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 AI 엔진 달고 새 전성기 맞나

  • 등록 2024.07.19 14: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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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칩메이커인 엔비디아(Nvidia)가 지난 달 6월 하순 주식시장에서 마침내 애플과 MS를 밀어내고 황제주로 등극했다. 주식 가치는 3조3천억 달러다. 

 

엔비디아 주가가 다시 약간 내려오긴 했지만, AI가 전 산업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이상 엔비디아의 성장은 견조한 세를 이어갈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엔비디아의 비즈니스는 자사의 그래픽 칩을 MS와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 등 극소수의 빅테크들에게 비싼 독점적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빅테크들은 AI 데이터 학습을 위한 데이터 센터 구축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고 앞으로 그 투자는 더욱 확대 될 전망이다. 이 데이터 센터의 컴퓨터들은 슈퍼컴퓨터들이기 때문에 엔비디아의 그래픽 칩을 탑재한 AI 반도체들이 엄청나게 필요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는 챗GPT 등 AI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데이터 센터를 마련하려면 앞으로 4~5년간 1조 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I 수요가 네트워크 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브로드컴이 데이터 센터 증설 붐에 따라 40% 매출 증가를 예상하는 등 수혜를 입고 있다. 그밖에 오라클, 휴렛 패커드 등에도 단비가 내리고 있다. 

 

미국 경제는 AI와 관련한 빅테크 등 SW산업 뿐만 아니라 레거시 산업에서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컬프 CEO 체제의 GE가 위기를 털어내고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인텔도 겔싱어 CEO 체제 이후 침체 분위기를 일신하고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미국 기업의 전설인 보잉은 연이은 사고의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나 미국 기업들이 갖고 있는 혁신력으로 충분히 위기를 극복해 낼 것으로 전망된다.

 

◇ 국가 경제의 성장과 발전 요인들

 

일반적으로 경제에서 ‘성장’은 양적 성분이 많이 포함돼 있는 개념으로, 개도국 경제가 7~8% 이상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는 초기 국면을 지칭할 때 많이 쓰인다. 이런 고속 성장 시기를 지나 질적인 단계에 접어들면 ‘발전’이란 개념이 선호된다. 경제 발전 단계에서는 높은 성장률은 불가능하고 ‘지속 가능성’ 여부가 관건이 된다. 경제가 성장 단계에서 발전 단계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정치 및 사회, 경제, 문화 등 각 방면에서의 민주화의 성숙도가 필요하다.

 

국가 경제의 초기 성장 국면에서는 독재 체제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후진국과 개도국들은 민간 자본이 빈곤하고 인적 자원이 허약한 까닭에 국가 자본의 집중적인 지원이 있으면 경제 개발계획이 비교적 쉽게 성장 능선을 탈 수 있다. 국가 주도 경제개발이 20~30년간 지속되는 과정에서 민간 자본도 축적되고 인적 자원의 양성도 이뤄지게 된다. 

 

독재 체제보다 더 강력한 전체주의 체제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이 전체주의 체제로서 야당과 정치적 반대 세력이 없고 언론자유가 없는 사회다. 4개 전체주의 국가들 중 유독 중국경제가 지난 40년간 어떻게 고도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는가. 국가 자원을 효과적으로 집중하고 배분할 수 있는 독재 체제로서의 장점과 더불어 시장 경제 제도의 일부 도입과 외국기업과 자본에 대해 자국 시장을 개방한 이점이 어울린 결과다.

 

전체주의 체제를 포함해 독재 체제의 치명적 약점은 부패다. 권력이 집중되면, 최고 권력자가 아무리 청렴하게 정치를 한다고 해도 그 아래 종횡으로 곳곳에서 야합이 성행하므로 부패 독버섯이 자라게 된다. 독버섯을 제거한다고 해도 또 금방 다른 곳에서 독버섯이 생겨난다. 시진핑 주석이 부패와의 싸움을 10여 년간 벌이고 있으나 뿌리를 뽑지 못하는 것은 독재체제의 본질적 성격에서 유래한 것이다. 부패는 야당과 언론의 감시와 함께 각계의 민주화가 정착돼야만 사라진다. 

 

 

한국의 박정희, 전두환 독재체제처럼 야당이 존재하고 언론자유가 있는 상태에서는 민주화의 진통을 통해 정권 교체가 두세 번 이뤄지면 사회 각 방면에 민주화가 서서히 뿌리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전체주의 체제는 민주화 운동이 폭압적으로 통제되므로 피를 부르는 혁명만이 체제 변경이 일어날 수 있다.

 

경제 발전 단계에서는 민간 기업들이 경제의 주도적 원동력이 되고 정부는 그 뒤를 돕는다. 정부의 역할은 주로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 활동을 보장하는 법적,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 주고, 과학기술의 기반 조성사업, 인프라 구축 사업에 주력해야 한다. 기업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은 혁신적 경영 리더십과 우수한 인재와 성실한 인적 자원에 달려 있다. 

 

성공한 창업 1세대 기업을 보면 경영 리더십이 더 중요한것 같고, 창업한 지 오래된 기업의 경우는 우수한 인재와 성실한 인적 자원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역사가 오래된 기업들도 혁신적 리더십은 여전히 중요하다.  삼성의 고 이건희 회장과 최근 현대 기아 자동차 그룹의 정 의선 회장 등이 혁신 리더십의 대표적 모델이다. 

