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솔직한 한국인... 김아리 영화감독

  • 등록 2024.02.06 10:5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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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yes of the Ocean are Always Swollen」
-바다의 두 눈은 항상 부어있다

 한류 영화가 세계적으로 뜨는 이유

 

“한류 영화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이유는 우리나라사람들의 진솔함에서 오는 것 같다” 고 뉴욕에서 활동 중인 김아리 영화감독 겸 아트디렉터는 말한다. 가장 위대한 영화는 아직 보지 못한 영화이며 그것은 한국인의 정서를 완벽하게 담아낸 것이라는 그녀를 e-메일 인터뷰로 만나보았다.  

 

 

Q. 김아리 영화 및 미술감독께서 최근에 만든 단편영화 「The Eyes of the Ocean are Always Swollen」-바다의 두 눈은 항상 부어있다는 어떤 작품인가요?

 

김아리 감독 수많은 상처를 갖고 있는 한 여성이 딸이자 엄마로서 어떻게 살아가 는지, 삶의 변화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실험적인 단편 영화로 만든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 나오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주인공은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고 고난 속에서 성장합니다. 반복되는 선택을 통해 주인공이 어떻게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풍부한 감정과 아름다운 움직임의 국자로 뜨고자 했습니다. 

 

관객은 화면 속으로 감정이입이 되고 주인공의 아름다운 삶의 생명력에 끌리는 마음의 여운으로 인해 영화를 보는 동안 희망의 메시지를 스스로 창조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게 됩니다. 이 영화는 제가 잘 하는 분야 즉 춤, 의상, 그리고 음악 등 다양한 예술적 요소들이  결합된 저만의 실험적인 작품입니다. 2022년에 개봉된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와 Ocean Vuong 작가가 쓴  'On Earth We're Briefly Gorgeous'라는 책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바다의 두 눈은 항상 부어있다’로 제목을 잡은 것은 우리의 삶에서 수도 없이 일어나는 결정과 선택, 그리고 그것들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이 영화는 어떠한 길을 선택하든 고난과 역경이 따르는 법이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새로운 길을 향해 걸어가려는 용기 있는 사람들의 심정을 영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영화의 내용이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늘 겪어야 하고 극복해야 하는 고해(苦海)에 대한 개인의 고백 같은 것 같은데 영화를 만들 게 된 동기는 뭔가요?

 

김아리 감독 제가 사랑하는 이는 상처가 많은 사람으로 계속 울기만 하지만 그러다가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죠. 저는 그런 이의 심리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랑은 불나방입니다. 아픈지 알면서도 불빛이 보이면 다시 뛰어 드니까요. 그러나 불나방처럼 사랑하지 않으면 우리는 평생 끊을 수 없는 질긴 탯줄에 묶여있어야 해요. 

 

태어나기 전부터 양수(羊水)에 살았던 우리는 온 몸이 퉁퉁 부은 채 자궁 밖으로 나와서 응아! 하고 울잖아요. 안 울면 때려서라도 울게 하지요. 그 울음은 내가 고해의 세상에 나왔다는 거잖아요. 그렇게 한 번 울면 될 것 같은데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계속 울고 또 울어요. 그렇다면 울면서 태어난 우리들에겐 어째서 계속 우는 일들이 생기는 것일까요? 그리고 어머니의 자식 사랑처럼 사랑이 예쁘기만 하지 않은 걸까요? 왜 우리들은 상처를 주는지 알면서도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또 상처를 주고 아파하는 걸까요? 그 궁금증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입니다. 

 

제 개인사로 비유해 보자면 저희 부모님들은 우리들이 태어나자마자 이름을 잃고 태준이 아빠, 지연이 엄마로 불리게 됐어요. 왜 그런 걸까요? 저희 부모세대는 무엇을 희생하면서 우리를 위해 사는 걸까요? 저는 또 어떨까요? 

 

수많은 선택들과 책임감을 가지고 현재라고 하는 여기까지 왔지만 현재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뿐입니다. 마치 길이 끝나는 게 아니고 시작인 것처럼. 그렇게 영화의 끝도 새로운 시작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Q. 아트 디렉터를 하시다가 영화감독이 되셨는데 그 배경이 뭔가요?
 

김아리 감독 뉴욕대학교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현재는 뉴욕에서 아트 디렉터 및 영화감독으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페인팅을 했었는데, 크기가 100호 혹은 손톱만큼 작은 작품이 가지고 있는 힘, 대중이 그 작품 앞에 얼마나 오래 서 있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을 찰나에 영화에 빠지게 되었어요. 영화는 길게는 두 시간에서 세 시간 정도의 시간 동안 대중을 앞에 앉혀놓는 힘을 가지고 있더군요. 전시장에서의 비디오 아트는 8분 이상만 지나도 대중들은 빠르게 지나가기도 하지만 영화관에서 보는 작품은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영화라는 미디엄에 빠지게 된 것이지요.

