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빚을 감당하지 못해 채무조정에 나서는 서민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채무조정을 확정받은 인원이 10만명에 육박했다. 8월 말 현재 이미 지난해 연간 규모의 절반을 넘어섰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인상한 만큼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채무조정 수요 역시 당분간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신속채무조정·사전채무조정·개인워크아웃 확정자는 총 9만7199명으로 집계됐다. 채무조정 확정자 수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해 2022년 12만1095명에서 2023년 16만7370명, 2024년 17만4841명, 지난해 18만9062명으로 3년 만에 56.1%나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만으로도 지난해의 절반을 넘어서는 등 증가 속도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상반기 확정자 가운데 개인 채무조정이 8만5044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자영업자 채무조정은 1만2155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조정받은 채무 규모는 총 5조7426억원에 달한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제도는 연체 기간에 따라 △신속채무조정(30일 이하) △사전채무조정(31~89일) △개인워크아웃(90일 이상)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연체 초기 단계에서 신청하는 신속채무조정의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신속채무조정 확정자는 2022년 1만6766명에서 지난해 5만3551명으로 3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2만7003명이 신속채무조정을 확정받아 연체 초기부터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차주가 크게 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령층의 증가세도 뚜렷하다. 70대 이상 신속채무조정 확정자는 2022년 239명에서 지난해 1684명으로 7배 넘게 증가했고, 같은 기간 60대도 1015명에서 5339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60대와 70대 이상이 전체 신속채무조정 확정자의 14.1%를 차지해 고령층의 채무 부담 심화가 확인되고 있다.
장기 연체자 대상인 개인워크아웃 역시 증가 추세다. 확정자는 2022년 8만952명에서 지난해 9만9912명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5만5213명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2분기 확정자는 3만54명으로 최근 5년간 분기 기준 최대치를 나타냈다. 채무조정 이후 성실하게 상환을 마친 취약차주가 다시 생계자금을 빌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성실상환자 소액대출 신청은 2만6703건, 신청액은 788억3500만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 신청 건수와 금액은 2022년 이후 분기 기준 가장 많았다.
한편 이번 데이터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의원(국민의힘 정당)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기반했다. 박 의원은 취약차주가 연체와 재차입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선제적 재무관리와 재기 지원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빚을 조정하고 다시 대출해주는 방식의 사후처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구조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