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사고에 갇힌 현대 경제학과 사상

  • 등록 2024.09.17 15: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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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 경제는 대혼돈의 상황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당초 침체에 빠졌던 세계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만 끝나면 곧 회복될 줄 알았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에 대한 가자의 도발과 보복 전쟁, 뒤이은 이스라엘과 이란과 헤즈볼라 간의 간헐적인 상호 공격이 언제 전쟁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여기에 더하여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이제는 민주 진영 대 전체주의 진영 간 대립으로 굳어지고 있다.

 

낡은 사고에 갇힌 현대 경제학과 사상 이런 상황 속에서 세계 경제는 점점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현재의 경제 정세는 기존의 경제학과 사상으로 보기보다는 새로운 관점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존 관점으 로만 보면 자신의 문제는 잘 보이지 않고 상대방의 약점만 크게 보인다. 그 결과, 어떤 교훈도 해결책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현재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 중에서 시장 자본주의 경제가 가장 잘 작동되고 있다는 미국 경제를 바라보자. 미국 경제의 강점인 혁신과 활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자본시장이다. 이 자본시장을 통해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미국 기업들은 원활하게 새로운 사업을 벌일 수 있다.

 

미국이 선도하고 있는 AI 산업과 양자컴퓨터도 풍부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미국 금융 시장에서 돈을 조달하고자 한다면 투자사의 냉정한 판단과 시시각각 변하는 주식시장의 가치 평가라는 나름 경제적 합리성을 가진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기업이란 늘 돈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신의 성적표인 경영 실적을 내놓음으로써 합당한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풍부한 벤처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자본시장이 존재하지 않다면 존재할 수 없다.

 

중국의 산업 지원 정책을 보자. 중국은 가능성만 엿보이면 기존 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사실상 무제한의 자금으로 ‘묻지마 지원’을 해준다. 투자사나 주식시장의 가치 평가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정부가 키우겠다고 마음먹으면 통 크게 장기간 보조금을 주고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미국의 금융 시장의 강점을 무색하게 하는 방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데 있어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여론의 눈치도 실펴야 한다. 중국 시스템에선 이런 장벽이 전혀 없다. 시장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과 유럽의 자유민주 체제에는 의회 제도와 정부의 여러 규제기관들, 노조, 온갖 종류의 시민단체들과 이익단체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이 주 타깃을 삼고 있는 대상은 물론 기업이다. 자유로운 기업 활동은 이제 헌법상 사문서가 되고 말았다고 할 만하다. 미국 법무부가 구글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판결을 이끌어 냄으로써 구글 사업 모델의 분할까지 검토되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미국의 빅테크들은 자국 내에서보다 이미 유럽에서 엄청나게 시달려 왔고 현재 진행 중이다. 중국 체제 아래서 기업들은 공산당에게만 잘 보이면 된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공산당의 심기를 건드려서 당한 것이다. 그가 독과점 때문에 혼 줄이 난 게 아니라는 얘기다.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민주 체제의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노조도 없고 시민단체도 없다. 오직 정부에게 협조만 하면 전폭적으로 자금을 얻을 수 있다. 기업 경영의 천국이 미국과 유럽 등 자유민주 체제라는 관념은 이제 수정할 때가 된 것 아닐까. 정부가 기업을 키워주는 것은 한국이 원조격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세계 최초로 정부 주도 경제 정책을 펼쳤다. 당시 부정 축재자로 구속된 기업인들을 풀어주고 그들에게 사업 자금을 대주고 달러 차관에 대해 정부 보증을 서주기 도 하고, 공단을 거의 공짜로 조성해 주는 등 각종 지원을 동원했다. 한국의 경제개발 방식을 벤치마킹한 중국은 과거의 한국 정부보다 더 철저하게 자국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유럽과 중국의 과학기술을 비교해 보면 유럽이 여전히 노벨 수상자들을 많이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과학에선 유럽이 앞선 것 같다. 하지만 기술은 유럽의 턱밑까지 쫓아간 것 같다.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기술을 보면 유럽의 기술은 뒤처져 있는 것 같고, 더욱이 앞서 든 제품을 포함해 중국의 기술 제품은 가성비가 월등하고, 중저가 품목의 경쟁력이 압도적이다.

 

시장 자본주의 경제학의 시각에서 중국 경제 시스템을 바라보면 문제투성이로 보인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너무 커 보이고 국유기업의 비중이 큰 반면에, 민간 기업이 위축돼 있는 모습이다. 중국 경제가 망할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중국 경제는 지금 나름 중국식 구조조정 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경제 전체의 구조조정을 잘 마치면 훨씬 강한 모습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지도자들은 첨단 주력 기업들 은 온존시키고 군살이 낀 기업과 소비자들에 대해 고난의 행군을 시키는 것 같다. 고난의 행군이 체제 변경을 초래 할 만큼 반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인데, 좌우간 앞으로 그 기간을 무사히 통과하면 다시 도약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이처럼 중국 경제는 심플하다. 반면 자유민주 체제의 기업 들은 피 말리는 환경에 놓여 있다. 정부의 규제기관들의 끊임없는 감시 감독, 심심찮게 호출하는 의회의 청문회, 기업을 향한 각종 소송의 빈발, 노조와 시민단체, 언론의 압력과 감시, 비판 등에 포위돼 있는 모양새다.

 

오늘날 시장 자본주의와 자유민주 체제 아래서의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사업 환경은 참으로 힘들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현대 경제학자들과 리버럴 사상가들은 자신들이 몸 담고 있는 체제의 ‘들보’는 보지 않고 중국 경제의 문제점만 확대경을 들이대고 보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상용주필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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