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복지국가가 직면한 가장 거대한 실존적 위기는 인구구조의 지각변동에 기인한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이미 노인 인구 1,000만 명, 치매 인구 100만 명의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러나 위기의 본질은 단순히 ‘돌볼 사람이 많아졌다’거나 ‘돌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정량적 수치에만 머물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비극은 현장의 종사자들이 정작 돌봄이라는 인간적 교감보다 행정적 기록과 제도적 통제에 영혼을 소진하고 있다는 ‘일의 구조적 모순’에 있다.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은 묻는다. "나는 돌보러 왔는가, 기록하러 왔는가." 평가 등급을 유지하기 위한 방대한 문서 작업, 지도점검, 행정조사, 돌봄사고, 그 밖의 다양한 규제 위반을 피하기 위한 방어적 행정은 돌봄을 따뜻한 헌신의 영역에서 피로한 관료제적 노동의 영역으로 추락시켰다. 돌봄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오히려 돌봄을 옥죄는 복지의 역설, 이 분절되고 파편화된 위기 속에서 우리는 돌봄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다시 질문해야 하는 역사적 임계점에 서 있다. ◇돌봄은 서비스가 아니라 ‘사회운영체제’다 필자는 최근 ≪디지털 케어-돌봄은 어떻게 설계되는가: Care Orchestration≫이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이 책
◇ 글로벌 도시 경쟁력 서울의 미래 경쟁력은 더 이상 초고층 빌딩 숫자나 산업단지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최근 서울은 일본 모리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가 발표한 세계도시종합경쟁력지수(GPCI)에서 세계 6위를 유지하며 글로벌 최상위 도시 반열에 올라섰다. 경제·연구개발(R&D)·교통·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서울이 글로벌 TOP5를 넘어 G2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산업·기술 중심 전략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G2 도약은 도시 순위 경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소비·관광·문화·디지털 산업이 집중된 핵심 도시이며, 서울의 글로벌 도시 경쟁력은 국가 전체의 경제·문화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결국 서울 G2 전략은 서울만의 과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플랫폼 전략이라는 점에서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최근 글로벌 도시 경쟁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과거 도시 경쟁력이 공장·본사·금융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관광객과 시민이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얼마나 소비하며
한량없이 타오르는 벚꽃의 향연에 취해 잠 못 들고 페르시아만 전체를 석기시대로 되돌리겠다는 전쟁뉴스에 놀라 잠 못 드는 이래저래 불면의 고통으로 허덕이는 서글픈 봄밤이다. 이 와중에 수많은 사람은 전쟁터에서 무의미하게 숨져가는 죽음보다는 뭉텅뭉텅 떨어지는 주가에 더욱 슬프다. 살아있는 동안은 희망이 있다는 말이 죽음의 전쟁을 만나자 섬뜩한 욕망으로 남는다. 쉽게 공감하긴 어렵겠지만 실은 그게 탐욕과 욕망에 찌든 채 세상을 살아가 는 우리들의 진정한 민낯일지도 모른다. 몸의 방어를 직접 담당하는 피부 세포는 위기 상황에 맞춰 두꺼워진다고 하니 한껏 두툼해진 우리의 낯짝에 놀랄 일도 아니다. 어쩌면 생존과 번식에 민감한 생명체로서 당연 한 본능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전쟁은 인간이 만들어 낸 비극이고 각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린 미사일과 드론이 난무하는 거대한 폭풍의 한복판에 있다. 광기 어린 전쟁의 강물을 우리가 함께 건널 수 있다는 희망의 단어가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러시아가 전쟁의 최대 격전지였던 도네츠크를 ‘전쟁 관광지’로 개발한다는 기사 역시,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도시의 비극과 폐허를 관광 명소로 키워 돈벌이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인간의 물욕
며칠 전 데이비드 애튼버러(1926년 5월 8일~ )가 100살을 맞았다. 우연히 BBC에서 그의 업적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전 세계 사람들 중에 한 세기를 산 사람은 많지만 한 세기를 외길로 걸어온 사람은 드물 것이다. 더구나 그 길이 권력, 돈, 그리고 명예의 지름길도 아닌 ‘자연을 전하는 길’이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바로 그가 그런 사람이다.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클레어 칼리지(Clare College)에서 자연과학(생물학)을 공부하고 1952년 견습 프로듀서 및 TV프로듀서로 BBC에 입사했다. 이후 《Zoo Quest》 진행자와 제작자로 활동했으며 1969년에서 1972년까지 3년간, 프로그램 국장(Director of Programmes)을 지냈다. 그는 BBC 내부에서 최고 경영자 자리(사장)까지 오를 기회가 있었지만 사양했다. 사장은 재정과 조직, 정치와 타협을 하는 자리인데, 자신은 총리가 하는 일에 거의 관심이 없었고, 정치적인 역할은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후 현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자연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에 전념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많은 이들이 높은 자리로 올라갈수록 성공이라
