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주암댐 등 33개소 시작으로 수열에너지 도입...롯데월드타워·무역센터까지 확대
-소양강댐 심층수로 데이터센터 7곳 냉각...강원 수열클러스터 냉방에너지 64% 절감 전망
-롯데월드타워·무역센터 넘어 산업단지·공동주택까지...2030년 1GW 보급 목표
인공지능(AI) 확산과 첨단산업 투자 증가로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서버를 식히는 데 필요한 ‘냉각 전력’을 줄이는 기술이 새로운 에너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저장장치가 쉬지 않고 가동되는 특성상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산업통상부가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1개당 평균 연간 전력사용량은 약 25GWh로 4인 가구 6000세대가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전체 필요 전력 가운데 30% 이상은 냉각에 사용된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추가로 공급하는 것뿐 아니라 냉각 과정에서 소비되는 전력 자체를 줄이는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하천과 댐, 해수 등 물이 가진 열을 활용하는 ‘수열에너지’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열에너지는 여름철 물의 온도가 대기보다 낮고 겨울철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특성을 이용해 건물이나 산업시설의 냉난방에 활용하는 재생에너지다.
연중 수온 변화가 크지 않아 태양광이나 풍력과 달리 기상 여건의 영향을 적게 받고, 기존 가스·전기 기반 냉난방 방식보다 약 30~70%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냉각탑을 없앨 수 있어 소음과 진동, 건물 하중 문제를 줄이고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해외에서는 이미 데이터센터 냉각에 해수나 호소수, 하천수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구글은 핀란드 남동부 항구도시 하미나에 구축한 데이터센터에서 발트해 해수를 냉각에 활용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폐열은 지역난방에도 재활용한다. 최근 북유럽을 중심으로 서늘한 기후와 재생에너지를 결합한 이른바 ‘그린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확대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에서는 댐과 하천, 광역상수도 등 전국 단위 수자원 인프라를 보유한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수열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냉방비 35.8% 뚝"… 롯데월드타워 이어 코엑스까지 잡은 '수열에너지'
수자원공사는 2006년 주암댐을 시작으로 댐·정수장 등 자체 시설 33개소에 7.4MW 규모의 수열에너지를 도입했다. 이후 외부 공급사업으로 영역을 넓혀 롯데월드타워와 한국종합무역센터 등 대형 건축물에도 수열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현재 수자원공사가 운영 중인 수열에너지는 롯데월드타워 등을 포함해 45개소, 50.5MW 규모다.
대표적인 상업화 사례는 서울 롯데월드타워다.
수자원공사는 2014년 수도권 광역상수도 원수를 활용해 롯데월드타워에 3000RT, 10.5MW 규모의 수열에너지를 공급했다. 수열에너지는 전체 냉방부하의 약 10%를 담당하고 있으며, 기존 냉방 방식과 비교해 35.8%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말 준공된 서울 삼성동 한국종합무역센터 수열에너지 사업은 규모가 한층 커졌다. 수도권 광역상수도 원수를 활용해 7000RT, 24.6MW 규모의 냉방에너지를 공급하는 사업으로 단일 시설 기준 국내 최대 규모다. 수자원공사는 이를 통해 연간 약 10억8000만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데이터센터 전력난 해법으로 떠오른 ‘댐 심층수’
정부는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이 전력계통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지방 분산을 유도해왔다. 2022년 말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는 147개였지만 2029년까지 입지 신청 기준 총 732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가운데 약 82%가 수도권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는 수력발전과 수열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강원지역 등을 데이터센터 우선 검토 지역으로 제시했다. 데이터센터 냉각에 수열과 수력발전, LNG 냉열 등을 활용해 전력수요를 줄이는 방안도 추진해왔다.
수자원공사가 춘천에서 추진하고 있는 ‘강원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클러스터는 춘천시 동면 지내리 일원 약 81만6000㎡ 부지에 조성된다. 총사업비는 4223억원이며 2028년까지 설계·시공을 마치고 2029년부터 운영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수열 공급규모는 1만6500RT, 약 58MW로 하루 최대 24만1000톤의 물을 활용한다.
춘천에서 가까운 소양강댐은 국내 댐 가운데 수심이 가장 깊고 발전 방류구가 수심 130~150m 지점에 있어 깊은 곳의 차가운 물을 활용할 수 있다. 발전 방류수 온도도 연중 약 6.7~13.4℃ 수준으로 낮게 유지된다.
