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식품 부산물의 활용을 늘리기 위해 부산물을 단순 폐기물이 아닌 ‘순환자원’으로 인식하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개별법 제정에 그칠 게 아니라 폐기물관리법,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 등 상위법에서 부산물의 정의와 활용 기준을 명확해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농수산식품 부산물의 자원화 촉진 방안’ 세미나에서 우병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수산식품 부산물 정책의 패러다임을 기존의 사후 처리 및 재활용 중심에서 발생 억제 및 자원화 극대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지금까지 폐기되던 부산물을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하고, 기존 사료·비료 등으로 재활용하던 부산물을 식품·의약품·화장품·바이오소재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단순 재활용에 머물 게 아니라 기술 발전과 새로운 수요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형태로 이용해야 한다며, 수산식품 부산물이 순환경제와 바이오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바이오매스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부산물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발생량과 이용 가능 규모 파악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현재 폐기물과 부산물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부산물 발생량을 체계적으로 집계한 통계가 부족해 연구자와 기관에 따라 추정치가 달라지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기술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부산물에서 유용물질을 추출하거나 식품·화장품·바이오소재 등으로 제품화하기 위한 기술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우 선임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관련 기술 개발과 상용화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가장 큰 걸림돌은 법과 제도상의 불명확성"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재와 같은 법체계에서는 농업·수산업이나 식품산업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 유기성 폐기물로 취급될 수 밖에 없다"며 “법적으로 부산물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부산물은 폐기물관리법 등에 따라 예외적으로 재활용이 허용되는 구조다. 사료·비료·연료 등 기존 활용 분야는 비교적 제도화돼 있지만 식품이나 의약품, 화장품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활용하려면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고 관계 부처의 유권해석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수산부산물 관련 법률 등 개별 입법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으로 읽힌다.
폐기물관리법과 순환경제 관련 법체계를 정비해 부산물의 법적 지위를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제안한 그는 "폐기물관리법 등에서 부산물의 정의를 확실히 하고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을 통해 적극적인 활용을 지원한다면, 각 분야별로 별도의 부산물법을 만드는 입법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현장의 행정 부담도 고려돼야
부산물을 별도의 법으로 관리할 경우 사업자와 기존 수집·운반업체에 이중 신고나 추가 허가 등 행정적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폐기될 물질 가운데 활용 가능한 부산물을 선별해 수집·보관하고 가공해 제품화는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은 산업 활성화를 가로막는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우 선임연구위원은 "부산물 정책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와 시장 중심으로 전환해 원료 활용 기업과 최종 소비자를 고려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단순히 배출자의 부담을 줄이는 것을 넘어 기술 개발과 가격·품질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부산물 재활용 제품을 환경표지 인증 및 탄소감축 등 친환경 정책과 연계하고, 정부 지원을 확대함으로서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부산물 산업화 초기에는 발생 장소와 물량, 성분의 관리가 쉬워 자원화와 제품화가 빠른 식품·제조·가공 공정의 부산물부터 우선 활용하고, 제도가 정착한 후 농수산업 생산 현장으로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별 주산지와 식품산업을 연계한 부산물 자원화 클러스터 구축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특정 농수산물 주산지를 중심으로 생산·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수집하고 지역에서 다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드는 순환형 산업구조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와 함게 특정 농수산물 주산지를 중심으로 부산물을 수집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가공하는 지역 연계형 '부산물 자원화 클러스터'를 구축해 지역 내 순환형 산업구조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우 연구위원은 "부산물 이용 활성화를 위해 법·규제 개선, 연구개발(R&D) 확대, 위생·안전성 확보, 정부 지원이 복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특히 부산물은 폐기물이라는 인식이 있어 위생과 안전성 담보가 산업화의 핵심 전제가 되므로, 철저한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기술 개발과 가격·품질 경쟁력 확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제도 개선과 분리·저장 시스템 구축 필요
김영목 국립부경대학교 수산과학대학 학장은 수산부산물이 연간 약 337만t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통계가 부족하고, 현행 제도상 활용 대상도 일부 패류의 패각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수산부산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어류·연체류 부산물은 활용 잠재력이 큼에도 대부분 혼합 배출돼 사료 등 저부가가치 용도로만 사용되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류의 내장·껍질·뼈 등을 용도별로 분리 배출하고, 부패를 막는 냉장·냉동 저장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오징어 내장의 오메가3, 연어 생식소의 세포재생 소재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화 사례를 확대할 수 있도록 수산부산물법 적용 대상을 어류·해조류 등으로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규모 가공센터를 중심으로 부산물을 안정적으로 수집·처리하고, 수요기업과 연계하는 산업화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관련 법령과 위생·안전 기준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정토론의 좌장을 맡은 황영모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수산식품분과 위원장은 "농수산식품 부산물 자원화의 당위성을 넘어, 현장과 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임경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은 수산부산물법 시행 이후 패각을 중심으로 관리체계가 구축됐음에도 현장에선 여전히 병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산부산물의 적용 대상을 어류·해조류 등으로 확대할 경우 품목별 특성에 맞는 위생·안전 및 선도관리 기준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패각 재활용 기술이 실제 이용으로 이어지도록 품질규격과 공공조달 기준 등을 구체화하고, 사업화 및 시설 지원은 처리 물량과 수요, 가격·품질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폐기물 규제에서 산업 육성으로: 농수산 부산물 활성화해야
농수산식품 부산물의 자원화를 확대하려면 관련 법·제도를 기존의 폐기물 규제 중심에서 산업 육성과 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촉진법’ 체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주문솔 한국환경연구원 순환경제연구실장은 "부산물이 폐기물에서 제외된다고 곧바로 자원이 되는 것은 아니"라며 "공급량과 경제성, 품질, 시장 수요가 함께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순환자원 인정과 재활용 허가 등 중복될 수 있는 절차를 개선하고 농수산식품 부산물의 재활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부산물 발생 통계와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국가 차원의 자원화 로드맵과 권역별 순환바이오경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식품 부산물의 환경적 가치를 평가·인증할 수 있는 기반 구축을 다지고, 이를 범부처 바이오경제 전략과 연계해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 식품·화장품·산업소재 등으로 활용하는 데 제약 따라
농산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원료로 활용하기 위해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연구개발(R&D)과 거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운철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 바이오푸드테크 팀장은 "현행법상에서 폐기물로 분류되어 식품·화장품·산업소재 등으로 활용하는 데 제약이 크다"고 지적했다.
