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산업용 지역 요금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전력 수요 분산과 국가균형발전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은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공청회를 열고 전국을 권역별로 나눠 산업용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남부지방은 최대 10%, 충청·강원 지역은 최대 8%, 수도권 북부는 최대 5% 수준의 요금 인하가 예상된다. 반면 전력수요가 집중된 수도권 남부는 사실상 현행 요금이 유지된다.
요금제는 기존 산업용 전기요금에 ‘지역별 조정 요금’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적용된다.
조정 요금은 전력 자급률, 균형성장 지표, 송전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되며, 전국은 우선 수도권 북부·수도권 남부·중부권·남부권 등 4개 광역권으로 구분된다.
여기에 행정안전부가 개발 중인 ‘지역우대지수’를 적용해 같은 권역 안에서도 세부 지역별로 요금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지역우대지수는 서울과의 거리, 사회·경제 지표, 인구 감소 위험, 산업위기지역 여부 등을 반영해 최종안으로 전국을 11개 지역으로 세분하는 기준이 될 예정이다.
정부가 지역별 요금제를 추진하는 핵심 배경은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수요를 완화하고 비수도권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지난해 국내 전력 판매량 중 수도권 소비 비중은 40.6%에 달했으며, 서울의 전력 자급률은 6.8%, 경기는 59.1%로 낮은 수준이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수도권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과 SK하이닉스 클러스터에는 2041년까지 14GW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수도권 데이터센터 공급량도 2028년 1.45GW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역 요금제가 비수도권에 전력 다소비 산업을 유치하는 유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의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중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국내의 약 66%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역별 차등 적용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국내 전력망은 전국 단일망으로 구성돼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이 해당 지역에서만 소비된다고 보기 어렵고, 행정구역별 전력 자급률을 요금 산정 기준으로 삼는 것이 실제 전력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은 이미 인구 유입, 세수 증가,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 등 혜택을 받고 있어 전기요금까지 낮추면 ‘이중 수혜’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전력의 재무 부담도 중요한 변수다. 정부는 지역 요금제 시행으로 한전의 산업용 전력 판매수입이 연간 약 2조8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산업용 전력은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요금 인하가 한전 실적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 전력도매가격(SMP)이 높은 상황에서 판매단가가 낮아지면 한전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크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들이는 도매가격에도 지역별 차등을 적용하는 ‘지역별 한계가격제(LMP)’ 도입을 추진한다.
송전망 혼잡과 손실을 반영해 전력이 부족한 수도권은 높은 가격을, 공급 여력이 있는 비수도권은 낮은 가격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전력 수요가 많은 지역에는 발전설비 투자를 유도하고, 공급 여력이 있는 지역에서는 전력 소비를 늘리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LMP는 비수도권 화력발전소 등 일부 발전사의 수익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어 업계 반발도 예상된다.
산업용 지역 요금제가 실제로 산업 이전과 전력 수요 분산으로 이어질지는 제도의 실효성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된다. 정부와 한전은 연내 제도 도입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지역 간 형평성 논란과 한전 재무 부담, 산업계 반응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아, 이에 대한 고민도 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