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박3일간 정상외교 일정을 진행했지만, 화려한 의전에 비해 공개된 실질적인 결과물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정상은 무역과 인공지능(AI), 대만, 핵심광물, 중동 문제 등 미·중 관계를 좌우할 굵직한 현안을 테이블에 올렸지만 대부분의 핵심 쟁점에서 구체적인 돌파구를 만들지는 못했다.
양국은 기존 무역 휴전을 두 달 연장하고 일부 경제·통상 분야에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양국 관계의 방향을 바꿀 만한 대형 합의나 공동성명은 발표하지 않았다.
로이터도 이번 3일간의 일정을 두고 정상 간 개인 외교가 두드러졌지만, 무역과 AI, 대만, 중국의 대이란 관계 등 주요 현안에서는 큰 공개적 돌파구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시 주석을 맞이하기 위한 미국 측 의전은 방문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시 주석 부부가 미국에 도착하자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까지 직접 나가 영접했다. 백악관이 사전에 공개한 일정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시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를 공항에서 맞이하고, 이튿날 백악관에서 공식 국빈 환영식을 여는 일정이 포함됐다.
24일에는 백악관에서 양국 국가 연주와 군 의장행사가 포함된 공식 환영식이 진행됐다. 미 육군 올드가드 군악대와 해병대 의장대 등이 동원됐으며 B-2 스피릿 폭격기와 F-22 전투기의 비행도 이어졌다. 이후 정상회담과 국빈만찬이 열렸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세심한 준비와 환대”에 감사를 표시하고, 양국 정상이 반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상호 국빈방문을 한 점을 강조했다.
마지막 날인 25일에도 두 정상의 동행 일정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백악관에서 차를 마신 뒤 함께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을 찾아 미국 헌법 등 주요 역사 문서를 관람했다. 정상외교 기간 군용기 비행과 공식 환영행사, 국빈만찬, 기록보관소 방문 등 상징성이 큰 장면이 잇따랐다.
◇ 무역휴전 2개월 연장...핵심 현안은 여전히 ‘미완’
화려한 일정과 달리 현재까지 공개된 실질적인 합의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오는 11월10일 종료될 예정이었던 미·중 무역 휴전을 두 달 연장해 내년 1월10일까지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무역휴전 연장은 24일 정상회담에서 새롭게 타결됐다기보다는 정상회담 전날인 23일 양국 경제팀 간 협상에서 먼저 합의됐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회동한 뒤 지난해 부산에서 체결된 무역합의를 두 달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국은 추가 관세 충돌을 당분간 피하면서 보다 포괄적인 무역 합의를 위한 협상을 이어갈 시간을 확보했다.
앞선 양국 경제팀 협상에서는 전략성이 낮은 상품에 대해 관세를 낮추는 방안도 논의됐다. 미국 측은 에너지와 농산물, 의료기기 등을, 중국 측은 소비재와 저기술 제품 등을 후보 품목으로 거론했다. 하지만 희토류 등 핵심광물 공급이나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확대와 관련해서는 당시 뚜렷한 진전이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양국 간 대표적인 갈등 현안인 관세와 첨단기술 통제,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광물 공급망, 대만 문제에서는 정상외교를 계기로 한 새로운 포괄적 합의가 공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시 주석과 차담을 마친 뒤 “우리 농민들이 행복해질 것”이라며 회담 성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중국이 미국산 대두 등 농산물을 얼마나 추가 구매하기로 했는지 구체적인 규모와 품목은 당시 공개하지 않았다.
AI 문제에서도 양측은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정상회담 내용에 따르면 시 주석은 미·중 모두 AI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며 AI의 위험과 편익, 오·남용 방지를 위한 대화를 이어갈 것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AI가 인류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라며 양국이 AI 분야에서 대화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정상회담에 앞선 실무 협상에서 AI 안전사고 발생 시 통보 체계와 관련한 공식 대화 채널을 구축하기로 하고 약 두 달 뒤 중국 선전에서 후속 협상을 열기로 했다. 다만 첨단 AI 반도체 수출 통제나 중국의 미국 기술 접근 문제 등 양국 기술패권 경쟁의 핵심 쟁점에서는 별도 합의가 발표되지 않았다.
◇ 시진핑, 대만 문제 압박...트럼프는 공개 답변 자제
대만 문제에서도 양측의 기존 입장 차이는 그대로 드러났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은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에 지속적으로 반발해 왔다.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시 주석이 1982년 미·중 공동성명을 근거로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상외교가 끝난 뒤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관련한 새로운 정책 방향이나 구체적인 양보안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만을 둘러싼 양국 갈등을 완화할 새로운 합의도 확인되지 않았다.
중동과 우크라이나, 한반도 등 국제 현안도 논의됐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 정상이 중동 정세와 우크라이나 사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 이란의 관계도 주요 현안 가운데 하나였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과 양국 금융 관계 등에 우려를 제기해 왔으며, 정상회담에서도 중동 문제가 논의됐다.
◇ ‘합의’보다 ‘관리’에 방점...미중 충돌 방지가 주요 과제
다만 이번 정상외교를 단순히 성과가 없는 회담으로만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양국이 무역 휴전을 내년 1월까지 연장하고 정상 간 대화 채널을 이어가면서 미·중 갈등이 단기간에 다시 관세전쟁이나 외교적 충돌로 격화되는 위험을 낮췄다는 점은 이번 회담의 의미로 꼽힌다.
실제 정상회담을 앞두고 허드슨 로켓(Hudson Lockett) 로이터 아시아 칼럼니스트는 이번 회담의 우선순위가 대형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보다는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양국 간 긴장을 관리하는 데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시 주석 역시 이번 방미 기간 양국 관계의 ‘전략적 안정’을 거듭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24일 정상회담에서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한 ‘건설적인 전략적 안정의 미·중 관계’를 재차 언급하며 “협력을 중심으로 하고 경쟁은 적정 수준에서 유지하며 차이는 관리하는”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방문 마지막 날인 25일에도 향후 정상 간 만남을 예고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차담을 하면서 올해 중국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미국에서 개최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거론하며 “올해 남은 기간 두 차례 더 만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호응했다.
결국 이번 2박3일 정상외교는 미·중 간 구조적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빅딜’보다는 갈등이 통제 불능 상태로 번지는 것을 막는 관계 관리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공항 영접과 국빈 환영식, 군 의장행사와 국빈만찬, 마지막 날 기록보관소 동행까지 두 정상의 밀착 행보는 연일 부각됐다. 하지만 무역·AI·대만·핵심광물이라는 핵심 현안의 상당 부분은 다음 협상의 과제로 남았다.
화려한 외교무대에 비해 공개된 구체적 합의의 범위는 크지 않았다. 세계 최대 두 경제대국이 당장의 충돌을 피하고 정상 간 대화를 이어갈 틀을 유지했지만, 양국의 장기적인 전략 경쟁을 해소할 해법까지 마련한 것은 아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