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호남권과 충청권, 경북 북서부 등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인명·시설 피해가 잇따랐다.
주요 도로와 주택이 침수되고 산비탈이 무너진 가운데 전북 정읍에서는 논일을 하러 나간 70대 남성이 실종돼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대구에서는 불어난 하천의 징검다리를 건너던 70대가 물에 빠져 숨졌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8일부터 31일 오후 4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전남광주 영광 579.5㎜, 전북 군산 332.9㎜, 충남 서천 288.5㎜, 전남광주 보성 264.6㎜, 충남 부여 263.5㎜ 등에 달했다.
이날 하루에만 영광에는 344㎜가 쏟아졌고 전북 고창 187.5㎜, 군산 173㎜, 부안 163.5㎜, 충남 서천 138.5㎜ 등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특히 영광군 낙월도에는 오전 5시께 시간당 103.5㎜의 폭우가 쏟아졌고 전북 고창에도 한때 시간당 60㎜ 안팎의 강한 비가 내렸다.
◇ 주택·도로 곳곳 침수...소방 안전조치 474건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침수와 토사 유출, 나무 쓰러짐 등 피해가 속출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이번 호우와 관련해 도로 장애 195건, 급·배수 지원 57건, 주택 침수 39건, 토사·낙석 등 183건을 포함해 모두 474건의 안전조치를 실시했다.
충남 논산과 부여에서는 지난 28일 돌풍으로 주택과 창고 각 1동이 파손되고 시설하우스 200동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재산 피해 규모는 추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전북에서는 이날 오전 9시 30분께 고창군 무장면의 한 주택 뒤편 산비탈이 무너져 토사가 흘러내렸다는 신고가 접수돼 안전 조치가 이뤄졌다.
오후 2시 3분께 군산시 중앙동에서는 한 건물 제어실에 물이 차 소방대원들이 배수 작업에 나섰다.
시간당 60㎜ 안팎의 비가 쏟아지며 고창군 아산면 주진천 수위가 상승하자 고창군은 오전 9시 30분께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마을 고지대로 대피했던 주민 6명은 수위가 내려간 뒤 귀가했다.
대전·세종·충남에서도 도로 침수와 나무 쓰러짐, 토사 유출, 지하 침수 등의 신고가 이어졌다.세종에서는 오전 11시 24분께 어진동 도로와 오전 11시 37분께 연동면 명학리 도로에서 각각 나무가 쓰러졌다. 충남 서천 등지에서는 도로 배수 불량과 침수 신고가 잇따랐고 공주에서는 지하에 물이 차 소방당국이 배수 작업을 벌였다.
충북에서도 주택 침수 등을 포함해 최소 27건의 호우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청주시 우암동의 단독주택 보일러실과 옥천군 옥천읍의 아파트 1층 등이 침수돼 소방당국이 배수를 지원했다.
전남광주 영광군에서도 법성면의 한 주택이 침수되고 주택가에 나무가 쓰러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산사태와 침수 등 추가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주민 대피와 시설 통제도 이어졌다.
중대본 집계 결과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국 6개 시·도 9개 시·군·구에서 29세대 42명이 일시 대피했다. 이 가운데 28명은 귀가했지만 11세대 14명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으며, 6세대 7명은 임시주거시설에 머물고 있다.
하천변 2278곳과 둔치주차장 56곳, 하상도로 16곳, 지하차도 1곳, 세월교 44곳, 징검다리 44곳 등을 포함해 위험지역 2583개 구간의 출입도 통제됐다. 국립공원 6곳 117개 구간 역시 통제됐다.
기상 악화로 항공기 2편이 결항됐으며 군산∼어청 여객선 1개 항로 3척의 운항도 중단됐다. 고속도로와 철도는 정상 운행 중이다.
◇ 정읍 70대 실종...전날 대구선 하천 건너던 70대 숨져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전북 정읍에서는 논일을 하러 나간 73세 남성 A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오전 6시 30분께 가족에게 농수로의 물을 확인하겠다며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끊긴 것으로 파악됐다.
정읍에는 당초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가 빗줄기가 강해지면서 오전 8시 20분 호우경보로 격상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하천과 농수로 등을 중심으로 수색을 이어가고 있으며 수중과학수사대 등도 투입됐다. 오후 7시 현재까지 A씨가 발견됐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오전 11시 10분께 대전 서구 관저동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구봉터널 인근에서는 4.5t 화물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2차 사고가 발생해 70대 SUV 운전자가 병원으로 이송됐다.
전날인 30일 오후 8시 50분께 대구 남구 도심 하천인 신천 징검다리 부근에서는 70대 B씨가 물에 빠져 숨졌다.
경찰은 B씨가 징검다리를 건너다 불어난 물에 빠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당시 대구에는 45.7㎜가량의 비가 내렸으며 신천 출입은 통제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 남북 공기 충돌에 정체전선...9월 1일 오전까지 강한 비
이번 집중호우는 한반도 남쪽의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쪽의 저기압성 회전 사이에서 성질이 다른 공기가 충돌하면서 정체전선이 형성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서해상에서 비구름대가 강하게 발달해 유입되면서 전남·전북 서부와 충남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에 강수가 집중됐다.
비구름대가 이동하면서 오후 들어서는 충북과 경북 등을 중심으로 시간당 30㎜ 안팎의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나타났다.
비는 이날 밤에도 지역에 따라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9월 1일 오전까지 충남 서해안을 중심으로 100㎜ 이상의 많은 비가 추가로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내리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안전부는 전날 오후 5시 호우 재난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하고 있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추가 강수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산사태 우려지역과 하천변, 지하공간 등 위험지역에 대한 사전 통제와 주민 대피 등 안전관리를 이어갈 방침이다.
전북도소방본부는 “집중호우 시 외출을 삼가고 산사태 우려지역, 하천변, 지하공간 등 위험한 지역의 접근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