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15.0℃
  • 맑음강릉 20.8℃
  • 맑음서울 17.0℃
  • 맑음대전 17.4℃
  • 맑음대구 19.5℃
  • 맑음울산 20.9℃
  • 맑음광주 19.4℃
  • 맑음부산 25.1℃
  • 맑음고창 17.4℃
  • 맑음제주 23.0℃
  • 맑음강화 16.8℃
  • 맑음보은 14.1℃
  • 맑음금산 14.9℃
  • 맑음강진군 19.1℃
  • 맑음경주시 19.7℃
  • 구름많음거제 21.7℃
기상청 제공

2026년 10월 10일 토요일

메뉴

국제


87세 노인 강제퇴거에 폭발한 스페인...주택난 항의 시위 전국 확산

 

스페인에서 87세 여성의 강제 퇴거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주택난 항의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세입자 보호 대책마저 의회에서 부결되면서 임대료 인하와 세입자 총파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유로뉴스와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수도 마드리드를 비롯한 스페인 전역에서 주택난 해결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마드리드 집회에는 당국 추산 7만명, 주최 측 추산 50만명이 참여했다. 당초 전국 50여개 도시에서 집회가 예정됐지만 바르셀로나 등 일부 지역은 악천후로 연기됐다.

 

시위대는 임대료 인하와 규제 강화 등을 요구하며 거리 행진에 나섰다. 마드리드 중심부 푸에르타델솔 광장에서는 약 2000명이 천막을 설치하고 일주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발렌시아에서는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최루탄과 고무탄까지 동원됐다.

 

이번 시위에 불을 붙인 것은 지난달 23일 마드리드에서 벌어진 마리카르멘 아바스칼(87)의 강제 퇴거 사건이다.

 

아바스칼은 부모가 1956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아파트에서 약 70년간 거주해왔다. 부모가 숨진 뒤 계약을 승계했지만 건물의 새 소유주는 계약 승계가 무효라고 주장했고, 스페인 대법원은 지난 3월 소유주 측의 손을 들어줬다.

 

주택운동 단체들은 2018년 아파트를 매입한 부동산 업체가 임대료를 대폭 올리려 했다고 주장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월 500유로 수준이던 임대료가 한때 2650유로까지 인상됐다가 1650유로로 조정됐다. 장애가 있는 아바스칼은 연금만으로 인상된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도 퇴거 중단과 적절한 주거 보장을 요청했지만 강제집행을 막지는 못했다. 경찰이 퇴거를 저지하려는 주민과 활동가들을 해산하는 가운데 아바스칼이 들것에 실려 집 밖으로 옮겨지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 주거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급속히 확산했다.

 

아바스칼은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소유주 측은 기존보다 낮은 임대료를 적용해 그가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번 사건은 스페인의 고질적인 주택난에 대한 불만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스페인은 주택 공급 부족과 임대료 급등이 겹치면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부동산 정보업체 이데알리스타에 따르면 스페인의 평균 임대료는 최근 10년간 거의 두 배로 상승했다. 현지 언론 엘파이스는 마드리드에서만 하루 평균 3건의 강제 퇴거가 집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의 세입자 보호 대책도 난항을 겪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좌파 정부는 취약계층 세입자의 퇴거 제한과 임대차 계약 자동 연장, 단기 임대차 규제 강화, 투기성 펀드의 주택시장 투자 제한 등을 담은 긴급 대책을 마련했지만 지난 2일 의회 표결에서 부결됐다.

 

특히 그동안 정부의 주요 표결에 협조했던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 준츠가 반대표를 던졌다. 준츠는 과도한 규제가 임대주택 공급을 감소시켜 오히려 임대료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대책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세입자 단체들의 움직임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마드리드세입자연합 등은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세입자 총파업을 추진하기 위해 다른 단체들과 구체적인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

 

주택난이 산체스 총리의 정치적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여러 정치적 악재에 직면한 산체스 정부가 주거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세입자 보호 대책 부결 책임을 야권에 돌리면서 좌파 지지층 결집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리올 바르토메우스 바르셀로나자치대 정치학 교수는 주택 문제가 산체스 정부 입장에서는 다른 정치적 논란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의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산체스 총리가 이번 대규모 시위를 통해 세입자 보호 대책 부결에 대한 민심을 가늠한 뒤 향후 정국 운영과 조기 총선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배너



HOT클릭 TOP7




배너



배너

사회

더보기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