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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0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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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대출 빗장’ 먼저 푼 농협은행...건전성 악화 속 강태영 경영전략 도마 위


-가계대출연체율·NPL 등 주요 자산 건전성 지표 악화 시그널 '비상'
-3달 전 막았던 주담대 대환·MCG 잇따라 재개...농협은행 “선제적인 자체 스케줄 시행일뿐”
-강태영 행장 취임 첫해 275억원 금융사고...은행 측 “공시 기준으로는 취임 이후 사고 없어”
-지점장 실적 귀속 중징계 논란까지...감사·징계 비례성과 형평성 등 내부통제 효율성도 쟁점


 

‘금융사고 제로’를 내걸고 출범한 강태영 NH농협은행장 체제의 경영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취임 이후 내부통제와 건전성 강화를 강조해 온 농협은행이 최근 가계대출 규제를 잇따라 완화한 가운데 가계대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 등 주요 건전성 지표는 지난해 말보다 악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불과 2~3개월 전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했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중단, 타행 대환대출 제한, 주담대 만기 축소, 모기지신용보증(MCG) 제한 등을 정부의 8·13 가계대출 총량관리 완화 전후로 잇따라 되돌리면서 대출정책과 리스크 관리 사이의 균형이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강 행장이 취임 당시 ‘금융사고 제로화’를 주요 경영목표로 제시했지만 국회 제출자료에서는 취임 첫해인 2025년 8월까지 275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집계됐다. 농협은행 측은 외부에 공시된 금융사고를 기준으로 보면 취임 초기 발생한 과거 사기대출 관련 건 이후 별도의 사고 공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약 800좌의 신규 카드 실적을 유치한 전직 지점장이 일부 실적을 직원들에게 귀속시킨 문제 등을 이유로 보직해임과 감봉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감사·징계 기준의 비례성과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 가계 연체율 0.43→0.48%·부실여신비율 0.32→0.36%...건전성 지표 악화

 

강 행장 체제에서 우선적으로 점검할 부분은 고정이하여신(NPL)을 통해 살펴본 자산건전성이다. 

 

농협은행의 2026년 2분기 경영실적 등을 보면 가계대출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지난해 말 0.32%에서 올해 1분기 0.35%, 2분기 0.36%로 상승했다. 전체 고정이하 여신 규모 역시 지난해 말 1조6298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7767억원, 2분기 1조7890억원으로 증가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말 0.43%에서 올해 1분기 0.46%, 2분기 0.48%로 높아졌다. 이러한 수치는 농협은행 기준으로 2014년 2분기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체 대출 연체율 역시 2분기 말 0.53%로 KB국민은행 0.27%, 신한은행 0.34%, 하나은행 0.40%, 우리은행 0.43%보다 높았다. 전체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지난해 말 0.49%에서 올해 1분기 0.53%로 상승한 뒤 2분기 0.52%를 기록했다.

 

농협은행은 연체율 상승 배경으로 경기 부진과 전국적인 영업망에 따른 지방 대출 비중 등을 들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농협은행은 전국에 영업망을 가지고 있는데 워낙 경기가 좋지 않다. 지방 쪽 경기가 좋지 않은 부분에서 부실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여러 부서들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회수할 수 있는 것은 빨리 회수하고 상각할 수 있는 것은 상각하는 등 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통해 연체율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경기 악화와 차주의 상환능력 저하 등 외부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다만, 가계대출 연체율과 전체 연체율이 동반 상승하고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는 만큼, 향후 신규 대출의 부실률과 취약차주 비중, 연체 전이 속도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할지가 강 행장 체제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 5~6월 잠갔던 대출 규제 잇따라 해제...“8·13 때문에 서둘러 푼 것 아니야”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농협은행이 최근 가계대출 규제를 비교적 빠르게 완화한 점도 주목된다.