농촌진흥청은 규제특례 등을 통해 사과 부산물 재생가죽, 배 부산물 미세플라스틱 대체 소재, 감귤 부산물 토양개량제 등의 제품화를 지원해왔다.
신 팀장은 "농산부산물 Eco-순환 기술 개발(2025~2029년)’을 통해 정보 공유·거래 플랫폼 구축과 친환경 소재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히며 "부산물의 정의와 범위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고 R&D 지원과 공공데이터 생산·관리 근거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기업이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유통·가공 체계 마련해야
김학선 동원F&B 부산물 TF팀장은 수산부산물의 고부가가치 산업화를 위해 폐기물 중심 규제 개선과 기업용 유통·가공 체계 마련을 주문했다.
김 팀장은 "현재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참치 부산물 재활용 실증사업이 진행 중이나 폐기물처리업 허가가 없는 기업은 수집조차 어렵고, 순환자원 인정제도는 중소기업에 시간·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해외처럼 어류 부위별 부산물이 자유롭게 거래되고 지역에서 신속하게 전처리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고, 해수부·환경부 등 범부처가 연계해 원료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농식품부, 별도 관리체계 구축 필요성 등 검토
김재형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과장은 "농산물 잔재물과 폐배지, 축산 관련 부산물 등 농업 분야 부산물의 종류가 매우 다양한 만큼 자원화 가능성이 높은 품목부터 단계적으로 정책 대상에 포함할지, 포괄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농식품부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농산부산물 법안과 관련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함께 별도 관리체계 구축 필요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새 제도가 농가와 업체에 추가 규제가 되지 않도록 현장 부담을 고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식약처 등 관계부처와 협업해 기술개발과 자원화를 확대하고, 실제 수요와 경제성을 갖춘 부산물을 발굴해 산업화로 연결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 해수부, 수산부산물법 적용 대상 넓히고 기술개발부터 실증·산업화까지 연계
해수부는 수산부산물 자원화를 확대하기 위해 현행 수산부산물법 적용 대상을 넓히고 기술개발부터 실증·산업화까지 연계하는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희정 해양수산부 양식산업과장은 "현재 일부 패류 패각에 적용되는 수산부산물법(적용대상 현재 퍠류 6종)을 전체 폐각으로 확대하기 위한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을 올해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어류와 해조류 부산물까지 포함하되 부패와 위생 문제 등을 고려해 관리체계를 마련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산물 발생량 등 관련 통계를 고도화하고, 높은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한 기술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해수부는 이를 위해 올해부터 경남 통영에 수산부산물 산업화 지원센터를 구축해 개발 기술 실증과 데이터 축적, 제품 기준 마련을 지원한다. 또 참치 부산물 규제특례를 어류 전반의 확대 모델로 검토하고, 기존 사업의 성과와 중복 투자 여부를 점검해 후속 지원의 효율성을 높여갈 계획이다.
◇ 기후부 “농수산 부산물 자원화, 품목별 로드맵·부처 협업 필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농수산식품 부산물의 자원화를 확대하기 위해 활용 가능 품목을 구체화하고 기술력과 공급 역량, 시장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단계별 로드맵 마련을 제안했다.
장이재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폐기물과 부산물을 일률적으로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산물 자원화 제도 마련 시 기존 폐기물 관리체계의 연속성과 연계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규제를 급격히 완화할 경우 관리가 느슨한 영역으로 폐기물이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는 규제샌드박스와 순환자원 인정제도 등을 통해 규제체계를 유연화하고 있으며, 식물성 잔재물을 제품 원료 활용을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나아가 자원화 가능성이 높은 농수산 부산물 목록을 우선 선정하고 기술 수준, 투자계획, 생산단가, 시장성을 검토한 로드맵을 마련하면 관계부처 간 제도 개선과 지원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김성범·서삼석·윤준병·송옥주·주철현·문대림·문금주 의원과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공동주최하고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주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