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메아리 '오늘'」 오물풍선까지 쏘아 올린 불의(不義)한 북한

2024.06.06 06:00:00

 

6.25를 겪은 저의 90대 노모는 TV에서 북한 관련 뉴스가 나오면 확신하는 말이 있습니다. “저들(공산당)의 말은 절대 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현충일 등과 같은 국가 추념일은 물론이고 국경일에는 약속이나 한 듯 깃대에 태극기를 달아 베란다 난간에 내 겁니다.

 

제가 만나 봤던 이북 출신의 실향민으로서 공산당을 경험해 본 분들도 거의 저의 어머니와 대동소이했습니다. 공산당이 싫어서 월남한 분들이니까 그렇다손 치더라도 저의 어머님은 월남한 분이 아닙니다. 6.25 때 고향에서 공산당이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직접 경험하셨을 뿐입니다.

 

저 역시 수십 년 전, 중국 옌지(연길)에서 공부하면서 백두산에 다녀오거나 중국과 북한 국경 너머의 북한 동정을 눈여겨 보아온 터라 같은 동포인 북한에 대한 애증(愛憎)이 누구보다 심한 편입니다. 빨리 북한과의 회담을 시작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편에 들기도 하지만, 최근 천개가 넘는 오물 풍선을 하늘에 띄워 남한 전역에 보낸 북한의 행태는 국제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유래가 없는 듯해서 그냥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1990년 대 말부터 대한민국은 북한에 대한 자금 지원 제공자, 즉 버튼을 누르면 화폐가 나오는 현금자동입출금기 노릇만 해왔습니다. 다시 말해 남측이 북한을 후원했던 사례가 대부분입니다. 개성공단 등의 남북경협은 대한민국의 예산에서 나온 후원금이 없었다면 출발도 유지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처럼 남북관계 역사에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경제협력이 이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승인 없이는 평양을 공격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러는 것일까요? 아니면 2017년 이후 매우 엄격해진 유엔 제재로 인해 남북 경협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다시 말해 한국이 북한이 원하는 ATM(자동현금인출기) 노릇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요?

 

어느 쪽이든 북한은 이번 오물 풍선을 통해 ‘자기들이 시키는 대로 한국이 북한에 대해 ATM 노릇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 괴뢰 집단은 남북교류라는 선물은커녕 늘 긴장감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 군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오물 풍선을 ‘격추’하지 않고, 땅에 떨어지면 수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진 쓰레기만 있을 뿐, 위험물질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오물 풍선 날리기를 중단한 것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을 것 같아서가 아니라 ‘이쯤에서 그만두려 한 것’인 듯합니다. 저 역시 중단의 이유를 정확히 알 방법이 없습니다만, 느낌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롱당한 기분이 듭니다.

 

북한은 아마 이번 ‘오물 풍선’을 통해 ‘대북 전단 살포’에 대응하는 방법은 ‘오물 풍선’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물 풍선이 멀리 경남까지 날아갈 수도 있다는 데이터를 축적했고, 남쪽 사람들에게 무지하게 자존심 상하게 만드는 오물 풍선이지만 미국과 일본은 자국에 직접적 위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됐을 겁니다.

 

오늘은 제69회를 맞는 현충일입니다. 저는 10년 전에 동작동 국립묘역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6.25때 전사한 어느 병사의 전사 연월일에 눈길이 간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데 그의 나이 젊디젊은 22살이었습니다. 전사통보를 받은 그 병사의 부모 마음이 떠올라 그만 눈길을 거두고 말았던 적이 있습니다.

 

6. 25전쟁에서만 한국군(경찰 포함) 63만 명과 유엔군 15만 명을 포함해 78만 명이 전사·전상·실종되었습니다. 북한군 80만 명, 중공군 123만 명 등 약 203만 명의 손실이 생겨 군인피해만도 총 281만 명에 달합니다. 아군이든 적군이든 그들 모두는 고향의 부모 형제를 그리며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불렀을 것입니다.

 

우리를 위해 피를 흘린 그들을 위해 저는 오늘 ‘공산당의 말은 믿지 않는다’는 저의 어머니와 함께 오랜만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데올로기로 분단된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원해 보고자 합니다.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Copyright @2012 M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회사명 (주)방송문화미디어텍|사업자등록번호 107-87-61615 | 등록번호 서울 아02902 | 등록/발행일 2012.06.20 발행인/편집인 : 조재성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방로69길 23 한국금융IT빌딩 5층 | 전화 02-6672-0310 | 팩스 02-6499-0311 M이코노미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무단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