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원화가 대외 충격에 상당한 면역력을 갖춘 상태"라며 "한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 집행 역시 외환시장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신 총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회의)을 계기로 특파원들과 만나 최근 외환시장과 통화정책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한은 총재 자격으로 처음 잭슨홀 회의에 참석한 신 총재는 최근 한국은행의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언급하며 "환율도 어느 정도 잡고, 어떤 종류의 쇼크가 와도 상당히 잘 준비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상승했음에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최근 흐름에 주목했다.
신 총재는 "이제 원화는 어느 정도 면역력이 좀 생겼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72.5원에 마감해 종가 기준 지난해 7월 24일 1367.2원 이후 약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 총재는 "한국 경제에서 환율이 갖는 의미가 다른 국가보다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선진국이지만 외환위기 등의 트라우마로 인해 환율이 갖는 의미가 막대하다"며 "단순히 교역조건을 말해주는 상대 가격이 아니라 모든 지표를 아우르는 지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특히 환율이 중요한 변수"라며 "통화제도의 신뢰를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이라고 보고 중앙은행인 한은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외환시장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의 단기적인 요인으로는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관련 자금과 수출기업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 확대 등을 꼽았다.
한국이 미국에 매년 최대 2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합의가 외환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 합의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 총재는 "양해각서(MOU)를 보면 미국에 매년 '최대' 2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며 "최대 200억달러를 투자하겠지만 우리 상황이 여의찮으면 그것보다 적게 하거나 안 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7월 기준 4270억달러 규모인 외환보유액의 운용 수익만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한국은행이 한미 금리 차만을 고려해 기계적으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신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우리도 반드시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미국이 계속 금리를 올린다면 통화정책 수행 여건이 바뀌는 만큼, 그때 다시 새로 판단해봐야겠지만 기계적으로 금리 차만 맞춰 따라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번 잭슨홀 회의에서 주목받은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연설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신 총재는 워시 의장이 그동안 말을 아껴온 배경을 중앙은행의 과도한 소통이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이른바 '거울의 방'(Hall of mirrors) 문제와 연관 지어 설명했다.
그는 "평소 워시 의장과 깊이 공감해온 부분"이라며 "연설문을 보면 아주 큰 그림을 그리며 그동안 시장에서 요구했던 요소들을 어느 정도 담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상당한 시사"라고 분석했다.
다만 워시 의장이 점도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과 달리 한국은행이 도입한 한국형 점도표인 'K-점도표'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평가를 내놨다.
신 총재는 "저는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다"며 "도입 1년 후 금융통화위원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평가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잭슨홀 회의에서는 한국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화폐 실험인 '프로젝트 한강'도 사례로 소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