클러스터에서는 이를 활용해 데이터센터를 먼저 냉각한 뒤 온도가 올라간 물을 스마트팜 난방 등에 다시 사용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수열을 한 차례 사용하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냉방과 난방에 단계적으로 재활용하는 구조다.
현재 계획상 클러스터에는 데이터센터 7곳과 스마트팜 부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약 9.5℃ 수준의 소양강댐 저온수를 데이터센터 냉각에 활용하고, 냉각 과정에서 데워진 물은 스마트팜과 산업시설의 난방 등에 다시 활용한 뒤 춘천지역 용수로 공급하는 다단계 활용 방식이 적용될 예정이다.
수자원공사 분석에 따르면 240MW 규모 데이터센터를 냉각할 때 기존 외기냉수냉방 시스템을 적용하면 연간 에너지 사용량이 약 11만1336MWh에 달하지만 수열에너지 시스템을 적용하면 약 3만9915MWh로 줄어든다. 연간 7만1421MWh, 약 64%의 냉방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 대청댐·첨단산단으로 확장...‘건물 넘어 지역 단위 공급’
수자원공사는 수열에너지 활용 범위를 개별 건축물에서 산업단지와 데이터센터 집적단지로 넓히고 있다. 금강 수계에 자리한 대청댐에서도 광역상수도 원수를 활용한 대규모 수열 특화단지가 추진되고 있다. 대청댐은 대전 대덕구에 관리시설을 두고 있는 금강유역의 대표적인 다목적댐으로, 충청권에 공급되는 광역상수도망과 연계돼 있다.
수열 특화단지의 계획 규모는 2만1360RT, 75.1MW로 강원 수열클러스터의 58MW보다 크다. 하루 활용 원수량도 30만톤 규모다. 사업은 2032년 준공을 목표로 현재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이 진행되고 있다.
광명시흥 도시첨단산업단지에서는 국내 최초로 산업단지 조성 단계부터 수열에너지 전용 공급관로를 설치하는 집단공급 시범사업도 추진된다.
기존에는 개별 건축물에 수열에너지를 공급했다면 앞으로는 산업단지를 조성할 때부터 수열 공급망을 함께 구축해 입주기업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산업단지 내 기업이 각각 냉난방 시설을 구축하는 대신 인근 광역상수도 원수를 이용한 수열에너지를 공급받는 구조다.
계획 용량은 3000RT, 10.5MW로 하루 약 5만톤의 광역상수도 원수를 활용한다. 2025년 12월 실시협약을 체결했고 올해부터 설계에 들어가 2030년 수열 공급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이처럼 수열에너지는 AI 시대를 대비하는 정부가 수도권 데이터센터 과밀화에 대비할 수 있는 미래 에너지 자원으로서 그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 동시에 강원 수열 클러스터와 광명 시흥 첨단산업단지까지 기존의 기업 단위를 넘어선 대규모 산업단지의 냉난방 기반을 조성하는 차세대 에너지 수단으로서 그 가능성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 수열에너지, 공동주택까지 들어온다
수열에너지 적용 대상은 산업시설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의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의무화 확대에 따라 공동주택과 대형 공공건축물에서도 수열에너지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경기도·경기주택도시공사(GH)와 함께 하남교산 A8블록 공동주택 763세대 전체에 수열에너지를 공급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급규모는 1000RT, 3.5MW로 수도권 광역상수도 원수를 활용한다. 2028년까지 설계를 진행하고 이후 공사를 거쳐 2032년 입주 시점부터 수열에너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공동주택 전체 세대를 대상으로 수열 냉난방을 적용하는 국내 첫 시범사업이다.
잠실주경기장과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등 서울 대형 시설에도 수열에너지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잠실주경기장은 수도권 광역상수도 원수를 활용해 1800RT, 6.2MW 규모의 수열에너지를 공급하는 사업으로 올해 공사에 착수해 2027년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에는 1800RT, 6.3MW 규모가 도입되며 2030년부터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수자원공사는 2030년까지 전국적으로 1GW 규모의 수열에너지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운영 중인 45개소 50.5MW에 더해 데이터센터 집적단지와 대형 건축물, 공공주택지구 등을 중심으로 전국 28개소에 약 950MW 규모의 신규 수열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