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고유가와 고금리, 관세전쟁 등 경제·외교 악재가 겹치고 있다.
7개월째 이어지는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돌파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가 끝나면 전쟁이 끝나고 유가도 급락할 것”이라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유가 상승은 휘발유와 디젤 등 연료비뿐 아니라 운송비와 석유화학제품, 농산물 가격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주유소 평균 휘발유 소매가격은 이날 갤런당 4.22달러로 이란 전쟁 이전보다 4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로 인한 ‘생활비 부담(Affordability)’ 문제가 중간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고유가가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의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리 상승도 악재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4.85%를 넘어서며 2023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과 미국 정부부채 등에 대한 우려로 오히려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의 이자 부담을 높여 미국 유권자들의 체감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캐나다와의 관세 갈등도 변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보복 관세를 주고받은 데 이어 일부 품목의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까지 내놨다.
미국과 캐나다의 생산·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양국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캐나다와의 교역 의존도가 높은 미국 북부 지역은 물론 미국 산업 전반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NYT는 고유가와 고금리, 무역 갈등 등이 맞물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심각한 정치적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용 호조와 높은 경제성장률을 경제적 성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인공지능(AI) 산업을 중심으로 한 경기 호황에도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웃돌면서 유권자들이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화당이 9일부터 이틀간 텃밭인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이례적인 ‘중간선거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불리해진 선거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댈러스로 출발하기 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무엇을 해왔는지 설명할 것”이라며 “미국 경제는 매우 강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란 전쟁과 고유가에 대해서는 중간선거 직후 상황이 급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전쟁이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들(이란)이 더는 버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필사적”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핵무기뿐이며, 만약 핵무기를 가지게 되면 전 세계가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유가에 대해서도 “중간선거가 끝나자마자 급락할 것”이라며 “우리가 그렇게 만들 것이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이란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에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 합의하고 싶었지만 너무 멀리 와버렸고 이란은 거의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며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핵 협정에 대해서는 “핵 문제 외에도 다룰 것이 많다”면서도 “우리는 핵 협정을 할 것이다. 그건 99.9%”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과의 교전이 이어지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망이 현실화할지는 불투명하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패드릭 가비 ING 미주지역 리서치 책임자는 고유가 상황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무엇이라고 말하든 트럼프 행정부가 물가를 낮추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는 인식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간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란 전쟁과 고유가·고금리, 관세 갈등이 동시에 이어지면서 경제 문제를 둘러싼 유권자들의 평가가 선거 판세를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