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금융취약성지수(FVI)가 빠르게 상승하며 장기 평균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한국은행이 경고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주택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확대가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골든타임을 놓치면 못 막는다”고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의견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FVI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장기 평균치인 46.5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FVI는 자산가격, 신용, 실물경제, 대외요인 등을 종합해 금융시스템의 스트레스 수준을 수치화한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금융 불안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주택가격과 가계부채가 동시에 상승하는 ‘이중 압력’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국내 주택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리 인상 기조에도 유동성과 투자 수요가 결합하며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가계부채는 이미 GDP 대비 100%를 넘어선 상황에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은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은 금융안정 측면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조합”이라고 지적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28일 미국 잭슨홀에서 열린 국제 금융 컨퍼런스에서 “한국의 금융취약성지수가 장기 평균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위기 문턱에 근접한 만큼 정책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내 금융 불균형이 단순한 경고 수준을 넘어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 단계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FVI 급등이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의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한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실질 구매력이 증가하면서 소비와 투자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면 금융 불균형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가계부채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추가 상승은 금융 시스템의 충격 흡수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 관련 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고위험 대출 규제 강화와 은행권 건전성 관리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면서 금융 불균형 완화를 위한 거시건전성 정책을 병행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 속도를 늦출 수 있어 정책 조합을 둘러싼 논쟁도 커질 전망이다.
FVI 상승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금융 시스템의 체질 개선을 위한 경고음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경제학자는 “한국 경제는 반도체 호황으로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지만, 금융 불균형이 이를 잠식할 우려가 있다”며 “성장과 안정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경고가 현실화될지 여부는 향후 주택시장 흐름과 가계부채 증가 속도에 달려 있다는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어떤 정책 조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FVI의 향방과 국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