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을 대하는 자세

  • 등록 2024.08.04 14: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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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5일 발표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2/4분기중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2% 감소했고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1.3% 감소했다. 정부 당국은 기저 효과 때문이라고 말하며 올해 성장 전망치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총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해서는 2.3% 성장했으나 전기 대비로는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혹시 성장 추세가 꺾이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민간 소비는 교육 등 서비스 소비 부문에서 소폭 증가하였으나 승용차와 의류 등 재화 소비 부진으로 0.2% 감소했다. 정부 소비는 0.7% 증가했고, 건설투자는 주거용 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어 1.1% 감소했다. 설비투자도 예상외로 2.1% 줄었다.

 

수출은 자동차,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0.9% 증가하고, 수입은 원유,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1.2% 증가했다.

 

경제활동별 국내총생산을 보면, 농림어업은 축산업과 어업이 늘어 5.4% 증가했고, 제조업은 운송장비 등을 중심으로 0.7% 증가했다. 건설업은 앞서 언급한 대로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어 5.4%나 감소했다.

 

서비스업은 운수업 등이 늘었으나 정보통신업,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등이 줄면서 전반적으로 이전 분기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영업이 몰려 있는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들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한국은행이 같은 날 발표한 7월 기업심리지수(CBSI)와 경제심리지수(ESI) 결과도 내수 부진의 탈출이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7월 중 전 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5.1로 전월에 비해 0.6p 하락했다. 다만 다음 달 전망 CBSI는 93.4로 전월에 비해 0.3p 상승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으로 나눠 보면, 제조업 7월 CBSI는 95.7로 전월에 비해 1.7p 하락하였으며, 다음 달 전망 CBSI도 94.2로 전월에 비해 0.9p 하락했다. 비제조업 7월 CBSI는 94.6으로 전월에 비해 0.3p 상승하였으며, 다음 달 전망 CBSI도 92.8로 전월에 비해 1.1p 상승했다.

 

기업심리지수인 CBSI(Composite Business Sentiment Index)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주요 지수(제조업 5개, 비제조업 4개)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로서 장기평균치를 기준값 100으로 잡고 100보다 크면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가릴 것 없이 모두, 내수 부진과 불확실한 경제 상황,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을 가장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여기서 내수 부진과 불확실한 경제 상황은 상호 연동된 요인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기업들이 국내외 수요 부진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행히 경제심리지수(ESI)는 95.9로 전월에 비해 1.2p 상승했다. 경제심리지수인 E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해 산출한 지수다. 

 

우리 경제와의 밀접한 관계를 급속히 높이고 있는 미국 경제는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지난 2분기 GDP가 2.8%로 깜짝 성장했다. 경제 전문가들의 예측치는 2.1%였다. 가장 큰 요인은 개인 소비지출이 1분기보다는 떨어졌지만 2.6% 증가했다는 점이다. 한국이 감소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미국의 대외수입은 6.9% 증가했고 수출은 2% 늘어났다. 대미 수출이 많은 우리로서는 신경이 쓰이는 지표다. 미국 경제는 이와 같은 지표에다가 개인 구매도 탄탄하고, 낮은 인플레율, 고용 사정도 괜찮고, 실질 임금도 올라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좋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탄탄한 성장세와 떨어지는 인플레율에 만족감을 표시한 바 있다.

 

제2의 경제 대국인 중국 경제가 여전히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분기 당초 GDP 전망치인 5.1%에 못 미친 4.7% 성장에 그쳤다. 가장 큰 요인은 0.2에 그친 낮은 소비 지수, 부동산 침체 지속이다. 무역 지표를 보면 2분기 수출은 8.6% 증가한 반면 수입은 2.3% 줄어 소비 부진을 반영해 주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 GDP 성장치를 당초 5%에서 4.9%로 낮췄고, JP모건은 5.2%에서 4.7%로,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4.8% 내린 바 있다. 모두 중국 정부의 전망치 5%보다 낮다.

 

지난 7월 26일 사우스차이나모닝 포스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 경제의 엔진인 광동 지역경제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전해주고 있다. 지난 1/2분기 6개월간 광동 지역의 GDP가 3.9%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보다 1.1%포인트 낮은 수치다. 충격적인 지표가 아닐 수 없다.

 

광동 지역의 낮은 성장률도 역시 소비 부진과 부동산 침체, 투자 감소가 주요 요인이다. 부동산 투자가 16% 감소했고, 주택 판매도 30% 이상 위축됐다.

