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가격 맞춤형 쿠폰’ 운영 과정에서 납품업체에 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달 19일 서울 광진구에 있는 쿠팡 본사를 현장조사하기로 했다. 쿠팡은 자사 상품 가격이 경쟁 온라인몰보다 높을 경우 자동으로 할인 쿠폰을 발행해 최저가 수준으로 낮추는 방식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쿠폰 비용을 납품업체에 부담시키는 행위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을 들여다보려 했다.
공정위 조사관이 쿠팡을 방문했지만, 쿠팡 측은 “사전 통지 없이 진행된 조사”라며 현장조사 자체를 거부했다.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는 행정기관이 현장조사를 실시할 때 원칙적으로 조사 개시 7일 전까지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쿠팡은 이를 근거로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조사 거부 입장을 고수했다. 공정위 조사관들은 20일, 21일, 24일에도 재차 현장조사를 시도했지만 쿠팡의 거부는 계속됐고, 결국 예정됐던 28일보다 나흘 앞선 24일 철수했다. 공정위 출범 이후 피조사 기업이 현장조사를 전면 거부해 무산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사안은 두 법률의 제정 시기 차이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도 드러냈다. 행정조사기본법은 2007년 제정되면서 공정위 소관 8개 법률을 사전통지 예외 대상으로 규정했지만, 2011년에 제정된 대규모유통업법과 2015년의 대리점법은 이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 결과 공정위가 어떤 법률을 근거로 조사하느냐에 따라 사전통지 의무가 달라지는 ‘사각지대’가 생겼다. 쿠팡은 이를 근거로 조사 거부 논리를 세웠다.
공정위는 쿠팡의 주장에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 단서에는 ‘증거 인멸 우려가 있을 경우 사전 통지 없이 조사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이 존재한다. 공정위는 “쿠팡의 경우 조사 사실을 미리 알릴 경우 전자자료 등 핵심 증거가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 10여 년간 대규모유통업법 조사에서도 같은 이유로 사전 통지 없이 현장조사를 진행해 왔다고 강조했다. 또 조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조사관이 징계를 받을 수 있어 사전통지를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 내부 규정도 존재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반면 쿠팡은 “예외 규정은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공정위의 판단 자체가 무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정부 합동조사단이 장기간 상주하며 자료를 요구했을 때 성실히 협조해 왔다는 점을 근거로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판단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쿠팡은 조사 거부 사흘 뒤인 21일 공정위의 현장조사 결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조사 집행을 중단해달라는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이번 사안은 정부기관인 공정위의 조사 관행 전반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법원이 쿠팡의 손을 들어줄 경우, 공정위가 수년간 유지해 온 ‘사전 통지 없는 현장조사’ 관행이 제도적으로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조사 대상자와의 사전 접촉을 금지하는 공정위 내부 감사 규정과의 충돌 문제도 새롭게 제기될 전망이다. 다른 기업들이 형평성을 이유로 동일한 절차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위는 법원의 집행정지 판단을 지켜본 뒤 후속 조치를 결정할 계획이다.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현장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할 경우 최대 2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다만 집행정지가 인용될 경우 조사 결정의 효력이 정지돼 ‘조사 거부’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되므로 과태료 부과도 사실상 어려워진다.
한편 미국 정부와 정치권이 최근 한국 정부의 쿠팡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문제 삼으며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조사 거부 사태가 국제적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