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의 가축분뇨와 음식물쓰레기 등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소비하고, 발생한 수익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8월 25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선 바이오에너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원료 다변화와 입지 및 인허가 규제 완화, 정부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특히 민간 투자를 유치해 가축분뇨 처리를 활성화하려면 바이오가스와 고체연료 사업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됐다.
◇ 바이오에너지 산업, 민간 부문 활성화 필요
유영섭 공학박사는 국내 바이오에너지 산업 활성화를 위해 공공을 넘어 민간 부문의 참여와 활성화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축분뇨는 액상의 경우 바이오가스, 메탄, 수소 등으로 활용되고 고상의 경우 건조를 거쳐 고체연료로 생산되는 등 활용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유 박사는 산업 활성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 원료 다변화와 경제성 향상, 입지 및 인허가 규제 완화, 생산에너지 다변화, 자원순환 물질의 고품질화를 제시했다.
특히 바이오가스 생산 원료의 범위 확대를 제안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혐기소화 후 소화액을 액비로 생산할 때 음식물류 폐기물이나 음폐수 등을 일정 범위에서 원료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비도시 지역에서는 경제성이 높은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이에 유 박사는 농식품 부산물도 일정 비율 이하일 경우 혐기소화 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적절한 전처리와 살균을 거친 원료라면 시범사업 등을 통해 반입을 허용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유 박사는 가축분뇨와 폐기물을 함께 처리하는 시설에 가축분뇨법과 폐기물관리법이 중복으로 적용되면서 인허가와 운영상의 혼란,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축분뇨를 70% 이상 원료로 사용하는 바이오가스 시설은 가축분뇨 처리시설로 인정해 관련 법률을 중심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농업진흥 지역에 바이오가스 시설 설치 시 지구 지정 절차 등으로 인해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입지 규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유 박사는 “바이오가스 시설 상당수가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분류에 따라 농지 전용에 제약받는다”며 “일정 요건을 갖춘 가축분뇨 바이오가스 시설에는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주요 도로와 주거지역 등으로부터 적용되는 이격 거리와 생태면적률 기준 역시 시설 특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 열에너지를 인근 스마트팜이나 주민에게 공급하면 수용성과 지역 경제를 모두 높일 수 있지만, 배관 설치비 부담 등으로 활용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열 배관 설치비를 지원하거나 공급량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또한 전력망 접속 여력이 부족한 지역의 대안으로 바이오가스를 도시가스 망에 공급하는 방안이 제시됐으나, 먼 거리로 인한 배관 설치비와 거래단가 산정 기준의 제도화가 선결 과제로 지적됐다.
유 박사는 “농식품부의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사업은 민간 부담이 커 참여가 어려운 만큼 국고 보조율을 높이고 융자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물가 및 안전·환경 비용 상승을 반영해 사업비 지원 단가도 단계적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영섭 공학박사((주)케이이씨스템)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바이오매스 기반 농어촌 재생에너지 자립마을을 위한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최동환 기자
또한 가축분뇨 고체연료 규제가 일부 개선되긴 했으나 경제성 확보를 위한 추가 대책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높이고 혼소 발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대규모 발전소에 집중된 사용처를 소규모 시설까지 확대하고, 가축분뇨 고체연료 전용 발전소 건설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물질과 에너지를 상호 순환시켜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바이오가스와 고체연료 시설을 결합한 ‘통합 플랜트’ 구축을 제시했다. 바이오가스 발전의 잉여 열을 고체연료 건조에 활용하고, 탈수케이크 등을 고체연료 원료로 활용하면 처리비를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 박사는 모든 제도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기 어렵겠지만 시급하고 실행 가능한 과제부터 조속히 추진할 것을 주문하며, 정부가 기술 개발과 시범사업 지원을 확대해 산업 전반의 경제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바이오매스 ‘제3의 재생에너지원’으로 적극 육성해야
태양광과 풍력에 치우친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을 보완하려면 농업·농촌에서 발생하는 바이오매스를 ‘제3의 재생에너지원’으로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윤영만 한경국립대 교수는 바이오매스 기반 에너지 자립마을도 시설 설치 중심이 아닌 주민 참여와 지역 자원 특성을 반영한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를 위해 일본과 독일의 바이오매스 활용 사례와 국내 저탄소 녹색마을 사업의 실패 사례를 비교하며 지역 맞춤형 재생에너지 자립마을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일본은 2002년부터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주민과 지역 주체가 먼저 조직을 구성하고 계획을 세우는 ‘소프트 사업’을 지원한 뒤, 사업성이 확보되면 플랜트를 짓는 ‘하드 사업’을 추진하는 단계적 방식을 도입했다. 독일 역시 주민들이 직접 사업 주체를 구성해 바이오가스 발전시설을 운영하고, 여기서 생산된 열을 마을에 공급하는 바이오에너지 마을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부처별로 분산 추진된 저탄소 녹색마을 사업은 주민 참여 부족과 과도한 자부담, 바이오매스 활용 실패 등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윤 교수는 “향후 에너지 자립마을 사업은 주민 공동체와 거버넌스를 먼저 구성하고, 에너지 수요를 분석해 시설을 조성하는 단계적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가축분뇨 바이오가스 시설 등이 자원 순환시설로 분류돼 지자체별 이격거리 규제를 적용받으면서 현장에서 부지 확보가 어려운 점은 개선점으로 지적됐다. 최근 태양광·풍력 발전시설의 사례처럼 바이오에너지를 제3의 재생에너지원으로 육성하고 에너지 자립마을을 농업·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지역 발전 모델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한석우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촌 재생특위 위원장은 바이오에너지 기반 에너지 자립마을 성공을 위해 주민 수용성 중심의 사업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며, 일본·독일처럼 주민과 지역 공동체가 사업의 주체로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과거 저탄소 녹색마을의 실패 요인을 분석해 정부의 관련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 지역 여건에 맞는 전체 공정 설계하고 주민 참여 주체 명확히 해야
이승헌 농어촌연구원 원장은 바이오에너지 자립마을 사업 성공을 위해 획일적인 규제 완화나 시설 지원에 앞서 지역 여건에 맞는 전체 공정 설계와 명확한 주민 참여 주체 확립이 우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가축분뇨 처리부터 에너지 생산·활용까지의 단계별 규제 마련보다 전체적인 공정 구조를 먼저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축산농가와 경종 농가는 시공간적 격차를 지적하며 공간 분석을 통해 축산지역과 경종 농업지역, 에너지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 성공 가능성이 높은 지역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주민 주도형 사업에서 축산농가, 일반 주민, 경종 농가 중 누가 주체가 될지 명확히 구체화해야 한다며, 일률적인 지원 방식을 벗어나 지역 맞춤형 모델을 먼저 만들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짚었다.
