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학대사건, CCTV설치만이 해답일까?

  • 등록 2015.05.13 17: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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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근본적인 해결법 나와야


올해 초, 대한민국은 충격에 휩싸였다. ‘인천 어린이집 학대사건’ 영상이 뉴스 화면에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신속하게 반응했다. 유아 학대 예방을 위한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가 포함된 영·유아 보육법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오랜 진통 끝에 4월30일 국회본의회를 통과했다. 또한 학대사건 이후 모든 보육교사에게 성토가 빗발치면서 성실하게 일하는 교사들마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많다. 보육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교사와 학부모 간의 갈등의 골 또한 점점 깊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발생한 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운동선수 출신인 해당 교사가 점심시간에 4살 된 여자아이가 김치를 뱉어낸다고 오른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교사의 폭행으로 인해 아이는 책가방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듯 몸의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성인이 맞았다고 해도 상당한 충격이 예상되는 강도에도 쓰러진 아이는 벌떡 일어났다. 더욱이 충격적인 장면은 같은 공간 구석에서 겁에 질린 너 댓 명의 아이들이 숨죽여 이러한 폭행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영상이 담긴 폐쇄회로(CC)TV가 공개됐을 때 학부모를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너무나 충격적인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수원의 한 시립어린이집에서는 영아반을 담당하는 교사가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꺼진 화장실 안에 아이를 혼자 내버려두는 가혹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후 많은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가 빈번히 일어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어린이집 아동학대 건수는 2012년 135건, 13년 232건, 14년에는 273건으로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 또 가정 내 학대를 제외하면 아동학대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이 어린이집이었다.


영·유아보육법개정안 논란


인천 어린이집 학대사건 이후 학부모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그러자 정치권에서는 한 목소리로 어린이집과 보육교사에 대한 감시·감독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법안 마련 등을 발 빠르게 대처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월24일 법안소위에서 격렬한 논의 끝에 어린이집CCTV 설치 의무화 법안(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의결했다. 그러나 2월 국회 본회의 통과는 우여곡절 끝에 좌절됐다.


하지만 4월30일 본회의에서 드디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상정해 가결시켰다. 그동안 폐쇠회로 (CC)TV설치의무화를 놓고 찬반논란이 있었다. 앞으로 어린이집을 개설하는 사람들은 의무적으로 CCTV를 설치해야한다. 기존 논란이 되었던 ‘네트워크 카메라’에 대해서는 학무보와 원장, 보육교사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만 설치 가능하게 하였다. 그동안 영·유아보육법이 오랜 진통을 겪었던 만큼 그동안의 논란을 짚어봤다.


학부모들은 CCTV 설치 의무화를 환영하는 분위기를 풍겼다. 만 2세의 아이를 둔 한 학부모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면서 “선생님을 믿고는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에 CCTV가 있으면 더 안심될 것 같다”고 말했다.


보육교사들 내부에서도 견해차가 있었다. 충남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5년째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는 유진(27)씨는 “CCTV설치에 대한 필요성은 충분히 느끼지만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되면 보육교사 입장에서는 감시받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교사가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백 번 천 번 잘못한 일이지만 성실히 일하는 교사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올해로 보육교사 3년 차에 접어드는데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한다. 보육교사를 좋지 않게 볼 때마다 ‘내가 왜 이 직업을 선택했을까’라는 회의감을 느낀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2년차에 접어든 김세진(24)씨도 “지난 인천어린이집 학대교사는 CCTV가 있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CCTV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고 이것은 전적으로 학대한 교사 개인의 문제라고 본다”고 단언했다.


반면 CCTV 설치에 찬성하는 보육교사도 있었다. 만1세를 담당하고 있는 한 보육교사는 “특히 신학기 아이들 적응 기간에는 학부모가 많이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이 점차 교사들과 익숙해지며 잘 논다. 만약 CCTV를 통해 학부모들이 눈으로 볼 수 있다면 더 안심하고 아이들을 등원시킬 것이다.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으니 더 낫다”며 CCTV 설치 찬성 이유를 밝혔다.


보육환경위원회 배창경 대표는 ‘조건부 찬성’을 내걸었다. 그는 “CCTV를 설치하되 교권 침해, 개인정보 유출이 되지 않도록 열람을 제한해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를 이룬 공개, 즉 권한을 위임받은 감독기관에서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식의 보육주체와 합의가 된 CCTV 설치를 언급했다. 나아가 분쟁을 당사자들끼리 직접 해결하는 것이 아닌 갈등조정위원회 등 ‘제3자’ 기구가 설치되어 중재를 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본질은 CCTV설치의 문제가 아닌 지금 현재 보육교사들이 처한 환경과,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어린이집의 하루


기자는 지난 4월9일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을 직접 방문해 상황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어린이집 등원은 오전 8시30분부터 10시까지였는데 아이들 등원이 완료되면서 어린이집의 하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기자가 방문한 교실은 만 1세 아이 10명이 생활하고 있는 반이었는데 담당교사는 2명이었다.


오전 10시, 놀이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뛰어다니면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이를 했다.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통제가 힘들었는데 교사들은 혹시나 아이들이 넘어지지는 않을까 예의주시하며 아이들을 보살폈다. 보육교사 K씨는 “아이를 한 명 한 명 돌볼 때에도 나머지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항상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절대로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놀이 시간이 끝난 후에는 페트병을 꾸미는 미술수업이 진행됐고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보육교사 W씨가 식당으로 내려가 아이들 식사를 가져왔다. 이때 교사 K씨는 교실에서 식사 준비와 더불어 10명의 아이를 돌봤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라는 인사가 끝나고 아이들이 본격적인 식사에 들어갔는데 교사들은 아이들이 음식을 잘 먹도록 일일이 챙기는 모습이 엄마와도 같았다. 식사가 끝난 후에는 아이들에게 양치질을 시킨 다음에 모아놓고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이때 다른 교사는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아주었다. 1시30분이 되자 졸음이 오는 아이들이 하나 둘 보였고 교사들은 이불을 깔고 아이들을 재웠다.