우리는 오랫동안 “세계는 평평해지고 있다”는 말을 들어왔다. 국경의 장벽은 낮아지고, 정보와 자본, 사람과 기술은 자유롭게 이동하며, 인류를 지구촌이란 하나의 시장으로 연결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오늘날 현실은 상호 연결된 세상을 넘어 상호 의존적인 세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HOW 사회연구소(The HOW Institute for Society)의 설립자인 도브 세이드먼(Dov Seidman)의 말처럼 세상은 “상호 연결된 세상”에서 “상호 의존적인 세상”으로, 또는 “평면적인 세상”에서 “융합된 세상”으로 변했다. “융합된 세상”에서는 어느 나라건 누구건 벗어날 수 없기에 모든 나라나 우리는 함께 번영하거나 함께 몰락하는 구조 속으로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평면적인 세계”에서는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글로벌 질서에서 일정 부분 이탈할 수 있었다. 때로는 보호주의를 선택하고 지역 블록을 형성하며 독자 생존을 도모하기도 했다. 그러나 “융합된 세계”에서는 그런 선택이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기후 위기, 팬데믹, 공급망 붕괴, 사이버 공격, 인공지능(AI)의 통제 문제 같은 도전들은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 국가의 실패는 곧 다른 국가의 위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은 말은 조산 후기 실학자 정약용이 편찬한 이담속찬(耳談續纂)에 나오는 소지장선 양엽가변(蔬之將善 兩葉可辨)에 기록되어 있다. 필자는 농금원 재직 시 어느 투자사로부터 받은 기념품에 적혀 있었던 글 내용이 가끔 생각난다. ‘될성부른 나무 잘 찾아 잘 키워, 잘 맺은 열매들을 잘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투자 조합을 막 결성한 운용사에게 딜소싱이 어떠한 것인지가 잘 드러난다. 벤처투자에서 딜소싱은 투자자가 판단하는 유망한 스타트업을 찾아내는 과정으로, 투자 심사를 위하여 이루어진다. 딜소싱은 투자자가 전략에 부합하는 기업을 찾고 투자 포트폴 리오를 다각화하는 과정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벤처캐피탈의 딜소싱은 여러 가지 방식과 경로로 수시로 이루어진다. 동료 투자자, 엑셀러 레이터(AC), 지인 등을 통해 소개받거나 직접 찾아오는 스타트업을 만나서 준비해 온 사업 계획서를 살펴보기도 한다. 또 공공기관 시스템이나 IR(Investor Relations) 행사 등을 통하 거나 창업이나 비즈니스 모델 경진대회 등의 심사자로 참여함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드물게는 박람회 참여 또는 각종 언론이나 SNS 등을 통해서 투자 검토 대상
지난 4일, 한국의 컨테이너 해운사인 HMM가 운영하는 파나마 선적(船籍)의 HMM Namu에서 폭발과 화재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했다. 한국 선박에서의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난 것은 우발적이라기보다 전쟁으로 고착된 불안정성이 드러난 사례에 가깝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이 좁은 수로는 오래전부터 국제 정치의 화약고로 불리고 있지만, 최근의 양상은 과거와는 분명히 달라졌다. 군사 기술의 변화와 비대칭 전력의 확산이 기존 질서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대이란 공습을 통해 이란 내부 봉기나 정권의 붕괴를 기대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란은 외부 위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호르무즈 해협이 전략적 지렛대임을 재확인했다. 이란은 이 해협을 통제하거나 위협할 수 있는 능력만으로도 국제 사회, 특히 에너지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식했다. 특히 ‘무기의 민주화’는 결정적이었다. 과거에는 군사적 우위가 곧 경제력과 기술력의 함수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값싸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무인기, 즉 드론이 그 공식을 깨고 있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기관총이 전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던 순간과도 유
20여 일 뒤에 있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에는 후보자들의 이력과 공약뿐 아니라 전과 기록을 둘러싼 보도가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단순한 흥밋거리로 소비하거나, 반대로 일률적인 낙인으로 판단하는 태도 모두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공적 권한을 행사할 사람이 살아온 이력과 도덕성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조선의 정치사상가인 율곡 이이(1536~1584)은 정치의 근본을 제도나 법 이전에 ‘사람’에서 찾았다. 그는 「동호문답」과 「만언봉사」 등에서 정치의 핵심을 “政者正也。子帥以正,孰敢不正”이라 했다. “정치란 바르게 하는 것이며, 윗사람이 바르면 아랫사람 또한 바르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는 현실 정치를 비판하여 “今之為政者,不務修己,而務責人”이라 하였다. “오늘날 정치를 하는 자들은 스스로 닦는 데 힘쓰지 않고 남 탓만 한다”고 함으로써 정치의 핵심이 개인의 도덕적 수양과 책임성에 있으며, 바른 사람만이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선 중기와 거의 비슷한 시기인 유럽 르네상스 시대를 살았던 이탈리아 정치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는 대표 저서 『군주론』에서 ‘정치란