 

농협은행은 지난 5~6월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변동형 주담대 신규 취급을 중단하고 타행 대환 주택담보대출 제한, 비수도권 주담대 만기 축소, MCG 제한 등의 조치를 잇따라 시행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3일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를 기존 1.5%에서 3.0%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농협은행은 같은 달 20일부터 변동형 주담대 신규 취급을 재개했다. 이어 지난달 31일부터 타행 대면 주담대 대환대출을 다시 허용하고 비수도권 주담대 최대 만기도 30년에서 40년으로 확대했다. MCG 가입 제한도 해제했다. 불과 2~3개월 전 도입했던 대출 억제 조치를 상당 부분 되돌린 셈이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은 정부의 8·13 대책 이후 대출 규제를 선제적으로 풀었다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조절을 위해 앞서 여러 선제적인 조치를 했고, 가계부채가 관리 범위 내에 들어오면서 기존에 제한했던 부분을 일부 푼 것”이라며 “먼저 선제적으로 풀었다고 보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가계부채 관리 방침이 있고 총량도 늘어났다”며 “8·13 대책 발표 이후 시행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전부터 준비해왔던 것으로, 농협은행 자체 일정과 총량관리 범위 내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대출 규제를 완화했다는 사실만으로 향후 건전성 악화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미 연체율과 부실여신 지표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공급 확대와 리스크 관리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관건이다.

 

◇ ‘금융사고 제로’와 275억원 통계...농협은행 “공시 기준과 국회 자료 기준 달라”

 

내부통제도 강 행장의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강 행장은 2025년 1월 취임 당시 ‘원리원칙 재정립 및 내부통제 혁신’을 주요 경영 방향으로 제시하면서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해 ‘금융사고 제로화’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러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8월까지 농협은행에서 적발된 금융사고 금액은 총 802억2102만원이다.

 

2024년에만 19건, 453억7512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고 강 행장이 취임한 2025년에도 8월까지 8건, 275억4204만원이 집계됐다. 2024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사고 금액만 약 729억원으로 전체 집계액의 90%를 웃돈다.

 

대출 관련 사고에서도 이중매매계약서를 이용해 담보가치를 부풀리거나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활용한 부당대출 사례 등이 확인됐다. 일부 사고에는 직원의 배임·횡령·사기 등 내부 개입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농협은행은 이 통계와 은행이 외부에 공개하는 ‘금융사고 공시’는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2025년 8월까지 8건·275억원 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했다”는 국회 자료에 대해 “내가 이야기한 내용은 외부에 사고 공시되는 내용”이라며 “국회 제출자료의 세부 기준은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억하기로는 2025년 2~3월께 과거에 발생했던 외부 사기대출 관련 건이 마지막으로 공시됐고 이후 별도의 금융사고 공시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공시 자료만 보면 취임 초기 외부에 의한 사기 건 이후 사고가 없어 내부통제가 이전에 비해 잘 이뤄지고 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차이는 금융사고 관리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공시 대상 대형 사고가 줄었는지만 볼 것인지, 국회 제출자료 등에 집계되는 전체 사고 건수와 금액까지 포함할 것인지에 따라 내부통제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연말 임기 만료...건전성·내부통제 ‘강태영 2년차 성적표’ 될 듯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강 행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번 건전성 악화와 내부통제 부실 문제는 그의 연임 전선에 최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장의 임기가 올해 말 일제히 끝나는 만큼, 하반기 차기 은행장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 행장 역시 향후 거취를 놓고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농협은행장의 연임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은 아니다. 이경섭 전 행장은 기본 임기 이후 한 차례 연임했고, 이대훈 전 행장도 2018년 취임 이후 임기를 연장했다.

 

다만 강 행장이 취임 당시 내부통제와 금융사고 제로화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당기순이익과 영업실적만이 아니라 연체율과 부실여신 등 자산건전성, 금융사고 예방 실적, 내부통제 시스템의 실제 작동 여부 등이 함께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형 금융사고를 막는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과 일선 직원의 업무상 과오에 대한 책임을 각각 어떤 기준으로 묻고 있는지, 감사와 징계 과정에서 동일한 원칙과 형평성이 유지되고 있는지도 살펴볼 대목이다.

 

농협은행 측이 설명한 것처럼 최근 부실 확대에 경기 둔화와 지방경제 침체라는 외부 요인이 작용했고, 대출 규제 완화 역시 정부 정책에 편승해 서둘러 시행한 것이 아니라 총량관리 범위 안에서 예정된 일정에 따라 진행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12년 만의 높은 가계대출 연체율과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전체 연체율이 현실화된 이상 향후 건전성 지표를 실제로 낮출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금융사고 제로화’ 역시 공시 사고 감소에 그치지 않고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는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이어졌는지까지 확인돼야 한다.  결국 자산건전성과 내부통제, 감사·징계의 형평성은 강태영 체제의 경영 성과를 판단하는 핵심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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