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A급 이하 기업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물량이 많은 곳은 대우건설(신용등급 A+), 현대상선(A), 아시아나항공(BBB+), 한진중공업(A-) 등이 대표적이다.
A급 이하 기업 중 만기 도래 물량이 가장 많은 대우건설은 올해 총 8460억원, 상반기에만 5460억원어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현대상선도 올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총 7400억원, 상반기 4600억원을 갚아야 한다. 더욱이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어서 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국내 자본시장 경색이 지속되자 신용등급이 양호한 일부 대기업은 싱가포르 자본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새로운 트렌드가 포착되고 있다. 롯데쇼핑, 영원무역 등은 최근 자국 내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흘러넘치고 있는 싱가포르에서 국내보다 좋은 금리 조건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싱가포르에서 3212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할 예정이다. 롯데쇼핑이 발행한 EB의 경우 오는 3월부터 약 6년 내 투자자들이 교환권을 행사해 사채를 롯데하이마트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롯데쇼핑이 발행한 EB는 대부분 글로벌 헤지폰드들이 인수할 예정이다.
롯데쇼핑은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이 A3에서 Baa1로 한 계단 강등돼 조달 비용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았다. 이 때문에 롯데쇼핑이 싱가포르가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 5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금리는 연 3% 중반을 웃돌았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그러나 이번에 싱가포르에서 발행한 EB발행금리는 0%로 롯데쇼핑 입장에서는 일단 발행 비용이 거의 없다. EB발행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발달한 싱가포르 시장에서도 조달금리 0%에 발행되는 사례는 이례적이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회사채시장이 경색되면서 우량 회사에도 고금리 발행을 요구하고 있지만 글로벌 투자 기관들이 밀집한 싱가포르 시장에서는 옵션 투자가 활성화해 있어 낮은 금리에 채권 발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롯데쇼핑의 구미를 당겼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