◇ 축산농가의 과도한 부담 줄이는 지원책 병행돼야
이상철 한국농축산연합회 사무총장은 가축분뇨 발생량이 지속해서 증가한 반면, 퇴·액비 수요는 위축되어 기존 처리 방식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바이오가스 의무 생산 농가는 시설 설치비, 인허가, 방역, 소화액 처리 등 막대한 부담을 안고 있다고 짚었다.
이 사무총장은 가축분뇨가 에너지와 비료로 전환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자원인 만큼, 지역 이익 공유와 연계한 에너지화 사업을 활성화하되,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여주는 지원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용우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센터장은 정부가 REC 지원에 보수적이지만, 바이오가스의 높은 사회적 편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KDI 방법론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 바이오가스는 메탄 배출 회피와 대기오염 저감 등의 효과로 보조금 대비 편익이 2.41에서 최대 4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전 센터장은 국내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약 120개소로 초기 단계인 만큼 REC 지원이 마중물이 돼야 한다며, 우분 고체 연료화를 위한 다부처 연구개발과 시범사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수 친환경 자연순환 농업협회 회장은 에너지 자립마을을 단순 시설 지원을 넘어 가축분뇨·에너지·비료·탄소중립을 연계한 지역 순환형 산업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전국 약 400개의 기존 자원화 조직체를 바이오매스 사업의 허브로 활용하면 중복투자를 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민원과 인허가 문제를 통합 지원하는 '원스톱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며, 자가소비 중심의 마을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바이오가스의 낮은 REC 가중치와 전력 가격 보상체계도 개선해야 한다고 봤다.
◇ ‘농가형·분산형 바이오에너지’ 별도 정책영역으로 육성해야
토론회에선 가축분뇨 바이오에너지 확대를 위해 대규모 공동처리시설과 함께 ‘농가형·분산형 바이오에너지’를 별도 정책영역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동석 칠성에너지영농법인 본부장은 대규모 시설은 처리 효율이 높지만, 분뇨 집중에 따른 운반 차량 증가와 악취, 주민 반대 등 수용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축산밀집 지역은 공동처리시설이 담당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분뇨와 열 수요가 있는 농장은 자체 바이오가스 시설을 활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특히 농가형 시설에 대해 표준설계와 인허가 간소화, 운영 기술 및 열 이용 시설 지원 등을 패키지로 제공해 분산형 에너지 모델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부, 가축분뇨 고체연료를 연간 100만톤 규모로 공급하는 방안 추진
정부는 가축분뇨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확대해 2030년까지 고체연료를 연간 100만 톤 규모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김재경 농림축산식품부 축산환경자원 과장은 발전소 등 수요처를 발굴해 공급을 늘리고 있으며, 초기 생산·공급단가 차이는 정부 지원으로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거 바이오에너지 자립마을이 주민 수용성보다 시설 공급에 치중해 한계를 보였다고 평가하며, 앞으로는 기존 공동 자원화시설을 적극 활용하고 주민 수용성을 우선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축분뇨를 효과적으로 에너지화할 수 있도록 농업·농촌 에너지 대전환 논의와 연계해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토론에서 제시된 제도 개선 의견도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 정부, 바이오매스 기반 재생에너지 자립마을 최소 5곳 이상 조성 계획
정부는 바이오매스 기반 에너지 자립마을을 최소 5곳 이상 조성하고, 주민 참여와 수익 창출을 결합한 6개 기본모델을 마련해 지자체와 추가 모델을 발굴할 계획이다.
김형준 기후 에너지환경부 사무관은 “공모 중심의 과거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사전에 재생에너지 주도형, 에너지 연계형, 수익 나눔형, 기업 지원·실증형 등의 유형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바이오가스 시설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REC 상향조정 외에도 별도의 추가 지원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국회 기후 에너지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정·김주영·박해철·김태선 의원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같은 당 송옥주·문금주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주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