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7일, 서울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2만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기후위기비상행동과 환경운동연합 등 611개 시민·사회단체 등은 이날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강남역 일대에서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라는 슬로건으로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경제성장을 위해 전력 수요를 늘리면서 핵 위험과 온실가스를 늘리는 위험한 질주 속에 민생은 없다"며 "기후재난과 불평등 세상을 바꾸고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지키기 위해 함께 행진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3시께 시작된 집회는 일상이 된 기후 재난으로 목숨을 잃은 수많은 희생자를 생각하는 묵념을 첫 순서로 시작됐다. 이들은 노동자 일자리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과 공공 재생에너지 확대,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강화 등을 촉구했다.
정록 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은 "노동, 인권, 여성, 환경, 반빈곤 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른 세상을 일구기 위해 분투해온 우리는 뜨거워진 세상, 무너져내리는 세계에서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해 투쟁하고 저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은 "폭염과 폭우가 일상이 되는 기후 재난은 노동자의 생명과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며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노동자의 일자리 문제와 더불어 취약계층이 더 큰 피해를 받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의 윤현정 활동가는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기후 대응이 위기에 더 취약함에도 정치 과정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며 "위기 속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삶이 삭제된 기후 대응은 위기를 막을 수 없다. 우리는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달 29일 이 단체를 비롯해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부족하면 환경권 등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인정한 결정이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만여명, 경찰 추산 7천∼1만명이 참가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테헤란로를 거쳐 삼성역까지 4km가 넘는 구간을 행진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독수리와 수달, 거위, 물고기 등 동물 모양을 한 옷과 모자를 썼다.
2018년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등교 거부 시위를 계기로 세계 각국에서는 '기후행동의 달'인 9월마다 대규모 기후위기 집회가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 2019년 시작된 기후위기 행진은 올해로 네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