 

아트 디렉터로 학생 중에도 졸업 후에도 할 기회가 많이 생겼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를 담아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이 단편 영화만큼은, 느끼는 그대로 날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빠르게 진행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제가 감독으로서 준비하고 있는 단편 영화는 일 년 넘게 고치고 또 고쳐 이제 곧 촬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감독으로서 저는 스토리에서부터 주인공들의 감정, 카메라 앵글, 색감, 음악, 아트 등 다양하게 고려하는 부분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본을 수백 번 고치고 고치면서 제 작품에 대한 확신이 생겼어요. 저부터 그런 확신을 가지지 않는다면 작품을 함께 만들 스탭 진들에게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없잖아요. 저는 그들이 이 영화가 마무리될 때쯤, “아, 이 작품 좋은 작품이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어”라고 느낄 것이라고 믿습니다. 

 

Q. 아트 디렉터는 영화를 만들 때 주로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김아리 감독 저는 영화에서부터, 뮤직비디오, 광고 등 다양한 분야로 일을 하고 있지만, 제일 재밌고 보람찬 건 영화인 것  같아요. 어떠한 스토리에, 주인공의 삶이 담겨진 공간, 소품 등을 만들어내는 한 부분 한 부분이 나중에 영화가 다 만들어지고 나서 보일 때에 느낌이 다르니까요.  

 

예를 들어, ‘우화: Dawn of Mara’는 실험적인 영화 작품인데, 거기서는 안보민, 김미나 감독님이 저에게 스토리와 장소만 주시고 저에게 거의 모든 선택권을 주셨어요. 그때 더 다양하게 고민을 해보고 여러 디자인 스케치를 보내드리고 그 중 하나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아트 디렉터는 스토리의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인공의 현재 방은 어렸을 때 쓰던 방 그대로 썼을지, 시대적 배경과 공간의 용도에 맞는 소품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대본 분석을 먼저 하고, 로케이션 별로 어떤 세트가 있는지 구분을 다 한 후, 각 세트 별로 필요한 소품 등 다 정리하고 버젯을 만들어 냅니다. 

 

실은 아트 디렉터로 일을 할 때에, 감독이랑도 대화를 많이 해야 하지만, 카메라 감독과 조명감독이랑도 함께 일을 해야 합니다. 각 장면 별로 스토리보드가 나올 때에 여기 여기에는 이런 걸 설치할 생각이야, 하면서 대화를 해야 모두 함께 작품 찍기 전 이해도가 높은 작품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덕분에 정말 재밌게 공부하면서 작업하는 중이에요. 

 

Q. 기억에 제일 많이 남는 아트 디렉터 작품은 뭔가요? 
 

김아리 감독 ‘KICHIN (키친)’ 이라는 짧은 단편영화를 만들어야하는데, 브루클린의 식당을 로케이션으로 잡고 1980년대의 한국 식당으로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미리 공간을 가보았는데, 하얗고, 매우 모던한 입구와, 대리석 식탁, 그리고 큰 창 밖 앞에는 브루클린 지하철, 정말 과제가 많은 장소였어요. 


디자인도 여러 개 하고, 빈티지한 소품도 열심히 찾고, 큰 창은 레이스 커튼을 겹쳐서 가렸지요. 심지어 대여한 장소가 실제로 식당으로 운영하는 곳이었기에 새벽 촬영을 해야 했는데, 그 시간 안에 벽지도 붙이고, 다시 원상복귀까지 해야 해 정말 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을 해요. 근데 편집 본을 보니, 고생했던 덕분에 작품도 예쁘게 나온 것 같아 보람찬 것 같아요.

 

Q. 뉴욕에서 활동하면 좋은 점은 무엇이고, 불편한 점이 있다면?
 

김아리 감독 뉴욕이라는 도시가 제가 생각하기에 아름다운 이유는 돈이 없어도 열정이 많은 사람이 정말 많은 도시라는 점입니다. 페이가 없어도 작품이 좋으면 함께 해주겠다고 동거 동락한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다들 어린 나이에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고, 이제는 서로 페이를 챙겨 줄 수 있을  정도지만, 그때 많은 것들을 배우고 혼나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또한 그때 제 나이 또래의 친구들이 함께 해주겠다고 할 수 있어서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불편한 점은 아직 모르겠어요. 굳이 따지자면 한국 영화를 배경으로 뉴욕을 찍는다고 할 때 제가 아트 디렉터로 고단하다는 정도랄까요. 하지만 그 또한 제게는 재미인 것 같아요. 뉴욕은 오히려 더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어서 그런 작품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

같아요. 

