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비례대표 국회의원직 유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즉답을 피하며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비동의강간죄, 임신중지 약물 도입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여성계와 시민사회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용 후보자는 2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면서 의원직 겸직 논란과 관련해 "여러 의견과 우려가 있다는 것을 듣고 있다"며 "청문회를 잘 준비하면서 생각을 정리해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의원과 장관을 겸직하는 것이 특혜라는 지적에는 "제 입장이나 생각을 잘 준비해서 설명드릴 수 있도록 청문회를 준비하겠다"고만 답했다.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이전 답변으로 갈음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용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장관으로 임명되더라도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유로는 "당 소속 유일한 국회의원인 제가 사퇴할 경우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돼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소수정당이 처한 현실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할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고 다음 순번 후보자가 의석을 승계하도록 하는 것이 관례로 자리 잡아왔다.
용 후보자의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다음 순번 후보자가 의석을 승계하고 기본소득당은 원외정당이 된다.
여권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일 라디오에서 "다음 비례대표 순번이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비례대표직을 사퇴하는 게 맞는다"며 "용 후보자가 의원직 사퇴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도 SNS를 통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합리적인 판단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최민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비례대표 의원의 장관 임명에 따른 의원직 사퇴가 법적 의무는 아니"라며 "균형 있게 평가되기를 바란다"고 용 후보자를 옹호했다.
◇ 보완수사권 폐지 우려에 "피해자 권익 침해 없도록 경청“
용 후보자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여성계의 우려와 관련해서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많은 여성분들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4년 동안 일한 경험을 살려 보완수사나 재수사 과정에서 피해자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폭넓게 경청하고 관계 부처와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용 후보자는 지난 7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SNS에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없애고 범죄 피해자 보호 제도를 강화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찬성 표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여성단체와 정의당 등은 성폭력 피해자와 법 취약계층의 권리 보호가 약화될 수 있다며 용 후보자 지명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와 법 취약자들이 우려했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주장해 온 인사가 어떻게 약자의 안전권을 보장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양경규 정의당 대표도 용 후보자의 보완수사권 폐지 입장을 문제 삼으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 비동의강간죄·생활동반자법 "사회적 논의"...임신중지 약물 "신속 도입“
비동의강간죄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사실상 유지했다.
용 후보자는 "현행 강간죄 구성요건이 폭행과 협박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복합적이고 다양한 성폭력 형태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관계 부처와 숙의하고 경청·소통하면서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조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의원 시절 추진한 생활동반자법에 대해서도 사회적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다양해진 가족 실태를 조사하고 면밀하게 연구·분석해 사회적 논의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누구든 서로를 돌보고 함께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삶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지원 체계를 세우겠다"고 했다.
군형법 개정안과 평등법 등에 대해서는 "국민이 자신이 속한 공간이나 조직에서 불합리한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안된 법안"이라며 시민사회와 종교계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신중지 약물 도입에는 보다 명확한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용 후보자는 "성평등부는 법률 개정 전이라도 여성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저도 동의한다"며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모자보건법 개정과 같은 입법 공백도 국회와 협력해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 "여성 구조적 불평등 해소하면서 남성 어려움도 정책 반영“
이재명 대통령이 주문한 '남성 역차별' 문제와 자신이 제시한 '모두의 성평등'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양성 모두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용 후보자는 "성평등은 어느 한 성별만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여성들이 경험하는 구조적 불평등 해소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면서 남성들이 경험하는 여러 어려움도 경청과 공론을 통해 듣고 정책에 반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평등부는 지난 1년간 위축된 정책 추진 기반을 복원했다"며 "이제는 속도와 성과가 필요한 때로, 성평등·청소년·가족정책의 컨트롤타워로서 역할과 위상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성범죄와 친밀관계폭력 등 젠더폭력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들이 국가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고 피해를 회복해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 성평등 전문성·배우자 당직 논란도 청문회 쟁점
용 후보자의 성평등 분야 전문성을 둘러싼 논란도 인사청문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용 후보자가 21·22대 국회에서 대표발의한 법률안과 결의안 등 116건 가운데 여성가족위원회 또는 성평등가족위원회 소관 법안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용 후보자가 해당 상임위원회 소관 법률안을 대표발의하지는 않았지만 스토킹처벌법과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 등 여성폭력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법안을 다수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배우자가 기본소득당 상근 당직자로 근무하는 점을 둘러싼 야권의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사퇴할 경우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돼 국고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점과 배우자의 당직자 근무를 연계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문미정 기본소득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배우자가 창당 때부터 당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며 "사적 관계를 이유로 당직 수행을 문제 삼는 것은 공적 질서에 대한 몰이해이자 기본소득당을 폄훼하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용 후보자를 둘러싸고 의원직 겸직 문제부터 보완수사권 폐지, 성평등 정책 방향과 전문성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쟁점을 놓고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