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중장년층 재취업 전략

  • 등록 2024.07.17 09: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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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대 중장년층 직장인들이 퇴직 후 단순 육체노동 일자리에 재취업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6월 내놓았다. 김지연 연구위원의 발표 내용은 이미 직장인들이라면 체감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지만, 실제 조사 결과로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번 연구에서 김 연구위원은 직무를 분석(analytical), 사회(social), 서비스(service), 반복(routine), 신체(manual)의 5개 범주로 분류했다.

 

김 연구위원의 설명에 따르면 분석 직무는 수학적 분석, 연역·귀납적 추론, 정보 처리 등의 분석적 업무를 뜻한다. 연구직, SW종사자, 행정 및 경영지원 관리직, 교사 등이 분석 직무성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직무는 협상, 설득, 팀 조직 등의 업무를 포함하며, 사회 직무성향이 높은 직업으로는 사회복지 관련 종사자, 문화 예술 관련 기획자, 종교 관련 종사자, 행정 및 경영지원 관리직 등이 있다.

 

사회 직무는 분석 직무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분석 직무성향이 높은 직업은 사회 직무성향 또한 높은 경향이 있다. 서비스 직무는 주로 고객 응대 업무로 나타나며, 미용 관련 서비스 종사자, 여가 서비스 종사자, 유치원 교사, 돌봄 및 보건 서비스 종사자, 통신 관련 판매직 등의 직업군에서 서비스 직무성향이 높게 나타났다. 

 

반복 직무는 기계적, 반복적인 특징을 가지는 업무를 포괄하는데, 용접원, 전기 · 전자기기 설치 및 수리원, 자동차 정비원, 회계 및 경리 사무원 등이 반복 직무성향이 높은 직업에 해당 
한다. 신체 직무는 신체적 능력을 주로 사용하는 업무로, 신체 직무성향이 높은 직업으로는 건설 및 채굴기계 운전원, 자동차 운전원, 작물 재배 종사자, 공연 예술가, 물품 이동 장비 조 
작원 등 이 있다.

 

위 분류 설명에서 행정 및 경영지원 관리직이 분석 직무와 사회 직무에서 동일하게 표시된 것은 해당 직무를 구성하는 직장의 간부와 관리직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서비스 직무에서 통신 관련 판매직만 의미한다기보다는 일반적인 판매직 모두를 포함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신체 직무도 건설 및 채굴기계 운전원뿐만 아니라 건설 관련 종사자를 전부 포함하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고, 물품 이동 장비 조작원은 택배 종사자들도 해당되는 것으로 보면 될 듯하다.

 

공연 예술가는 신체 직무로 분류하고 문화예술 관련 기획자는 사회 직무로 분류했는데,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 두 직업군은 작품에 대한 해석과 연기, 기획이란 측면에서 전문성과 창의성이 요구되며, 이 분야에 접어 들기도 힘들고 일단 이 분야 종사자가 되면 평생 가는 직업이다. 위의 다섯 가지 분류로 나눈다면 공연 예술가와 문화예술 관련 기획자를 신체 직무와 사회 직무로 불가피하게 나눌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되나 실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연구조사에 따르면 취업자 연령이 높 아질수록 대체로 분석, 사회, 서비스 직무성향은 낮아지고, 반복, 신체 직무성향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직무성향은 30대 취업자에서 가장 높았으며 30대 이후 분석 직무성향은 연령에 따라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으며, 특히 50대 이후의 감소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서비스 직무도 분석 직무와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반면, 반복, 신체 직무성향은 30대에 가장 낮아졌다가 이후 증가하는 대칭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김 연구위원을 밝혔다. 

 

 

김지연 연구위원은 취업자 연령이 어릴수록 분석, 사회 직무를 주로 수행하는 일자리에 많이 고용되어 있지만,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분석, 사회 직무보다는 반복, 신체 직무를 주로 수행하는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분석, 사회 직무성향이 높은 일자리는 주로 고숙련 · 고임금 일자리로, 중장년 취업자의 분석, 사회 직무성향이 낮다는 것은 연령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저숙련 ·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의 연구 내용을 ‘전문성’과 ‘숙련성’이란 관점에서 좀 더 보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반복 직무와 신체 직무는 나이 들어서도 전문성과 숙련성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대체로 취업을 유지한다. 하지만 분석 직무와 사회 직무와 서비스 직무는 나이가 들고 승진으로 간부가 되거나 인사이동을 함에 따라 현장 직무와 멀어지게 돼 전문성과 숙련성이 높아지기보다는 떨어지기 쉽다. 

 

분명한 전문성과 숙련성을 요하지 않는 사무직과 관리직은 물론이고 SW직종과 같은 전문직도 기술변화에 따라 업그레이드 하지 않을 경우 중장년층이 되면 전문성과 숙련성에 뒤처지게 된다. 이렇게 돼서 50대 이후 퇴직을 하고 직장을 고자 할 때 이전 직장의 전문성과 숙련성을 내세울 수 없게 돼 단순 육체 노동직에 종사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이 아닐까 한다. 

