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 은퇴...사람보다 일자리가 많다면?

  • 등록 2024.08.04 00: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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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정도로 금리를 올려 고강도 긴축을 하는데도 경기침체는 왜  오지 않는걸까? 미 연준의 파월의장이 들고 나온 자료 그래프를 보면, 역사적으로 거의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미국은 현재 생산 인력이 부족하다. 사람이 부족하면 해고가 쉽지 않은 법. 지금까지는 사람이 항상 일자리보다 남아돈다는 것이 경제 상식이었고 항상 그래왔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는 일할 사람이 부족해 난리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요즘처럼 사람 구하기 어렵고, 구한 사람이 금방 그만둔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경제가 어려우면 일자리가 줄어든다.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은 많은데 일자리가 부족한 만큼 실업률은 발생했다. 

 

지난 2008년을 돌아보자. 당시 사람은 남아도는데 일자리가 줄어들어 심한 경기침체가 생겼다. 그러나 지금은 파월이 제시한 그래프처럼 사람 숫자가 일자리 숫자보다 밑에 있다. 이런 현상은 거의 역사적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사람이 부족해지자 실질 경제가 어렵지만 사람이 부족해서 있는 사람을 내보낼 수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실업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어떤 고강도 정책을 쓴다고 하더라도 실업이 생각처럼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장단기 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가 오지 않는 상식을 깨는 현상이 일어났다. 팬데믹때 그런 일이 일어났다. 그 이유는 첫 번째, 펜데믹으로 정말 많은 사람이 죽었다. WHO는 코로나 팬데믹 관련 사망자가 2022년 5월 기준 2년간 1천 490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세계 인구가 약 79억 명이란 점을 고려하면 500명 중 대략 한 명꼴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3만6천여 명이 사망했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사망했다는것이 첫 번째 이유다. 두

 

두 번째는 트럼프 전 대통령 때부터 미국은 이민자를 받지 않아 일할 사람이 부족해졌다. 여기에 베이비부머 세대가 대거 직장을 사직하고 은퇴했다. 미국의 베이비부머는 1945년생이다. 우리 나라 나이로 치면 70대 후반이라서 일하고 있는 게 이상한 나라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베이비부머의 대대적인 사직(辭職), 은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일본도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물론 펜데믹 사태가 없었더라도. 인구가 빠져 나갔을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역사상 가장 부지런히 살던 세대다.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던 경쟁이 몸에 밴 이들은 한국, 중국, 일본, 미국이 모두 똑같다. 이들은 일하는 걸 좋아한다. 일하는 걸 행복으로 여긴다. 뭣인가 하지 않으면 좀이 쑤셔 등산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데도 일을 하려고 한다. 일하는 게 즐겁다고 말하고, 사실 일을 하면 즐거운 듯 보인다. 

 

요즘 20~30대가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과 정반대다. 하여간 그들은 돈이 있건 없건 일하는 걸 좋아하는 특이한 세대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나이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고, 그 나이가 80살에 가깝다면 일에서 손을 떼지 않으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가장 많은 인구 구성비를 만든 베이비부머세대는 엄청난 인구도 인구지만 거의 숙련공들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나 미국 제조업에서 피땀을 흘리는 역군이었고, 야근을 취미로 생각하며 기분 나빠하지 않는 이들이었다. 이러한 사람들의 은퇴가 시작되었고 이민자를 받지 않았다. 코로나로 사람이 많이 죽었으니 사람이 부족해지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생긴 것이다. 

 

이점을 미 연준의 파월 의장은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기업 실적 발표하면서 실적 부진의 이유를 설명할 때 “일감은 많은데 지금 우리가 사람을 뽑지 못해서 생산을 못했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고 강조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무리 고강도 긴축을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경기 침체가 쉽게 오지 않고 있다. 모든 경제 예측의 가정에는 사람이 남아돈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데 사람이 부족해지자, 기존 경제학의 논리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가 문화를 바꾼 것도 있다. 일을 좋아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도 코로나를 겪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지내보니 인생 덧없다는 것을 알게 됐고, 나도 한번 즐겨보자는 이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에서도 늘어났다. 

 

◇ 금리가 안 내려가면 끔찍한 일 벌어진다 

 

미국 정책 당국이 이러한 현상들을 모를 리 없다. “만약 이대로 가다가 정말 금리를 못 내리는 게 아닐까. 그래서 금리를 못 내리면 나중에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데, 다른 데서 뭔가 터질 수 있는데...” 하며 걱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뭔가 터진다는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 같은 것이다. 

 

실리콘벨리 은행은 금리를 올렸으면 실업률이 발생하고 경기가 안 좋아져서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유효자산을 전부 장기국채로 들고 있었는데 오히려 고금리가 물가를 떨어뜨리지 않고 오르다 보니까 그만큼 평가손실이 발생했고 이 사실에 놀란 예금주들이 갑자기 몰려들어 돈을 인출하다 보니 멀쩡하던 은행이 도산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처음, 미국 국채를 들고 있다가 망한 사례다. 그것도 부실채권이 아닌,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인 미 국채를 들고 있다 망했으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때 이민자가 줄어 일할 사람이 부족하면 인건비가 오를 것이고 인건비가 오 르면 물가가 잡히기는커녕 금리가 7%까지 뛸 것이라고 JP 모건 회장이 한 말이 현실이 될 상황이었다. 결국 부족한 사람을 늘려야 금리를 바로 잡을 수 있으니, 바이든 대통령은 그래서 불법 이민자를 포함한 이민자를 역대 최고인 330만 명까지 받아들였다. 그러자 미국의 임금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임금이 안정됐는데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이 되어 국경을 닫으면 임금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IRA(Inflation Reduction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나 ‘반도체 칩스법'등을 통해 미국 안에서는 여전히 일자리가 생기고 있다. 그러니 사람이 부족해지기 시작하면 임금이 내려가기 보다는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경기침체가 될 가능성은 생각보다 낮고 오히려 현재 수준은 아니더라도 고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어 보인다.

 

내년에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될지 모르지만 누가 되느냐에 따라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민자와 관련된 정책 때문이다. 그래서 미 대선에서 1순위 공약이 불법 이민과 관련된 것이다. 

 

인플레이션에서 제일 무서운 건 인건비다. 인건비는 일단 올라가면 떨어지지 않는다. 월급 올려주고 깎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렇다. 그러나 임금이 올라가면 비용이 올라갈 것이고, 그 비용을 제품 값에 반영해 가격이 비싸지면 다른 사람들도 물건 값이 비싸졌으니, 나도 월급 올려달라고 한다. 이렇게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을 부르고, 물가 상승이 다른 임금 상승을 부르면 물가를 잡기가 쉽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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