정부의 강력한 통제와 안보를 명분으로 한 결속은 단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삶과 자유를 외면한 권력은 결코 지속될 수 없다. 역사는 억압된 질서가 내부 균열로 무너진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현재 이란의 '버티기 전략' 또한 국민의 지지 없이는 결국 한계에 직면할 것이다. 이란의 권력 구조는 이중적이다. 형식적으로는 선출된 정부와 협상파가 존재하지만, 실질적 힘은 혁명수비대와 같은 강경 세력에 상당 부분 집중되어 있다. 이들은 단순한 군사 조직을 넘어 이념과 신앙으로 결속된 집단이다. 이들은 체제 수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중요 국가 경제를 운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국가 전체의 이익보다 체제 유지 자체를 목적화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협상의 주체가 불분명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대화를 시도하지만, 실제로 결정을 내리는 세력이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면 협상은 공회전할 수밖에 없다. 현재 이란의 버티기 전략은 외부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경제 제재와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강경 노선은 단기적으로는 체제 안정에 이바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한민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기초지자체는 울릉군(약 8,700명)이며, 그 다음은 경북 영양군(약 16,000명)이다. 섬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울릉군을 제외하면, 영양군은 인구 소멸 고위험 지자체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영양군의 올해 예산은 약 4천억 원으로 군민 1인당 2,500만 원꼴이며, 공무원 수는 511명이다. 지난해 인구 1만 5천 명 선이 위협받기도 했으나, 올해 초부터 전 군민에게 '농어촌 기본소득' 20만 원을 지급하며 수개월 만에 인구가 1천 명가량 반등했다. ◇효능감이 느껴지지 않는 지방자치 6.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약 2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를 체감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생활정치와 지역복지를 실현해야 할 지방선거에 중앙정치의 진영논리가 그대로 관철되며, 호남에서는 파란색, 영남에서는 빨간색으로, 당의 공천만 받으면 그대로 당선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공천권 쥔 이들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될 뿐, 지역주민들과 지역사회의 행복실현에는 큰 관심이 없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별다른 효능감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지방자치 현실이다. 지방자치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르는 이유는 작은 규모의 자치를
전쟁의 얼굴은 시대마다 바뀌지만 그 본질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놓고선 늘 논쟁을 벌였다. 최근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이 오래된 질문을 다시 끌어올린다. 드론과 미사일, 사이버 공격과 심리전이 뒤섞인 충돌 양상은 분명 과거와 다르다. 전면전의 선포도, 명확한 전선도 없이 긴장이 고조되고 완화되기를 반복하는 이 장면은 우리가 알고 있던 ‘전쟁’의 이미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전쟁의 본질이 바뀌는 순간을 지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표현 방식만 달라진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서양과 동양의 대표적인 전쟁 사상가를 동시에 호출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프로이센 출신의 군인이자 군사 이론가로 나폴레옹 전쟁을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론』을 집필한 칼 폰 클라우제비츠(1780~1831년), 그리고 중국 춘추시대 인물로, 오 나라에서 활동한 전략가로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자(기원전 544~기원전 496년 추정)다. 일부 학자들은 『손자병법』이 손자 개인이 아니라 여러 시대의 사상이 축적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 두 사람은 시대도, 문화도 다르지만, 여전히 오늘날까지 읽히는 정치 군사적 통찰을 남겼다. 만약 이들이
최근 외식업 폐점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거리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고, 문 닫은 식당들이 이어지는 풍경이 이제 낯설지 않다. 골목상권의 작은 식당뿐 아니라, 오랫동안 지역 주민들이 찾던 음식점, 프랜차이즈 가맹점, 배달 전문점까지 폐점 흐름 속에서 자유롭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경기 침체나 소비 위축의 결과로 이해한다. 물론 소비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고, 경기 둔화가 외식업에 큰 부담을 준 것도 맞다. 그러나 실상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문제는 훨씬 복합적이다. ◇ 농업과 외식업의 동반 위기 먼저 농산물 가격 흐름을 살펴보자. 최근 농산물 가격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농림수산품 가격은 최근 한 달 사이 3.3% 하락했고, 이 가운데 농산물 가격은 5.0%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에 농산물 가격이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겉으로 보면 농산물 가격이 떨어졌으니 외식업의 식재료비 부담도 줄어들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농산물 가격은 하락하고 있지만, 농가의 생산비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비료 원료인 요소, 암모니아, 유황 가격 상승으로 비룟값 인상이 불가피한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