 

기업의 혁신 리더십이 잘 발휘되려면 조직 내부뿐만 아니라 그 기업이 속한 사회의 투명성도 중요한 요인인 것 같다.  즉 기업 혼자, 기업의 경영자 능력만으로는 기업의 혁신이 가동될 수 없다는 얘기다. 기업의 혁신이 이뤄지려면 먼저 기업의 문제가 드러나야 한다. 회사 내부의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은 언제나 크다. 회사의 CEO에 충성하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다든가. 기업 내부의 불리한 정보를 꽁꽁 숨겨 두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경우도 많다. 

 

언론의 자유와 정치적 반대 세력이 없거나 약한 전체주의 국가나 독재 국가에서는 자국 기업을 찬양하기 일쑤이고, 외국 언론의 비판에 대해서는 날을 세우고 맞대응하거나 변명거리를 선전한다. 근래 테슬라와 보잉의 경우 내부 고발자의 폭로가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는데, 내부 고발자의 폭로는 문제로 곪아 있는 기업을 혁신으로 이끄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한때 대한항공이 내부 고발자의 폭로로 몸살을 앓았는데, 그 사건을 계기로 경영을 혁신했고, 코
로나 팬데믹의 위기를 극복하는데도 상당한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 같다. 

 

기업의 혁신은 사회의 산물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날카로운 경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거침없는 경제 기사 앞에서 혁신을 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우수한 인재와 성실한 인적자원은 공정한 평가와 보상에 좌우된다. 많은 연봉을 준다고 해도 공정한 평가가 전제되지 않으면 불만이 쌓이게 된다. 사람은 차별 받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보상은 반드시 많은 연봉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고용 안정성과 ‘갑질’ 없고 경색되지 않은 근무 문화도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에 다니는 한국인 기술자들에게 물어보니, 국내 평균 최고 연봉보다 두세 배 이상 받고, 국내 기업들보다 근무 문화도 훨씬 좋다고 한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요즘 일주일 중 3일은 출근하고 이틀은 재택 하는 경향이 대세라고 한다.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은 이런 좋은 근무조건으로 전 세계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들처럼 많은 연봉을 줄 수는 없는 형편이므로 고용 안정성과 좋은 근무 환경을 강점으로 내세우면 어떨까 한다. 

 

이렇게 국가의 체제와 민주화 성숙도, 기업의 공정 평가와 보상제라는 면에서 본다면 미국경제의 경쟁력이 제일 앞선다. 국내 전문가 중에 미국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내리는 이들이 간혹 있는데, 단기적으로 보면 타당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 추세는 미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일본 경제의 경우, 민주화의 성숙도도 낮은 편인 것 같고, 기업의 내·외부 환경이 불투명하고 공정 평가와 보상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것 같다. 유럽의 경우는 너무 오랫동안 사회주의적 체제에 젖어 있어 활력을 잃어버렸고 기득권 세력과 노동자의 권리가 비대하여 정부와 정당들이 제도 개혁과 기업 혁신을 이끌어 내기에 엄두를 못내고 있는 모양새다. 

 

◇ 미국 기업 경영과 생산방식도 약점 있어

 

미국 기업의 약점은 완벽에 가까운 과학적 생산방식과 경영자의 지나친 자부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번 혁신을 할 때는 철저하게 모든 상황을 검토하고 계획을 세우고, 일단 정해지면 모든 단계마다 매뉴얼을 만든다. 이렇게 기획에서 매뉴얼 만들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쉽게 혁신하기 어렵다. 

 

지금처럼 기술이 급변하고 경제 환경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요동치는 때에는 미국 기업들, 특히 제조업들이 제때 혁신을 하지 못한다. 한때 GE가 그런 국면에 처해 있었고 지금은 보잉이 유사한 곤경에서 맞닥뜨려 있는 듯하다.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와 배터리 등 자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외국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과 LG, SK, 현대기아차 등 한국 대기업들이 속속 미국에 상륙해 단독 경영을 하거나 미국 기업들과 제휴-합작 하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들 을 인수하기도 한다. 

 

한국 기업의 경영과 생산의 강점은 현장의 유연한 사고와 문제해결력, 창의성, 그리고 강력한 경영 리더십으로 꼽히고 있다. 

 

GE의 컬프 CEO가 토요타 등 일본기업들의 카이젠(改善) 방식을 도입해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생산방식은 카이젠 방식보다는 적용 범주가 더 넓고 유연하고 스피드감이 있는 것 같다. 딱히 한국 제조업의 생산 방식의 특징과 강점을 정의한 이론은 없는 것 같다.  아무튼 한국 기업들은 미국 기업들과 같은 그랜드한 과학적 기획과 매뉴얼을 만드는 데서는 부족해 보인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술자들과 경영자들은 미국의 과학적 방식을 목격하고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미국 경영자들도 한국 제휴사들의 신속하고 유연한 일 처리 방식을 보고 놀라고 있다고 한다. 올해 들어 한국의 대미 수출액이 대중 수출액을 초과했다. 미국 가는 비행기에 한국의 기업가와 기술자들의 탑승자들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들이 상호 협력하는 가운데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이상용 주필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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