낮잠시간은 약 2시간이었는데 이 시간 동안에도 보육교사들의 업무는 쉬지 않고 계속됐다. 아이들의 오늘 하루는 어떠했는지 일일이 기록하고 있었는데 수첩에는 원아의 기분, 건강, 열, 식사, 배변, 수면상태를 점검한 후 부모님께전달사항을 적었다. 그런 다음에는 일지작성과 각종 서류를 처리했다. 오후 3시30분, 낮잠에서 깨어난 아이들은 빙 둘러앉아 간식을 먹었는데 이때 교사들은 아이들의 하원준비도 동시에 했다. 보육교사 K씨는 “실제로 하루 업무가 빠듯한 게 사실”이라며 “친구와 전화통화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 보육교사들의 인권상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보육교사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 대 교사비율의 문제뿐만 아니라 보조교사의 유무에 대한 질문에 92.6%가 ‘없다’라고 응답했다. 보육일지에 작성에 대해선 “업무가 끝난 후 집에 가서까지 작성해야 한다”며업무량의 과다함을 지적했다. 초과근무 역시 빈번하게 이뤄진다.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 초과수당을 받지만 민간어린이집은 그마저도 지급되지 않고 있다. 노동법의 보호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배 대표는 “아이들을 장시간 보는 것도 힘든데 서류와 교구 만들기 등 많은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보육교사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보육교사의 진정성을 부모님들이 알아줘야 한다. 물론 아동학대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지만 그 배경에 있는 구조적인 보육환경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는 것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동 대 교사비율의 문제


우리나라 영·유아 보육법 시행규칙에는 영·유아 보육교사 배치기준이 명시되어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원칙적으로 만 0세의 영·유아는 3인당 교사 1인, 만 1세의 영·유아는 5인당 교사 1인, 만 2세 이상 이상은 7인당 1인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유아의 수가 그 수를 초과할 때마다 교사 1인씩을 증원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지켜질 수 없는 현실과 괴리된 기준이라는 분석이 많다.


올해 국공립어린이집은 3월부터 초과 보육이 금지되었다. 또 이를 제외한 나머지 어린이집은 2016년 3월1일부터 초과보육이 금지된다. 실제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 아동 대 교사비율이 잘 지켜지고 있지만, 가정어린이집을 포함한 민간어린이집의 경우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14년 보육통계에 따르면 국공립어린이집은 약 5.7%, 가정어린이집을 포함한 민간어린이집은 약 87%나 차지한다. 민간어린이집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방어린이집에 근무하고 있는 송민영(29세)씨는 “지금 만3세 반을 맡고 있는데 16명이 편성됐다”며 “다른 어린이집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2013년 복지부는 보육사업안내지침을 통해 2014년부터 교사 대 아동 비율 초과인정지침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하며 단 2년 동안 보완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작년 한 해 동안 유예기간이라는 명목 하에 초과보육은 그대로 유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정부는 영유아의 전출입 등 유동인구수가 많은 경우에 한해 총 정원의 범위 내에서 초과보육을 허용하고 있다. 한국보육교직원총연합회 배창경 대표는 “초과보육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아이수를 줄여도 모자란데 더 허용하는 상황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아이수를 줄일 수 없다면 법대로 나와 있는 비율이라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6년 유·보 통합 이뤄질까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목적, 대상, 교육과정, 소관부처 등 이원화되어 있다. 유치원교사는 유아보육법에 근거하는 반면, 보육교사(어린이집)는 영·유아보육법에 근거하고 있으며 담당부처도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뉜다. 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보통합을 추진 중이다.


이 통합의 첫걸음으로 ‘누리과정’이 도입되었다. ‘누리과정’은 우리나라 만 3~5세 어린이에게 국가가 공정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수준 높은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치원 교육과정과 어린이집 표준교육과정을 통합한 공통과정이다. 부모의 소보육료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최근 각 지자체가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보육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각 시도 교육청은 ‘누리과정은 정부사업이라며 지방에 재정 부담을 떠넘기지 말라, 국고에서 지원하라’고 주장하고,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은 지방재정에 속하는 일’이라며 맞서고 있다. 당국이 서로 책임을 회피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들이 떠안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정부는 2년 안에 통합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2016년까지 3단계로 유보통합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1단계로 ‘교육관련 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및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1월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에는 학부모들이 필요로 하는 급식·평가·안전 등 보육서비스 질의 개선을 위한 시설 기본현황이나 교육보육비용과 과정 등을 통합 평가해 공개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당장 누리과정 예산부족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채 유보통합을 밀어붙이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일면서 유보통합에 대한 의문은 계속될 전망이다.


취재를 마치면서


“사람들은 우리를 단순히 아이를 돌봐주는 도우미로 바라봐요. 특히 요즘 학대사건과 맞물려 이마저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어 슬퍼요.” 한 교사는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토로했다. 실제 기자가 하루 동안 어린이집에 들어가 취재해본 결과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아이 돌보는 일’이라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다.


기본 10시간의 노동과 평가인증 기간 몇 주간 밤샘 등의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보육교사들에게 최근의 사건은 또 다른 고통이라고 했다. “폭행사건이 마치 모두인 것처럼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무섭다”는 한 보육교사의 말이 탄성으로 들리는 이유는 무얼까? 정부당국의 보다 현실적이고 근
본적인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MeCONOMY Magazine May 2015

김세희 기자 sehi11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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