Carbon Emissions in South Korea’ 논문을 통해 고소득 가구일수록 탄소 집약도가 높은 식품, 특히 쇠고기를 많이 소비하며 이에 따라 전체 식생활 관련 탄소 배출량도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를 기존 연구에서 확인돼 온 ‘소비 기반 탄소 불평등’과 일치하는 현상으로 설명했다.
◇소득 높을수록 식생활 탄소 배출량 1.47배 많아
연구진은 2023년 식품소비행태조사를 토대로 국내 가구의 쇠고기와 곡물 소비, 음식물쓰레기 발생량 등을 소득 수준별로 분석했다.
그 결과 고소득 가구의 월평균 쇠고기 소비량은 948.52g으로 저소득 가구의 599.27g보다 약 58% 많았다. 중간소득 가구는 628.09g이었다. 반면 곡물 소비량에서는 소득에 따른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이를 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격차는 더욱 뚜렷해진다. 연구진이 쇠고기와 곡물 소비, 음식물쓰레기 등을 토대로 산정한 식품 관련 탄소 배출량은 저소득 가구가 약 127.82㎏CO₂e, 고소득 가구가 약 188.25㎏CO₂e로 고소득 가구가 약 1.47배 많았다.
소득이 많을수록 친환경 상품을 구매할 경제적 여력이 커질 수 있다는 통념과 달리 실제 식생활에서는 소득 증가와 함께 쇠고기 등 탄소 집약적인 식품의 소비도 늘면서 오히려 탄소 발자국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 역시 소득에 따른 식품 탄소 배출 격차가 단순한 소비자의 환경의식 차이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과 가구 구성, 선택 가능한 식품의 범위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 ‘가까운 음식이 친환경’이라더니...이제는 ‘무엇을 먹느냐’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식생활에서 탄소를 줄이는 방법에 대한 기존 인식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그동안 소비자에게 가장 익숙한 친환경 식생활 방식 가운데 하나는 ‘로컬푸드’였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면 생산지와 소비지 사이의 거리가 짧아져 트럭과 선박, 항공기 운송 등에 사용되는 화석연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이 생산된 뒤 가공과 유통을 거쳐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이동하는 거리를 뜻하는 ‘푸드마일’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개념이다.
이동거리가 길수록 운송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음식을 소비하는 것이 친환경적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식품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하는 연구가 축적되면서 친환경 식탁에 대한 논의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얼마나 멀리 왔느냐’만 볼 것이 아니라 농장에서 무엇을 생산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생산했는지, 무엇을 먹고 얼마나 버리는지까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 데이터 분석기관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는 2018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된 조지프 푸어 옥스퍼드대 연구원과 토마스 네메체크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식품별 탄소 배출량을 비교했다.
그 결과 쇠고기 1㎏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평균 약 60㎏CO₂e의 온실가스가 발생한 반면, 완두콩은 약 1㎏CO₂e에 그쳤다. 쇠고기에서는 토지 이용 변화와 사료 생산, 소의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 등 농장 단계의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컸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일주일 중 하루에도 미치지 않는 양의 쇠고기와 유제품을 닭고기·생선·달걀 또는 식물성 식품으로 대체하는 것만으로 모든 식품을 지역산으로 바꾸는 것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쇠고기를 먹는 것보다 먼 지역에서 생산된 저탄소 식품을 먹는 것이 전체 탄소 배출 측면에서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 ‘국산=저탄소’ 공식도 성립하지 않아
결국 식품 탄소 배출 문제를 ‘국산 대 수입산’이라는 이분법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다.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쇠고기는 장거리 운송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소를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사료 생산, 토지 이용 등에 따른 배출량까지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해외에서 생산된 콩이나 곡물, 채소가 선박을 통해 장거리 이동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식품의 생산단계 탄소 배출량 자체가 낮다면 전체 탄소 발자국은 쇠고기 등 일부 동물성 식품보다 낮을 수 있다.
따라서 기후위기 시대의 친환경 식탁은 단순히 먼 곳에서 온 식품을 피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떤 음식을 먹는지, 해당 식품을 어떤 방식으로 생산했는지, 어떤 운송수단을 이용했는지, 소비 과정에서 얼마나 버려지는지를 모두 고려해야 보다 정확하게 식생활의 탄소 발자국을 따질 수 있다.
특히 이번 성균관대 연구에서 고소득 가구의 식생활 탄소 배출량이 저소득 가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은 기후위기 시대의 이른바 ‘탄소 불평등’이 식탁에서도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저소득층이 경제적 이유로 친환경 식단을 구성하지 못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오히려 소비할 수 있는 자원이 많아지면서 쇠고기처럼 탄소 집약도가 높은 식품을 더 많이 선택하고, 그 결과 식생활 탄소 배출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