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텍사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베릴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빚어지자 열(熱) 질환자들과 적절하지 못하게 가정용 발전기를 사용했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환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으로 물밀듯이 몰려들었다고, 미국 의료 관계자들이 말했다.
유에스 뉴스는 지난 토요일(13일), 1급 허리케인인 베릴이 해안을 휩쓸고 지나간 뒤 수십만 가정과 사업체로 가는 전기가 끊기고 휴스턴 지역의 주 발전시설인 ‘센터포인터 에너지’는 정전이 270만 가정에 그쳤고 금요일 아침까지 140만 가정에 전기가 들어가도록 조치했다고 말했지만, 나머지 백만 가정은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 온도가 32.2도 이상을 웃돌아도 정전으로 에어컨 등을 가동할 수 없어 고통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휴스턴 지역 병원들은 응급실 환자 숫자가 보통 때보다 2배 이상이라고 전했다. 320명이 넘는 환자들이 열과 관련된 질환을 호소했는데 이는 매년 이 때쯤 발생하는 숫자의 약 3배에 달한다고 휴스턴 비상관리국은 밝히고 있다.
휴스턴 감리교 병원 시스템의 18개 응급실을 감독하는 벤 사이다나 박사는 2021년 텍사스에 때 아닌 혹한으로 풍력발전소의 배관이 얼어 전기 공급이 끊긴 ‘2021년 동결(凍結)’이후, 탈진과 열과 관련된 증세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이번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이런 환자들은 경련에서부터 체온이 40도인 열사병까지 다양하다, 고 사이다나 박사는 말했다.
그는 기온이 뜨거우면 만성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폐, 심장과 신장병을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신장 환자들 또한, 투석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고 있는데 정기적으로 다니는 의료센터가 문을 닫았거나, 집에 있는 산소탱크가 정전으로 인하여 이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텍사스의 정전 사태는 대부분 허리케인으로 쓰러진 나무와 가지가 전선을 덮치는 바람에 일어난다. 정전이 되자 미국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인 휴스턴 시민들은 열기와 습기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어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많은 사람이 허리케인이 빈번하고 이에 따른 정전이 잦아지자 비상용으로 가정용 발전기를 구입했다. 하지만 그것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하면 자칫 돌발적인 일산화탄소 중독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대개 발전기를 집에 딸린 차고 안에 설치하거나 혹은 열린 창문, 혹은 환풍기 가까이에 연통을 대고 가동하는데 그 때 무취(無臭)의 독성 가스가 집안으로 은밀하게 스며들어 중독을 일으키게 된다.
휴스턴 비상관리국 요원들은 약 120명의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그런 환자는 장기간 정전 사태가 아니라면 드물다.
1년 전에 미 텍사스주는 38도에서 44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져 텍사스 트리뷴(Texas Tribune)의 분석에 따르면, 텍사스 주의 254개 카운티 중 79개 카운티가 지난 해 역대 가장 더운 여름을 보냈고 8월 한 달 동안 산불만 500건 이상 났다.
텍사스 주 보건국의 사망 진단서를 조기에 분석한 결과, 당시 적어도 97명이 더위, 즉 고열로 사망했다. 아울러 범죄와 공격성의 증가에서부터 우울증과 자살 증가율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회적 결과들이 높은 기온과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전기는 다시 돌아오겠지만 문제는 미국인들이나 한국인들이 정전 사태로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울 만큼 요즘 지구의 온도가 크게 올라있다는 사실이다. 30년전 까지만 해도 부채질로 버틸 수 있던 그런 여름이 아닌 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