 

따라서 직장인들은 나이가 들고 상급 관리자가 되고 나서도 현장 직무의 전문성과 숙련성 향상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회사도 현장 직무에서 손을 떼는 전통적인 간부 개념을 하루빨리 털어내고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처럼 현장 업무도 수행하는 매니저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김지연 연구위원의 지적처럼 한국 직장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탈피할 필요가 있다. 연봉을 일의 전문성과 숙련성, 성과 중심으로 지급하고, 위에서 군림하고 ‘갑질’하는 간부가 아니라 팀원과 민주적인 대화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조화시키는 매니저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와 기존의 간부로서 권한을 행사하는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면 할수록 중장년 직장인은 점점 무능해지고 만다. 이런 근무 관행과 문화는 회사도 손해이고 본인도 재취업이 어렵거나 단순 육체노동직에서도 말단직에 취업될 수밖에 없다. 한국 직장의 인사임금체계와 근무 문화는 시대에 맞게 개혁이 필요해 보인다.    

 

이 연구보고서에서 분석 직무는 일자리의 질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는데, AI 시대를 맞아 분석 직무 중의 하나인 SW직종이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직종이 SW산업종사자들이다. 사이언스지 보고서에 따르면 SW종사자들은 머신러닝이 자신들의 SW 업무에 결정적인 영향 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I가 SW 코딩도 가능하기 때문에 코딩 관련 일자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SW 종사자들이 스스로 AI가 할 수 없는 업무로 업그레이드해야 하겠지만 고용자의 수요 측면에서 현재와 같은 수준의  SW 종사자들을 필요로 하겠느냐 하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AI가 전 산업에 적용될 경우, SW직종의 파이는 엄청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관계로 현재로서는 SW직종 미래를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SW종사자들은 AI의 코딩 능력을 활용해 보다 창의적인 성격의 직무로 상향시킬 필요성은 분명한 것 같다. 

 

사실 분석 직무는 전문성과 숙련성과 더불어 시장 수요 측면에서 다섯 가지 직무 중에서 가장 취약하다. 분석 직무는 관련 전문지식과 정보, 기술을 부단히 업그레이드해야 하지만, 설계와 기획과 같은 전문성의 최고 단계로 올라가면 필요한 인력은 줄어들게 된다. 분석 직무 종사자가 잠시 한 눈 팔면 금방 기술 트렌드에서 뒤처지게 되기 때문에 그런 상태에서 한 직장에서 안주하고 장기간 근무하고 퇴직하면 갈 데가 없게 되는 것이다.  

 

사회 직무와 서비스 직무의 경우 사회 복지 서비스 종사자와 여가 서비스 종사자, 돌봄 및 보건 서비스 종사자, 판매직 종사자들은 시장 수요가 일정하고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들 직무들은 AI로 대체되기도 어렵다. 

 

또 반복 직무와 신체 직무의 경우는 AI가 보급되면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도 시범 운행 중인 자율자동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운전 종사자들의 일자리는 획기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각종 기기와 시설의 유지 및 수리 업무는 AI의 영향으로 현재와 같은 업무 형태와는 다르겠지만 일자리 수요는 여전히 존재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직장의 전문성이 글로벌 대기업과 강소기업들에 비해 상당히 평범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그 이유는 중간 간부에서부터 고위 간부에 이르기까지 전문성들이 평범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 는 연공서열형 문화, 한 직장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안정지향 관행, 공정한 인사 관리와 성과급제도의 불명확함 등의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지적 되고 있다.  


전문성과 숙련성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직장에서 배우고 익힌다. 더욱이 지금은 기술과 지식이 현장에서 생성되고 혁신하고 발전하는 것이 현대 기술 문화의 주요한 특징이다. 따라서 한 직장 내에서 기술 난이도에서 초급부터 고급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포진하고 있을 때 그 직장은 국내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경총이 전국 20~40대 정규직 근로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자 이직 트렌드 조사’ 결과 20대 응답자의 83.2%, 30대 응답자의 72.6%, 40대 응답자의 58.2%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 이직을 고려하는 것과 실제로 이직을 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아무튼 이직을 고려하는 직장인들이 많다는 사실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서는 안 된다.

 

이직을 고려하는 사유로 응답자의 61.5%는 ‘금전 보상에 대한 불만족’을 꼽았다. ‘과도한 업무량’이 32.7%로 뒤를 이었고, ‘기대보다 낮은 평가’(27.4%), ‘회사실적 부진 등 미래에 대한 불안’(26.6%), ‘개인적 성장을 위해’(25.7%) 등 순이었다. 이직을 고려하는 사유를 보면 금전적 보상에 대한 불만족 61.5%, 기대보다 낮은 평가 27.4%로 나타났는데, 이것은 자신이 능력과 업무 실적이 제대로 조직에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 기업들은 공정한 업무 평가와 보상에서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또 응답자들은 이직이 갖는 의미에 대해 49.5%가 ‘연봉 인상 수단’이라고 답했다.

 

‘개인적 성장 기회’(31.8%), ‘역량 검증 수단’(12.3%)이라는 답변을 내놓아,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의식이 건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AI시대를 맞아, 직장인과 회사 모두 전문성 향상 전략과 인사 및 보상 제도의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용 주필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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