 

Q. 지금까지 만드신 작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 수상 경력은? 

 

김아리 감독 제가 제일 처음으로 아트 디렉터로서 작업하게 된 작품은 ‘OlO’ 라는 작품이에요. 2019 Cannes Global Short Film Awards, 2019 Canada Shorts, 2019 The Accolade Global Film Competition, NewFilmmakers NY 등 다양한 상들을 탔는데, 이 작품은 아트가 많았던 실험 작품이었기 때문에 많이 고생하고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게 된 작품이에요. 이 십여 대의 고물 TV수상기들을 뉴욕에서 어떻게 구하며, 전시회에서 일했던 경험으로 미디어들을 다 포맷해서 보여주며, 등 첫 작품치고는 고난과 역경이 많았지만, 덕분에 현재의 제가 될 수 있었어요.

 

제 작품 ‘바다의 두 눈은 항상 부어 있다’는 2022 Cannes World Film Festival Winner,

Independent Shorts Award, Berlin Short Film Festival 등에서 수상을 했습니다. 다양한 분야로 
작품상을 받았는데, Screendance 라고 춤 분야에서, 그리고 촬영 상을 받았어요.  이 이외에도 제가 아트 디렉터로서 참여한 ‘우화: Dawn of Mara’라는 작품은 뉴욕 Philip 갤러리에서 전시되었습니다. 곧 나올 작품들인 ‘99 Things I Think Before I Sleep’ 과 ‘사실 보고 싶었다고,’ 또한 수상의 기대가 없진 않습니다. 현재 영화제에 여러 개 넣고 기다리는 중이라,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지난 15일 미국 L A에서 열린 에미상에서 이성진 감독의 ‘성난 사람들(Beef)’이 감독상을 받았고, 작품상 등 8개 부문을 석권했더군요. 뉴욕에서 활동하는 김아리 감독께서 혹시 
이성진 감독과 교류가 있었는지요? 혹시 이 감독의 수상 작품에 대해 평을 해 주신다면?

 

김아리 감독 우선 축하드립니다. 제가 다른 감독님 작품 평을 하는 것은 제 영역을 벗어나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요. 또한, 이 감독님과는 아직 교류가 없습니다. 그런 기회가 없었는 데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Q.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한국 영화 등으로 한류 바람이 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한국인의 관점이 세계인의 관점이 되었다고 하면 성급한 걸까요? 아니면 한국인의 문화적 파워가 글로벌 기준을 만들어간다고 보면 될까요?

 

김아리 감독 정말 요즘에는 다양한 한국 작품들이 세계에서 사랑받는 것 같아요. 제일 유명한 기생충부터, 오징어 게임, Past Lives, 미나리 등, 우리나라의 작품들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이유는 아마 우리나라의 진솔함에서 오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이번에 찍은 작품 중 야외에서 한국인 엄마와 딸이 언성 높이며 싸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지나가던 사람께서 왜 한국 영화작품은 화가 많으냐? 는 질문을 하는 거예요.

 

제가 아는 한은 ‘화병(火病. 강조하기 위해 ’홧병‘이라고 함. 울화병)’이라는 단어는 한국에 밖에 없습니다.  저도 그때까지는 깨닫지 못했는데 한국은 참 감정에 솔직한 작품들을 표현해요.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에서는 인간의 본성과 욕망, Past Live에서는 이제는 놓아주는 나의 과거의 인연, 미나리에서는 사람의 꿈과 희망 그리고 가족의 사랑 등 아마 당연하지만 작품으로서 다루는 방법이 신선한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계속해서 한국의 작품들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같은 영화인으로서 저 역시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한국적 작품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Q. 김 감독께서 다음 작품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는지요? 있다면 어떤 작품인가요?

 

김아리 감독 현재 촬영을 앞둔 (24)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영 어덜트(young adult)는 18살에서 20대 초반을 칭하는데, 그  나이대의 한국인 여성의 삶을 담아낼 것입니다. 제 나름대로 어른이 되어가는 걸음마를 느꼈던 게 있는데 그것을 표현하고 싶은 작품이지요. 

 

배경은 뉴욕입니다. 막상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자신의 꿈이 살짝 빛이 바래지고 냉혹한 현실을 살다 지친 여자 주인공 ‘다미'를 그려보았습니다. 모든 게 서툴고, 다른 사람들을 보며 자기와 비교하는, 지금 이십 대였던 분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담아냈습니다.

촬영은 올 여름에 시작해 내년 초까지 마무리가 될 것입니다. 

 

 

그 외에 새로운 스토리를 현재 작업하고 있습니다. 제목은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만 뉴욕의 군밤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데 군밤모자를 쓴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바로 스토리가 생각나서 쓰고 있습니다. 

 

군밤 할아버지는 어떻게 뉴욕이라는 땅에 도착을 했을까? 그렇게 상상을 하며 제가 다루고 싶은 전쟁과 그 후에 남은 사람들의 상처를 쓰고 싶어서 열심히 쓰고 있어요. 빠른  미래에 촬영할 제 작품입니다.  너무 제 자랑만 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격려가 필요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한국의 딸로서 부끄럽지 않게 작품 활동을 해서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미진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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