 

 

세계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의 세계 경제 평가는 어떨까.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한 마디로 현재 세계 경제가 낮은 성장 박스권에 갇혀 있어서 빈곤과 불평등을 완화하고자 하는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따라 미국과 중국, 한국, 일본, 유럽의 각 나라 안에서 경제적 중하층들이 저성장의 타격을 더욱 심하게 받고 있다. 나 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이 좀 나아 보여도, 미국의 양극화 정도가 선거판을 양분할 정도로 극심하므로 경제적 저소득층의 불만은 여느 나라들과 다를 바 없다.

 

IMF의 글로벌 성장 예측을 보면 올해 3.2%, 내년 3.3%로 보고 있는데, 이 수치는 21세기 이후 팬데믹 이전까지 평균 3.8% 성장하기보다 낮은 성장률 전망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대결 국면, 에너지가 상승, 고금리 인상 러시 등 갖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불황에 빠지지 않은 탄력성을 보인 점을 다행스러운 일로 평가했다.

 

IMF 분석에 따르면 스태그네이션이 4년 이상 지속되면 한 국가 내 소득 불평등이 2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 분석을 인용하면서 장기적 성장 침체에서 벗어나는 것은 소득 양극화를 막는 방법의 하나임을 강조했다. 상식적으로 봐도, 성장 정체는 일자리 증가와 임금 상승을 지연시킨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불평등 증가는 경제적 통합뿐만 아니라 기술 발전에도 저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불평등 소득층들에서 학교 급식, 실업 보험과 연금 등과 같은 기존의 사회 복지에 더불어 타깃을 잘 선정한 약자층들에서 ‘현금 이전’ 프로그램을 권고했다.

 

◇ 내수 부진과 소득 양극화는 세계적 현상

 

전 세계적인 내수 부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팬데믹 이후 엄청나게 오른 물가만큼 임금과 소득의 상승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 순환의 연결 고리들 사이에 일종의 끊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으로선 코스트 상승분만큼 가격 인상을 할 수도 없다. 판매 부진을 더 악화시킬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도 씀씀이 줄이고 있다. 정부도 코로나 때 막대한 재정을 지출했는데, 세수도 잘 걷히지 않아 이전처럼 재정 지출 여력이 없는 형편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이 증가하고 있으나 중국 내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고 올해 말 대선을 치르는 미국의 새 정부가 어떤 무역 정책을 들고나올지 불확실하다. 기업들이 이런 상황을 알고 벌써부터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은 첨단기술 개발에는 엄청난 재정을 투입하면서 내수 살리기를 위해서는 여전히 머뭇머뭇하고 있다. G7 국가의 부채가 전 세계 공공부채의 61%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말은 G7 국가들의 재정 여력이 없어 자국의 내수 진작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경제적 약자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증가하는 추세

 

경제적 약자는 능력 부족, 신체적 장애 등 요인에 의해서 존재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왔으나 사실은 현대 경제의 복잡성과 지식과 기술의 난이도 증가와 경쟁 심화, 약자에게 불리한 법과 규정의 제정과 집행, 판결, 어리숙한 사람들을 농락하는 자영업 비즈니스 모델의 범람, 경제 범죄의 증가 등으로 인해 갈수록 경제적 약자들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금전적 성격을 띠는 사회 복지정책만으로는 미흡하다.

 

한국인은 예로부터 ‘정(情)’ 문화를 간직해 왔다. 우리나라 사람과 같은 ‘정’을 가진 사람들은 전 세계에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각박한 도시 직장 생활과 아파트 주거 환경 때문에 많이 사라졌다고는 해도 정을 드러낼 기회가 오면 잊어버렸던 정을 듬뿍 표현하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우리의 정다운 정의 문화를 되살려 사회적 및 경제적 약자들을 돌보는 정신문화를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해 본다.

 

정부와 지자체는 경제적 약자에 대해 돈만 지원하고 말 게 아니라 정신적 지원이 필요하다. 돈만 지원하면 오히려 부채가 더 늘 수도 있다. 금전적 부채와 빈곤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맞춤형 종합 지원, 정신적 상담과 미래 진로를 같이 설계하고 가이드해주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금전적 복지지원은 유럽 선진국이 다 해봤지만, 경제적 약자가 줄기는커녕 늘기만 했다. 정신 문화적 처방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내수 부진이라고 해서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내수 부진 기간은 그간의 사업 모델을 되돌아보고 군살을 빼며 혁신적 돌파구를 마련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요즘 한국 경제의 효자로 등장하고 있는 원전과 방산도 한때는 어려웠지만 그 시련의 시기를 견뎌내면서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을 일궈냈다. 자영업과 건설업, 식음료업계도 이번 내수 부진의 악조건을 오히려 전기의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기를 바란다.

 

 

 

이상용 주필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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